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일 예정보다 이틀 앞당겨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를 강행하자,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국민과 역사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맹반발하며 즉각 철회할 것을 압박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야당의 반발에 대해 '총선용 정치선동'이라고 비판하며 '민생'을 강조했다.
이날 황교안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역사교육 정상화를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검정제도로는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게 불가능하다"며 "발행제도 개선해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국정화를 밝혔다.
특히 황 총리는 "더 이상 왜곡되고 편향된 역사교과서로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다"면서 기존 역사교과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6·25 전쟁과 관련해 "너무나도 분명한 6·25 전쟁의 책임마저 북한의 잘못이 아닐 수도 있다는 그릇된 생각을 갖게 할 우려가 있다"며 "남북간 38선의 잦은 충돌이 전쟁의 직접적인 원인인 것처럼 교묘하게 기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전날(2일) 저녁부터 국회 본청에서 철야농성을 벌였던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정부의 국정화 강행을 비난하며 규탄문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당 소속 의원들은 규탄문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은 국민을 향한 선전포고"라며 "우리 국민들은 역사를 퇴행시키는 박근혜 정부를 결코 용납할 수 없으며, 국민의사에 반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승복할 수 없다"고 국정화 철회를 촉구했다.
새정치연합은 "정부는 친일‧독재 미화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반대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완전히 묵살했다"며 "역사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대다수 국민 의견도, 행정 절차도 완전히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역사교육을 국가가 통제하는 독재 교과서, 밀실에서 졸속으로 만든 엉터리 교과서로 우리 아이들의 창의성과 역사관, 대한민국의 미래까지 망가뜨리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한 "지금까지 우리 당은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한국사교과서를 만들기 위하여 전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왔다. 40만 건이 넘는 국정교과서 반대서명을 교육부에 제출했다. 학계와 시민사회 등의 반대의견까지 합하면 10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는 이 모든 국민 의견을 철저하게 묵살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여론수렴 기간 중에도 교육부에 비밀조직을 만들고 예산 편성내역을 숨기는가 하면, 국민의견 수렴은 철저히 묵살한 채 국민의 세금으로 사실을 왜곡하는 광고까지 내보내는 등, 민생파탄은 외면한 채 대한민국을 갈등과 반목의 소용돌이에 빠트리고 있는 장본인이 바로 박근혜 정권"이라며 "우리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의 국정화 고시 강행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성토했다.
새정치연합은 국정화 강행 즉각 철회를 비롯해 황우여 교육부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특히 "국민의견을 묵살하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박근혜 대통령은 사과하라"고 압박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도 국정화 확정고시를 발표한 황 총리의 담화문에 대해 "역사에 길이 남을 거짓과 궤변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얼굴에 침을 뱉는 놀라운 자기 부정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현행 교과서가 6.25는 남북 공동책임이라고 가르치고 있다는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입이 아프게 지적했다. 1948년 8월 15일은 대한민국 정부수립일이 맞고 이는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인정한 헌법에 따른 것이라는 점도 숱하게 지적했다. 도대체 얼마나 더 말해야 알아듣는가"라며 "전국 2300여개 고등학교 가운데 3개 학교만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했고 나머지 학교는 편향적 교과서를 채택했다고 국정화의 이유를 댔다"고 힐난했다.
이어 "결국 친일 독재 미화 교과서를 채택하지 않으니 국정교과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 스스로 친일 독재 미화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며 "황교안 총리의 담화문 표현을 그대로 인용하겠다. 성숙한 우리 사회는 (교과서 국정화라는 반역사적 행태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황 총리의 담화문에 대해 "더 이상 편향된 역사교과서로 우리 아이들 가르칠 수 없다는 절박감"이라며 "새누리당은 크게 공감하는 바다"라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야당을 향해 "역사교과서는 집필진에게 맡겨두고 교과서를 둘러싼 소모적인 정쟁의 늪에서 벗어나 민생의 길로 가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어 "야당은 2008년 광화문 한복판을 덮은 광우병 촛불집회 망령을 불러오려는 것인가"리며 "한글자도 쓰이지 않은 역사교과서를 왜곡시키는 숨은 의도가 무엇인가. 이에 문재인 대표는 답을 해야 할 것이다. 혹시 내년 총선을 의식한 정치선동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겨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