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의 준비끝에 겨우 거머쥔 세무사 자격증.
하지만 자격증을 따냈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들에게는 바로 '개업' 등 진로선택과 선택 이후 직면하게 될 '생존경쟁'이라는 더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가장 일반적 형태인(?) 개업을 하는 세무사들의 운명은 다양하게 갈립니다.
어떤 세무사는 초창기는 물론 수 년이 지나도록 월급쟁이보다 못한 수입을 벌며 외줄타기 인생을 살아가기도 하지만 어떤 세무사는 빠른 시간 내에 자리를 잡고 남부럽지 않은 수준의 수익을 올리며 시장에서 자리를 확고히 다져가기도 합니다.
이들의 차이는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세무사무소 개업, 빠른 것이 최고일까?"
세무사 시험에 합격한 뒤 수습을 마친 초보 세무사들은 저마다 살길을 찾아 떠나게 됩니다.
어떤 이들은 세무법인에 취업해 근무세무사로서 일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금융권이나 일반 회사 재무팀 취업이라는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요즘에는 세무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7급 또는 9급 세무공무원 시험을 치른 뒤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렇게 세무사 합격생들의 길은 여러 갈래로 갈리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언젠가는 세무사 시장에서 '홀로서기'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품게 된다고 합니다. 자신만의 세무사무소를 차리는 것입니다.
이때 이들이 고민하는 것은 바로 '언제 어떻게' 개업을 해야할지 여부.
수습을 마치고 바로 개업을 해야할지, 근무세무사나 금융권 경험을 몇년 하는게 좋을지, 아니면 세무공무원으로 국세청에 들어가 세무공무원 경험을 쌓는 것이 좋을지 말입니다.
이에 대해 기성 세무사들은 세무사에 합격했다고 해서 당장 개업하기보다는 여유를 갖고 사회생활경험을 충분히 쌓은 뒤 개업해도 늦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세무사업의 경우 '대인(對人)영업'이 가장 중요한데, 주로 만나는 고객들이 이미 사회경험이 풍부한 이들이기 때문에 고객들과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개업 전 사회경험을 충분히 쌓을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요즘의 트렌드는 기회가 된다면 세무공무원 생활을 일정 기간 이상 한 뒤 개업하는 것을 많이들 추천하는 편입니다. 국세청에 근무하면서 쌓은 실무적인 세무행정 경험과 인맥 등 타 직종에 근무하며 경험을 쌓는 것보다 개업에 있어서는 월등한 장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반드시 세무공무원이 아니라 다른 직종에서라도 어느 정도 직장생활을 하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된다고들 합니다. 오히려 일반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세무공무원 경험보다는 영업 측면에서는 더 나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영업에는 왕도(王道)가 없다"
아무것도 없이 달랑 사무실과 맨몸만 가지고 개업하는 초보 세무사들은 눈앞에 커다란 벽이 있는 것 같은 막막함을 느끼게 됩니다. 본격적으로 자신의 먹이를 스스로 찾아야 하는 '영업전쟁'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일단 개업 세무사로서 첫발을 내딪은 이들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로드 영업(업체를 찾아다니며 명함 돌리기) ▲각종 모임 참석(동문회, 동호회 등) ▲지인 영업 등입니다.
로드 영업의 경우 식당 주인 등 업자들의 '문전박대'를 당할수도 있다는 점, 그리고 로드 영업을 하며 전단지나 명함을 돌릴 경우 고객에 대한 신뢰가 최우선인 세무사가 고객에게 마치 '잡상인'처럼 보여질 수 있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됩니다.
하지만 일부 세무사들은 이러한 어려움을 무릅쓰고 사업자들과의 대면기회를 늘려, 결국에는 지역 내 사업자들의 신임을 얻어 고객을 늘려가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가장 선호하는 영업 방식은 바로 이런 저런 '모임'에 나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여러 모임에 참석해 다양한 사람들과 친해지면 하나둘씩 상담을 요청하기 마련이고, 그러다보면 서서히 고객을 늘려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지인영업'은 좋지 않은 영업의 대표적인 유형으로 꼽힙니다.
