청년희망펀드에 목메는 은행들의 속내는…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출시된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이 출시 10여일 만에 20억원을 넘기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갖가지 억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은행들이 정부의 압박에 못이겨 적극적으로 가입 유치활동을 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강제 가입 논란이 일기도 했다. 더구나 아직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으로 모인 재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도 없어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2일 법무부 공익신탁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은 이날 기준 5만1699명이 가입해 21억2580만4000원이 모였다. 

수익성 상품이 아닌 기부 형식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큰 금액이다.

□ 청년희망펀드 인기몰이, 은행의 정부 눈치보기 덕? 

이처럼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이 큰 인기를 모을 수 있었던 데는 정부와 은행권이 손발을 맞춰 적극 홍보에 나선 덕분으로 보인다.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이 출시된 첫 날 박근혜 대통령이 1호로 가입한 데 이어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서울 중구 농협은행 광화문금융센터에서 가입했다.

임종룡 위원장은 이날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에 가입하면서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이 좋은 뜻에서 시작하는 것인 만큼 고객들에게 취지와 가입절차를 잘 설명해달라"며 "세제혜택이 있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을 해달라"며 강조한 바 있다.

게다가 수탁은행인 KEB하나은행과 신한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은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을 홍보하는 자료는 연일 쏟아내고 있다.

이들 은행은 경영진은 물론 소속 홍보모델과 스포츠단, 후원 스포츠선수 등 유명 인사들의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 가입 사실을 적극 홍보하고 있는데다 일반인 가입자도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 홍보에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으로 모인 재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방향이 잡혀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 가입을 정부와 은행권이 나서서 권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부작용이 나오기도 했다. 일부 은행에서는 은행 직원들에게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 가입을 강요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금융노조는 지난달 22일 성명서를 통해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이 또 하나의 실적 압박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며 "실적압박은 불완전판매 등 금융소비자들의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발했다.

□ 청년희망펀드 가입경쟁…'관치' '고용 책임 면피' 

이처럼 수탁은행인 이들 5개 은행이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을 적극 홍보하며 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금융권 관계자들은 두 가지를 지적한다. 정부의 전형적인 관치금융이라는 것과 은행권의 고용창출 책임을 청년희망펀드 가입실적으로 면피하려는 의도라는 것.

금융노조 관계자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벌이는 사업이기 때문에 은행들로서는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직접 고용이 아닌 기부를 통해 고용을 창출한다는 것이어서 실효성이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선 영업점 직원들이 고객을 상대로 기부를 권유해야할 처지여서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이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에 가입하고 있지만 대다수는 은행 임직원과 가족, 은행과 연관이 있는 사람이 어쩔 수 없이 가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을 관치금융의 전형이라고 비난했다.

조남희 대표는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권유하는 것으로 관치금융"이라며 "실효성 자체에도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정부가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한 직접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비난을 회피하기 위해 이벤트성으로 만든 것"이라며 "은행들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압박을 받아 나서고 있는 형국"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실질적인 수익이 없는 상품을 판매현장에서 판매하는 것 자체가 불완전판매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은행권이 고용창출에 대한 요구를 받고 있는 와중에 이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위한 수단으로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 가입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은행들의 배당은 높아져만 가지만 고용은 줄고 있다"고 지적하고 "정부의 고용창출 요구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 가입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