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7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무늬만 금융당국'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회계부정에 대한 솜방망이 제재와 더불어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기간이 지나치게 길어 감독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내년 2월 사라질 전자보증서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 한 부분에 대해서도 금융위와 금감원은 지적을 받았다.
아울러 보험사는 고객을 상대로 벌인 소송이 최근 3년 간 증가했으며 카드사는 어렵다고 하지만 같은 기간 수수료 수입으로 27조원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금감원, 무늬만 금융당국 지적받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7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무늬만 금융당국'이라는 질타를 받았다.
회계부정에 대한 솜방망이 제재와 함께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기간이 지나치게 길어 감독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금감원의 금융기관 검사 기간은 평균 11개월에 달한다.
검사 개시부터 검사 종료까지 총 검사기간은 한 달이 되지 않는 평균 25.8일에 불과하지만 검사종료 후 금감원의 제재심의위 의결까지는 무려 263.3일이 걸린다. 이후 최종 결과 공시까지는 44.8일이 더 걸린다. 결국 최초 검사 개시부터 최종 결과 공시까지는 1년 가까이 걸리는 셈.
강 의원은 지난해 1월 1억 건이 넘는 사상 최대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후 1년이 넘은 지난 2월 12일에서야 해당 기업의 최종 공시가 마무리 된 사실도 지적됐다. 당시 금감원은 같은 달 13일 KB국민카드와 롯데카드, 농협은행에 대해 부문 검사를 진행했지만 최종 공시된 날은 롯데카드와 농협은행의 경우 288일이 지난 2014년 10월 28일이었던 것이다. KB국민카드는 무려 395일이 지난 올해 2월 12일이었다.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금융당국의 검사가 마무리 되더라도 '솜방망이' 제재만 뒤따라온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의 제재안이 금융위로 올라가면 제재 수위가 더욱 낮아지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민 의원에 따르면 8월에만 금감원 징계 상정안 29건 중 20건이 금융위 감리위원회에서 변경됐으며 징계수위도 낮아졌다.
실제 지난달 23일 증권선물위원회가 의결한 대우건설 분식회계 징계 사례를 보면 금감원은 대우건설에 대해 과징금 20억원과 대표이사 과징금 1600만원, 3년 감사인 지정, 현직 대표이사 및 담당임원 해임권고, 전현직 대표이사 등 검찰 고발 등의 징계안을 상정했다.
그러나 이 징계안이 감리위원회에서 과징금 20억원과 대표이사 과징금 1200만원으로 감경됐고 최종적으로 과징금 20억원과 대표이사 과징금 1200만원, 2년 감사인 지정으로 증선위가 의결했다.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대우건설과 '판박이 사건'이라며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에 대해 회계감리에 착수할 것을 주문했다.
강 의원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해양플랜트 부문의 손실이 발생하기 전 상선부문에서 선박 인도 후에 잔금을 받지 못해 2010년부터 악성 장기매출채권이 늘어나고 있었다.
2011년 9월 기준으로 계상된 장기매출채권 1조6320억원은 지난해 말까지 미회수 잔액이 1조604억원이나 됐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이들 미회수 채권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설정한 금액은 45% 수준인 4749억원에 그쳤다.
이밖에 박병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내년 2월 전자보증서가 사라지지만 금융당국이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었던 부분을 지적했다.
□최원병 농협 회장 호화경영부터 임직원 고액 연봉까지
올해 농협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의 호화경영을 비롯해 임직원의 고액 연봉까지 방만경영 등 고질적인 문제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황주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6일 서울시 중구 농협중앙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최원병 회장의 지난해 연봉은 3억6000만원이고 농민신문 회장으로서 받는 연봉까지 합하면 수억원에 달할 것"이라며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공기업의 지난해 기관장 평균 연봉 1억5433만원과 비교해 농협 기관장들의 연봉은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최원병 회장은 관용차 2대를 이용하고 있는데 한 달 렌트비만 440만원에 이르며 이 중 한 차량에는 900만원을 들인 안마시트가 설치돼 있었다.
이에 황주홍 의원은 모범을 보여야 할 농축민 대표가 집·차·급여까지 너무 호사스런 혜택을 누리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농협중앙회 임직원 2262명 중 86%는 특별상여금을 포함해 연봉 9000만원 이상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은 "농협에 5·6급으로 입사해 4급 이상 차장만 돼도 연봉이 1억원 가까이 된다"고 말했다.
이종배 새누리당 의원은 "리솜리조트 특혜대출과 NH개발 일감몰아주기, 비자금조성 등과 관련해 검찰의 전방위적인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도 지적했다.
이에 최원병 회장은 "농협 계열사 비리 의혹과 관련해 여러 의혹들의 사실관계를 떠나 저의 부덕으로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시정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의지를 갖고 시정하겠다"고 말했다.
□보험사, 고객 상대 소송 3년간 56.4% 증가
최근 3년간 보험사가 보험가입자를 대상으로 벌인 소송이 56.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한 것으로 가입자가 민원을 제기하기 전 선제적으로 소송을 남발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 간 보험사 소송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보험사와 보험가입자 간의 소송건수는 2011년 4189건에서 2014년 5073건으로 21.1% 증가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보험사가 보험가입자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경우와 보험가입자가 보험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경우 중 보험사의 소송 증가율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험사가 소송을 건 건수는 2011년 1287건에서 2014년 2013으로 56.4% 증가했으며, 보험가입자가 소송을 건 건수는 2011년 2902건에서 2014년 3060건으로 5.4% 증가하는 것에 그쳤다.
보험사가 소송을 걸었을 때는 보험가입자가 소송을 걸었을 때보다 승소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보험사의 경우 70~80%는 승소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보험가입자는 30~40%만 승소하고 나머지는 패소했다.
아울러 고객이 민원을 제기하기 전 선제적인 소송으로 민원제기를 못하게 하는 보험사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 3년 간 수수료 수익 27조원 거둬
지난 3년간 카드사가 가맹점으로부터 가져간 수수료 수익이 2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훈 새누리당 의원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카드이용 건수는 332억1087만건이었으며 이용금액은 1618조6976억원, 이를 통해 카드사가 챙긴 수수료는 27조1353억원이라고 지난 6일 밝혔다.
신한카드는 5조3709억원으로 가장 많은 수수료를 취득했으며 다음으로 KB국민카드 3조7978억원, 현대카드 3조4356억원, 삼성카드 3조3972억원 순의 수수료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롯데카드 1조9035억원, 하나카드 1조4479억원, 농협은행 1조3744억원, 씨티은행 1338억원, 광주은행 1190억원, 제주은행 120억원, 전북은행 82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말까지 가맹점 수수료 관련 정부안을 마련해 다음달 중 당정협의를 통해 최종안을 확정 발표할 계획이며 오는 2016년 1월 여신전문업감독규정 개정 후 같은 달 개선안을 적용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