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이 깨졌다.
'금녀(禁女)의 부처'로 여겨지던 기획재정부에서 첫 여성 부이사관(3급)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김경희(사진) '역외소득·재산 자진신고기획단' 부단장이다. 기재부 소속 여성 공무원 중 부이사관급에 올라선 것은 기재부의 모태인 재무부 출범(1948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말 그대로 김 부단장은 기재부 역사의 한자락을 장식한 것이다.
세제업무에 있어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김 부단장에게는 어쩌면 새삼스럽지 않을 수도 있다. 김 부단장이 걸어온 공직 이력 자체가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와 함께 했기 때문이다.
김 부단장은 1969년 경남 통영 출생으로 통영여고와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행정고시 37회로 경제기획원(1994년)에 배치되어 공직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행시 출신 최초의 여성 사무관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후 기재부 첫 여성 서기관, 첫 여성 주무과장이라는 수식어를 지겹도록(?) 달고 다녔다.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에 대해 김 부단장은 "열심히 직무를 했을 뿐이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 부단장은 세제 분야에서 공직생활 대부분을 보낸 '세제통'으로 분류된다.
기재부 세제실 소비세제과, 국제조세협력과, 조세분석과, 소득세제과, 재산세제과 등을 거치며 세제분야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 증여세 제도를 손질하는 데 큰 공을 세운 바 있다.
그는 올해 세법개정안에 변칙적 증여를 막는 상속증여세법 개정안과 일감 떼어주기 과세 등을 입안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법무부, 국세청, 관세청, 금감원 등 관계기관 합동으로 출범한 역외소득·재산 자진신고기획단의 부단장으로 임명되면서 국장급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세제실 안팎에서는 사무관 시절부터 쌓은 굵직한 세제경력을 바탕으로 세제실의 미래를 이끌 핵심 인재 중 한 명으로 꼽고 있다. '여성'이라는 프리미엄을 거부하고 실력으로 자신의 몫을 찾는 김 부단장의 성장이 어디까지 이어질 지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