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왼쪽)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김무성 "학부모들, 아이 식사 말고 교과서에 관심 가져야"
문재인 "1년짜리 '정권교과서'로 국론 분열, 참 나쁜 정부"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놓고 야권의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여당 역시 여론전에 나서면서 정치권이 '국정화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새누리당은 14일 극우보수층을 자극하기 위해 '전교조'를 겨냥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당 지도부의 1인 피켓시위와 함께 국정화 교과서 반대 서명운동 등을 펼친데 이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 집회에 참석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투쟁에 나선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올바른 교과서'로 명명한 것에 힘을 실으며 "'올바른 역사교과서'는 미래세대에게 올바른 역사관, 긍정의 역사관을 심어주기 위해 내린 당연한 결정인데 교사용 지도서는 정부의 검정 과정도 거치지 않고 배포되고 있다"며 "수업에 사용되는 자습서와 교사용 지도서도 편향된 역사 수업이 이뤄지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여러 자습서 내용을 지적하며 "김일성 주체사상을 옹호하는 표현이 있다. 국민 여러분 우리 학생들이 왜 이런 것을 배워야 합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현재 역사교과서 집필진도 구성되지 않았는데 무조건 반대와 편가르기식 투쟁이 시작되고 있다"며 "국정화 반대 서명운동, 본질을 외면한 현수막 내걸기 등 이념갈등과 국민 분열에 앞장서는 야당은 즉각 행동을 중단하라"고 야당의 반대투쟁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야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4대 분야(노동·교육·금융·공공) 구조개혁과 예산안 비협조 계획까지 밝혔는데 민생을 정쟁의 볼모로 삼는 구태를 중단하라"고 압박했다.
특히 김 대표는 진보성향의 교육감들이 국정화된 역사교과서를 반대하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인정교과서를 만들 뜻을 밝히고 역사학과 교수들의 국정교과서 집필 보이콧 선언이 이어지자, '전교조'를 겨냥, 학부모들을 자극했다.
김 대표는 "교육감님, 전교조 교사 여러분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에게 돌아간다. 학부모께서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먹는 식사에는 많은 관심을 가지는데, 아이들에게 평생 기억될 지식에 관심 없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학부모님들이 교과서 보셨다면 큰 충격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 소비자인 학생들에게는 수업권보다 중요한 학습권이 있다. 학생들에게 편향된 이념 교육을 받게 하는 것은 역사적 과오"라며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들어 국민이 하나 되고 미래세대에겐 자긍심을 심어주는 중립적이고 완성도 높은 역사교과서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 "정권이 바뀌면 사라질 1년짜리 시한부 교과서"라고 지적했다.
문 대표는 "고작 1년짜리 '정권 교과서'를 위해 민생을 내팽개치고 이념으로 국민을 분열시키는, 참으로 나쁜 정부"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13일) 대통령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올바른 역사'를 언급한 것에 대해 "친일독재가 올바른 역사일 수 없으며, 국민의 자긍심은 친일독재를 은폐한다고 해서 높아지지 않는다"고 꼬집으며 "우리의 근현대사가 친일세력, 독재세력에게는 자학의 역사로 보이겠지만, 국민에게는 조국의 광복과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해서 승리한 역사"라고 반박했다.
문 대표는 "정부가 추진한 교학사 역사교과서는 위안부 사진을 두고 '일본군을 따라다니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아베정권과 같은 시각으로 왜곡 기술했다"며 "위안부 할머니들의 분노가 아베와 박근혜 대통령을 동시에 겨냥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지난 2013년 유엔은 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권고를 채택했는데,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에서 유엔 총회의 권고를 정면으로 반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정권교과서'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규정한 헌법 제31조에 위배되며,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문제는 교과서문제를 넘어 헌법의 가치와 정신을 지키느냐 훼손하느냐의 문제"라고 거듭 비판했다.
이종걸 원내대표 역시 박 대통령이 전날 '역사교과서로 정쟁·이념대립을 일으켜 국민을 분열시켜서는 안 된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새로운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비난했다.
이 원내대표는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 10월 유신이 한국헌정을 유린했다면 딸(박 대통령)의 10월 유신은 한국 역사를 유린하려고 한다"며 "박 대통령은 역사 쿠데타를 벌이기에 앞서 일제하에서 천황에게 혈서를 쓰고 만주군과 일본군 장교로 복무한 다카키 마사오의 흔적, 남로당 청년공산주의자 박정희의 행동을 국민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압박했다.
한편,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이 만든 거리현수막에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을 허위사실 유포로 판단, 고발할 예정이다. 또한 전날 당이 진행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100만 서명 운동'을 방해한 어버이연합을 정당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