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빈용기보증금 인상안 실시를 두고 신경전을 벌여 온 한국주류산업협회가 실시부처인 환경부에 대해 격한 용어를 써가면서 공개토론회를 요구, 정면으로 충돌 기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주류산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주류산업협회(회장 권기룡)은 환경부가 ‘빈용기보증금 및 취급수수료 인상안’의 문제점과 심각한 부작용은 축소하면서 효과만 과대 포장하는 등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소비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두 기관의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주요 인상안의 쟁점에 대해 환경부의 지난 10월20일 보도 자료와 이를 반박하는 한국주류산업협회(이하 협회)의 지난 11일자 주장을 정리했다.
먼저 환경부는 식당 등 업소용은 전량 회수되어 도매상과 점주 간에 보증금이 거래되므로 이를 빌미로 가격을 인상하려는 것은 부적절한 상행위로 판매가를 인상할 경우 업소는 손님이 먹고 술병을 두고 갈 경우 술값에서 보증금을 할인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협회는 현행 주세부과 체계를 감안할 때 취급수수료를 인상할 경우 주세, 부가가치세, 교육세 등에 연쇄적으로 인상효과를 미치는 관계로 출고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업소가 술값에서 빈병 보증금만큼 할인해야 한다고 하지만 누가 어떻게 관리하고 할인을 했는지 안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반박했다.
소주를 예로 들면 취급수수료가 17원 인상될 경우 원가에 추가되는 비용이 36원에 이르므로 출고가 인상이 불가피함에도 정부 인가 없이는 출고가를 올릴 수 없음으로 생산자가 고스란히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현재 85%인 재사용률을 90%로 끌어 올릴 경우 연간 209억원, 95%까지 끌어 올릴 경우에는 451억원이 되므로 충분히 상쇄할 수 있으며 오히려 장기적으로 업계의 경쟁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그러나 협회는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주류업계가 추가 부담해야 할 취급수수료만도 1698억원(소주 1119억원, 맥주 589억원)으로 원가 절감과는 거리가 멀고 일본은 보증금이 5엔에 불과하지만 98%의 회수율과 재사용율 94%에 달한다고 보증금과 회수율 간의 상관관계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
특히 재사용율 제고는 돈으로 국민을 유인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구매자가 직접 빈병을 반환토록 생활 패턴 변경이 선행돼야할 문제라며 특히 현재 회수율은 95.6%로 다른 선진국들과 거의 차이가 없기 때문에 보증금만 인상하면 회수율을 더 높일 수 있는 것처럼 호도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한 환경부가 높은 재사용율을 보이는 일부 선진국 국가만 골라 예를 들면서 마치 재사용율과 재사용 횟수를 높일 수 있는 것처럼 주장하나 빈병의 백태나 흠집에 특히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의 성향을 고려하지 않는 주장이라고 덧붙였다.
빈병 회수율 제고방안에 대해서도 환경부는 보증금 제도는 귀찮아서 버리게 될 재사용 병을 소매점으로 가져오게 하는 소비자 행동을 경제적 수단으로 유인하는 제도임에도 지난 21년간 동결된 낮은 보증금 수준이 소비자로 하여금 보증금을 되찾지 않고 버리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반면 협회는 이미 대부분의 가정이 아파트 등 공동생활을 하고 이에 따른 분리수거가 일반적인 상황에서 보증금 100원 내외를 반환 받기 위해 병 한두 개를 소지하고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감내할 소비자가 많지 않은 현실을 감안하면 보증금 인상이 회수율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분석은 사실과 거리가 먼, 가정 자체가 오류라는 해석이다.
빈용기보증금 인상안 발표 이후 회수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 환경부는 9월 회수율이 8월 92% 수준에서 9월 81%로 낮아진 것은 월별 회수율 변동폭이 크기 때문에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며 보증금 인상 후 신·병의 라벨 표식을 통해 회수단계부터 구별해 지급하되 훼손 등으로 신병 확인이 어려울 때는 인상 전 보증금을 지급하고 혼합 반환에 대해서는 일괄 차감하거나 지급관리체계에서 제외하는 등 벌칙을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협회는 기계적 분류장치가 도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하루 2000만 개에 달하는 빈병에 대해 신·구병 라벨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구분하겠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가능할 수도 없는 일이며 라벨이 제거된 병 역시 구분해 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상표는 개별회사의 지적재산권으로 브랜드 가치를 담고 있는 중요 자산임에도 일방적으로 이를 무시하고 있으며 신규로 라벨을 표시하는데도 추가생산설비 투자 등 막대한 비용부담을 초래하기 때문에 철회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마지막으로 환경부는 보증금 및 취급수수료 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 소주병 100원, 맥주병 130원 인상으로는 소비자물가지수 인상효과는 0.019%에 불과 담뱃세 인상의 32분의1에 불과하고 보증금은 소비자가 전액 찾아갈 수 있는 금액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반면 협회는 보증금 인상은 자원재활용법15조2 3항에 의거 빈용기 제조원가를 고려토록 돼 있다며 용기 제조 원가는 지난 10년간 23% 인상됐음에도 보증금 인상률이 소주 250%, 맥주 260%인 것은 시행령 개정안이 상위인 법령을 위반한다는 입장이다.
취급수수료 또한 동법 15조2 4항에 물가변동률을 고려토록 하고 있음에도 소주 260%, 맥주 174% 인상안은 하위법이 상위법을 위반하는 위임의 한계를 일탈했다고 주장했다. 취급수수료가 인상된 2010년 이후 물가 상승폭은 2.3%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