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36건 상이사례 중 30건 감경
민병두 "회계법인 도덕적 해이 불러와"
최근들어 회계부정과 관련한 금융당국의 징계 수위가 낮다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의 '솜방망이' 제재안이 금융위원회로 올라가면 제재 수위가 더욱 낮아지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감원과 감리위원회의 판단이 다를 수도 있지만 두 기관사이에 회계부정과 관련한 제재 수준이 상이한 사례의 대부분이 원래 징계안보다 감경하는 것이어서 감리위원회의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민병두 의원에 따르면 8월에만 금감원 징계 상정안 29건 중 20건이 금융위원회 감리위원회에서 변경됐다.
연도별로 보면 2011년 11건, 2012년 9건, 2013년 5건이었던 심의 결과 상이사례가 지난해 15건으로 늘더니 올해 8월까지 20건으로 급증했다.
실제 지난달 23일 증권선물위원회가 의결한 대우건설 분식회계 징계 사례를 보면 금감원은 대우건설에 대해 과징금 20억원과 대표이사 과징금 1600만원, 3년 감사인 지정, 현직 대표이사 및 담당임원 해임권고, 전현직 대표이사 등 검찰 고발 등의 징계안을 상정했다.
그러나 이 징계안이 감리위원회에서 과징금 20억원과 대표이사 과징금 1200만원으로 감경됐고 최종적으로 과징금 20억원과 대표이사 과징금 1200만원, 2년 감사인 지정으로 증선위가 의결했다.
대우건설 감사인이었던 삼일회계법인에 대한 징계도 감경됐다. 금감원은 과징금 10억6000만원과 공인회계사 3명 직무정지 등의 징계안을 상정했지만 감리위원회에서 과징금 10억6000만원으로 감경됐고 증선위는 최종적으로 과징금 10억6000만원과 공인회계사 2명 감사업무제한 1년으로 의결했다.
2014년 7월 이후 상이사례 36건 중 30건은 대우건설 사례와 같이 회사 또는 감사인(회계법인)에 대한 징계를 감경한 것이었다. 특히 30건 중 24건은 감사인의 징계 수준을 낮추어준 사례였다.
민병두 의원은 "외국에서는 회계부정에 대해 엄정한 제재를 통해 재발방지를 도모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회계부정에 대한 감독기관의 제재가 그에 미치지 못해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의혹 등 회계부정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이어 "회계부정 관련 과징금이나 처벌 수준이 낮은 상황에서 전문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의 결정을 뒤집어 징계수준을 경감해 주는 사례가 많아진다면 회계법인의 도덕적 해이를 가져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