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이 예정된 가운데, 박 대통령이 교과서 국정화 강행 의지를 드러낼 것으로 보여 여야 갈등이 증폭될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 2013년 11월18일 열린 박 대통령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 장면. (사진 공동취재단)
◈ 27일 박 대통령 예산안 시정연설, 국정화 '뇌관' 터질 듯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이 오는 27일 예정된 가운데,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여야 갈등이 거듭 증폭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이 예산안 설명과 함께 경제활성화법 처리 외에 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밝힐 것으로 보여 야당의 반발이 예상된다.
특히 최근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반대여론이 찬성보다 지속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어 박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통해 국정화 필요성을 역설, 정국 반전을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정부의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야권과 역사학계, 시민사회는 '친일-독재 미화'로 규정짓고 있는데다, 직접 수업을 듣는 학생들과 학부모들까지 반대하고 있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교과서 국정화는 다른 사안과 달리 박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대통령 이슈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이 선거의 유·불리로서 판단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2일 여야 지도부와의 '5자 회동'에서 현행 검인정 교과서를 '좌파 교과서'로 규정하고 "국민통합을 위한 올바르고 자랑스런 역사교과서가 필요하다"며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박 대통령이 이번 시정연설을 향후 정국 운영의 추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국회에서 교과서 문제 등 주요 국정현안을 상세히 설명하고 국민을 상대로 직접 설득에 나서겠다는 판단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날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야당의 '교육부 국정화 비밀 TF(테스크 포스)'운영 지적에 대해 "그런 게(교육부 TF)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며 "교육부가 일상적인 활동이라고 밝히고 있고, 저희도 그렇게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정의당 심상정 대표,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전날(25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공원에서 열린 '한국사 교과서 진실과 거짓' 체험관 개막식에서 현행 한국사 교과서를 살펴보며 국정화 저지 서명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 새정치연합)
◈ 野, 국정화 저지 '여론전' 다각화…대통령 시정연설 '보이콧' 검토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을 저지하기 위한 새정치민주연합의 여론전이 다각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전국 주요 도시를 돌아다니며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서명운동을 전개하는 한편, 전날(25일) 종로1가 보신각공원에서 역사체험관을 열고 지역 시민들을 위해 버스로 역사체험 지방 순회를 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전라남도 여수에서 가진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서명운동에서 "박근혜 정부가 민생이 어려운 중에 역사교과서 문제로 분란을 일으킨다"며 "역사학자들과 함께 교과서 집필 거부 운동 하고 총선 이슈로 삼겠다"고 국정화 논란을 총선 이슈화할 뜻을 거듭 밝혔다.
문 대표는 "총선 다수당이 반드시 돼 입법으로 국정 역사교과서 막겠다"면서 "(행정)고시를 막아주시는 게 가장 빠른 길이며 반대 서명운동 많이 참여해주면 고시 강행을 막을 수 있다"고 여수 시민들을 향해 서명 운동 동참을 호소했다.
문 대표는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전국 모든 역사교수들과 교사들이 반대하며 국제사회의 흐름과도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역사 국정교과서는 권력이 학문의 간섭을 받는 것이라며 모두가 반대하고 있다"면서 "국회의장도 반대를 얘기하며 새누리당 수도권 의원들 대부분이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역사 교과서는 나치시대 독일과 일본 군국주의 시대, 우리나라 유신독재시대, 북한이 하고 있는데 국가가 역사교육 통제해서 국민 생각 획일적으로 조종하려고 하는 것은 독재정권에서 하던 일"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을 대비해 27일 오전 의원총회를 소집, 박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참석 여부를 논의키로 했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26일 오후 국회에서 긴급원내대책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새정치연합은 '교육부의 국정화 비밀 TF'와 관련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운영위원회 소집을 강력히 요구했다. 여권의 수용여부에 따라 시정연설 참석에 고려할 뜻도 나타냈다.
이 원내수석은 "교문위 등 소집 요구에 새누리당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 하는 것도 시정연설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데 참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