세무대리를 맡기는 것은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과도 같다고 볼 수 있는데, 세무사와 고객이 서로 아는 사람일 경우 이러한 부분이 특히 민감해진다는 것입니다.
또한 지인이 요구하는 '절세'(?)를 성공하지 못했을 경우 그 지인과의 사이가 틀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최악의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합니다.
영업에는 정답이 없다고들 합니다. 어떤 방법이든 고객을 유치하고 내 고객으로 머무를 수 있도록 한다면 그것이 최고의 방법이라는 것이 여러 세무사들의 조언입니다.
[초대석]
정하용 세담세무회계 대표세무사
"성공적인 개업의 '正道'를 보여주마"
현재 개업을 망설이고 있는 세무사, 직장생활을 하다가 매너리즘을 느껴 세무사를 꿈꾸고 있는 이들이라면 당장! 주목하라.
개업 5년차에 접어든, 아직은 '초짜'지만 시장에서 훌륭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세담세무회계 정하용 대표세무사(사진)가 후배들에게 개업 세무사로서 살아남는 방법에 대한 '팁(tip)'을 알려준다.
조세일보(www.joseilbo.com)는 최근 정 세무사를 만나 십수년간 굴지의 대기업 사원 생활을 하다가 세무사에 합격해 퇴사한 후 시장에서 훌륭히 자리잡기까지의 경험담을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약력]정하용 세담세무회계 대표세무사
▲1975년 ▲강원도 강릉시 ▲선덕고-경희대 기계공학과 ▲한화그룹 계열사 해외영업팀 근무(2000~2004), 지멘스(SIEMENS) 구매개발팀(부품개발.부품 품질관리 업무) 과장근무(2004~2011), 삼성그룹 계열사 전략기획팀 스카웃(2011) ▲제48회 세무사시험 합격(2011년) ▲現 세담세무회계 대표세무사
Q. 어떻게 하다가 세무사를 하게 됐나.
A. 지멘스에 있을 때는 굴지의 글로벌 업체들과의 업무도 많이 하고 유럽이나 중국, 일본으로의 출장도 많았다. 대기업에 있으면서 전문적인 시스템을 경험하고, 세계 각국의 파트너 및 업체들을 만나면서 비즈니스 감각을 키울 수 있었다. 회사를 통해 좋은 교육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멘스에 있을 동안 아침 일찍 출근해 저녁 늦게 퇴근하는 생활이 반복됐다. 출장업무와 술자리의 연속이었다. 그러면서 몸이 많이 안좋아졌다.
당시 나는 회사에 계속 있으면서 올인을 하던지, 아니면 퇴직해서 사업을 하던지 결정해야 하는 시기였다.
그런데 회사 생활을 한다고 해도 어차피 50대에는 나와야했다. 그렇다고 지멘스에서의 제조업 회사 경력과 경험을 살려 연계된 사업을 하는 것은 개인의 자본과 능력으로는 불가능했다. 내가 몸담았던 회사는 기본적으로 자본산업이고 장치산업이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업을 하기에는 리스크도 많았다.
그래서 그동안의 사회경험과 경력, 인적 네트워크를 살릴 수 있으면서도 큰 자본이 필요없고, 스스로 한만큼의 성과가 나올 수 있는 일을 찾던 와중에 때마침 친한 대학교 친구가 세무사 일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의 조언을 구한 결과 세무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것이다. 또한 공대를 나와서 근무를 하다가 결혼하고 퇴직한 내 아내도 마침 다시 모 대학 약대 한약과에 입학해 공부를 하고 있던 터라 같이 공부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세무사 시험에 본격 뛰어들게 됐다.
Q. 그렇게 세무사에 합격했다. 하지만 합격자들에게는 개업이라는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요즘 개업시장은 정말 '최악'이라고 한다. 어떻게 자리잡게 됐나?
A. 말했다시피 나는 12년간의 국내 대기업, 외국계 대기업의 경험이 있었다. 해외영업, 고객기술영업, 부품구매개발, 부품품질관리 등 회사 운용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실무지식을 갖출 수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과 각종 업무를 수행하면서 비지니스 마인드와 안목을 키울 수 있었다.
