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 로열티, 아식스 등에 비해 2~3배 높아
세법의 맹점 활용…대주주에 몰아주며 세금회피
아디다스코리아가 국내 시장에서 판매 중인 아디다스, 리복, 락포트 등 주요 브랜드에 대한 상표권사용료 지급율이 국내외 주요 브랜드에 비해 적게는 수배에서 많게는 수 백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무전문가들은 그 배경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세무업계는 로열티의 경우 기부금이나 접대비와는 달리 손비인정 한도가 없는 현행 세법의 맹점을 교묘하게 악용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초고율의 로열티 계약으로 대주주 지갑을 채워주고 한국에 내는 법인세를 절감하는 일거양득의 꼼수(?)를 부린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른 외국계 브랜드들도 아디다스의 사례를 좇아 절세나 세금회피의 수단으로 상표권사용료를 높게 책정할 가능성이 높아 과세 당국의 적절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디다스코리아는 지난 십수년간 국내외 주요브랜드에 비해 엄청난 고율의 상표권(로열티) 사용료를 받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사의 상표권사용 요율은 국내외 주요브랜드와 비교 월등히 높다.
이 회사의 국제마케팅비를 포함한 상표권사용료를 보면 아디다스 브랜드가 매출액의 14%, 리복과 락포트는 각 10%다. 이 수치는 신발과 아웃도어부문 경쟁 브랜드인 아식스와 노스페이스, GOLDWIN 등의 3~5%와 비교하면 2~3배가량 높다.
특히 김기식 의원 조사 자료에 나타난 2012년말 기준 LG, SK, GS, LS그룹 지주사들이 받고 있는 요율 0.08% ~ 0.24%와 비교하면 최대 170배, 또 KB, 신한, 우리, 농협 등 7개 금융지주사들의 평균치 0.37% 대비 약 40배가량 높다.
아디다스코리아가 이처럼 타 브랜드들보다 월등히 높은 상표권사용 계약을 체결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세무업계는 합법적(?)으로 대주주를 지원하면서 법인세를 절감하는 효과를 노린 절세전략을 구사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현행 세법상 상표권사용료는 전액 손비로 인정돼 법인세 과세 소득에서 차감돼 사용료 율이 높을수록 세금을 적게 내도 되기 때문이다.
로열티 비율이 높은 회사는 상대적으로 적은 법인세를, 또 낮은 요율의 회사는 많은 법인세를 부담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상표권의 경우 그 권리의 보유주체가 대부분 본사여서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본사와 자회사간 자금이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외국계 회사가 절세전략으로 이같은 방식을 사용할 여지가 크다는 설명이다.
조세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표권사용요율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나 제재가 없을 경우 브랜드간 과세 부담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느슨한 규정은 기업으로 하여금 로열티 요율을 상향시키는 방법을 통해 법인세를 덜 내고픈 유혹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아디다스 사례 방치땐 로열티 이용한 세금 회피 도미노 우려"
실제로 아디다스코리아의 아디다스 상표권 사용계약에 나타난 지급요율 변경 추이를 살펴보면 1997년 4%를 시작으로 1999년 7%, 2000년 7.5%, 2003년 8.5%, 2004년 9.25%, 2005년 10%, 2009년 14% 등으로 계속 올려왔다. 관련 법규가 느슨한 빈틈을 활용해 절세전략을 구사해왔다는 정황이 포착되는 대목이다.
이후 2011년엔 국제마케팅비를 상표권 사용료에서 분리해 4%로 책정해 현재까지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식스코리아의 경우에도 2011년 3.5%에서 2012년 4%, 2013년 5%로 살금살금 올리고 있는 추세다. 또 KB금융지주 역시 2010년 0.05%, 2011년 0.14%, 2012년 0.16%로 상향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홈플러스도 영국 테스코(TESCO)의 상표, 로고 및 라이선스 사용료로 매출액 대비 0.05%를 지급해오다 지난 2013년 0.86%로 올린 바 있다.
이처럼 상표권사용 요율의 인상이 이를 지급하는 기업들의 법인세 회피의 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아디다스코리아의 또 다른 세금 회피 의혹은 타 브랜드에선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국제마케팅비다.
이 회사는 1999년부터 2010년까지는 국제마케팅비를 상표권사용료에 포함시켜 단일요율로 운영해왔으나 지난 2011년 이후 현재까지 별도 항목으로 분리해 운영 중인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이 부분 역시 아디다스코리아의 또 다른 세금회피 꼼수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현재 관세청과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 소송의 쟁점은 국제마케팅비를 이름처럼 국제 마케팅 활동에 실제 지출한 비용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관세법상 과세대상인 '상표사용료(로열티)'로 볼 것인지 여부다.
현행 관세법에는 수입물품 과세가격 산출시 구매자가 물품을 수입하면서 상표권을 사용하는 대가로 지급한 상표사용료 같은 권리사용료를 포함토록 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아디다스코리아가 국제마케팅비를 상표권사용료에 포함시켜오다가 지난 2011년부터 별도 항목으로 구분해 재무제표에 계상하고 수입 물품 과세가격에 본사에 지급한 상표사용료는 포함시켰지만 국제마케팅비는 가산하지 않았다.
그러자 서울세관은 국제마케팅비 역시 상표사용료의 일부로 보고 지난 2012년 관세 20억원, 부가가치세 27억원, 가산세 12억원 등 총 59억여원의 관세를 부과했고, 이에 아디다스코리아는 불복 소송을 냈다.
아디다스코리아는 1심에선 패소했지만 지난 9월 2심 판결에선 승소해 현재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아디다스코리아는 지난 16여년 동안 매출원가가 50%가 채 안 되는 상품을 국내 소비자에게 타 브랜드 상품에 비해 고가에 판매해 매년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며 국내시장서 승승장구 중이다.
이런 회사가 같은 기간 대주주에겐 로열티, 배당 등의 명목으로 1.1조원이 넘는 돈을 펑펑 퍼주면서도 기부금 총액은 12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인색한 회사다.
그것도 모자라 이번엔 법의 맹점을 교묘히 파고들어 국제마케팅비와 관련된 관세는 못 내겠다고 소송까지 불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아디다스코리아 관계자는 “현재 소송이 진행중이어서 따로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세당국은 아디다스 같은 다국적 기업이 과세회피용으로 공공연히 활용하고 있는 '개구멍'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소비자단체와 세무업계의 시각이다.
대형 세무법인의 국세청 출신 한 세무사는 “최근 한화그룹과 증권사 등이 상표권사용료 도입을 추진 중이고 그 요율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며 “이들 로열티가 세금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개연성이 큰데다 과세 형평성 논란도 제기중인 만큼 과세당국도 이에 대한 적정한 손비인정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