또한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났던 인맥들도 있었다. 회사생활을 통해 만났던 사람들이나 각종 모임, 동문회 등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며 영업 외연을 확대해갔다.
개업 초기 오전에는 업무와 공부로 시간을 보냈지만 오후에는 무조건 약속을 잡고 사람을 만나러 다녔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중요했다. 물론 의미없는 자리도 많았지만, 그렇다 해도 결국은 그러한 만남들이 다양한 경로로 업무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와중에 용역이나 세무컨설팅 의뢰가 들어오면 정말 최선을 다했다. 마치 회사 상사에게 보고하듯이 자료를 만들어놓고 고객에게 설명했다. 최선을 다해서 한건 한건 완벽하게 했다.
그렇게 나에게 서비스를 받은 고객은 다시 다른 사람에게 나를 소개시켜줬다. 그러면 그 고객에게 다시 최선을 다해서 서비스했다.
내 생각에는 세무사라면 사람을 만나는게 가장 중요하다. 사무실에 앉아있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안된다. 일단 나와서 누구라도 만나야 한다.
누구를 만나든 최선을 다했다. 소위 잘나간다는 세무사들도 많이 만났다. 그들을 벤치마킹하기도 했고, 좋은 조언들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법조계 등 유관 사업과 관련된 사람들도 많이 만났는데, 결국 토지수용 전문 법무법인 등 다양한 법무법인과 일하며 양도 및 컨설팅 업무도 할 수 있었다. 현재도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법무법인 건우 본점에 사무실을 두고 다양한 업무제휴를 통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
더불어 컨설팅 회사와의 업무제휴 협약을 맺었는데, 사실 컨설팅이란게 재무, 세무가 핵심이다. 그래서 이러한 컨설팅 업체의 세무컨설팅을 내가 일임하면서 그런 쪽 일거리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
말이 길었지만 결국 '사람 만나는게 가장 중요하다'는 소리다.
Q. 개업시장에서 자리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 같다. 노력의 성과는 어떠한가.
A. 어느 정도 자리는 잡았다. 기장업무 뿐만 아니라 세무조사, 조세불복, 상속증여, 양도 컨설팅 등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주로 금융기관, 부동산 업계, 법무법인, 거래처, 지인들로부터 의뢰가 들어오는 편이다. 소개받은 사람이 또 소개해주는 식이다.
최근에는 한 회사가 회사 대리점 협의회에 30억원의 지원금을 지급하면서 이를 증여로 판단, 증여세 9억여원을 신고납부한 후 차액인 21억원만 지급한 건에 대해 경정청구 업무를 수임했다.
결과적으로 상생협력 기금이라는 형태로 지급했지만 실질은 영업손실에 대한 보상금 성격으로써 증여세 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처분을 받고 납부한 증여세 전액을 환급받도록 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맡고 있는 업무를 소화하기에도 빠듯한 상황이라 무리해서 영업을 확대하지 않고 주어진 업무에 집중하며 내실을 다지고 있는 중이다.
Q. 요즘 세무사에 합격하고도 7급 세무공무원에 취업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어떻게 보는가.
A. 아무래도 세무사를 하다보면 사업하는 분들이나 나이가 많은 분 등 사회경험이 많은 이들을 상대하게 된다.
그런데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해서 세무사 자격을 딴 뒤 세무사 개업을 하면 사람들을 상대할 때 사회경험의 부재로 인한 불리함이 다소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때문에 어느 직장에서든 사회생활을 10년 정도 경험한 뒤 개업을 하는게 좋다고 본다. 물론 세무사 업무에 직접적으로 도움되는 것은 세무공무원 경험이다.
하지만 굳이 세무공무원이 아니더라도 다른 직장경험도 충분히 자신에게 자산이 된다. 오히려 영업적인 측면에서는 클라이언트를 보다 많이 알 수도 있기 때문이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A. 일단은 세담세무회계의 규모를 더 키워 세무법인으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세무회계, 법무, 컨설팅을 융합해서 제공할 수 있는 체계적인 세무법인을 해보고 싶다.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등 각 분야의 다양한 출신들이 어우려져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법인을 꿈꾸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