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주축
대상·한샘·다음카카오 등 14개 종목…부당이득만 7억원
대형 회계법인 소속 공인회계사 수십명이 기업회계 감사 과정에서 알게 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하다 검찰에 대거 적발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와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대형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32명이 기업 감사과정에서 알게 된 미공개 실적정보를 누설하고 이를 주식거래에 이용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19일 밝혔다.
검찰은 이들이 미공개 정보인 감사대상 회사의 영업실적을 알아낸 뒤 이를 서로 공유하면서 주식 및 선물거래를 해 부당이득을 취득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부당이득을 취득한 회계사 중 직접 취득한 부당이득액이 1억원 이상인 회계사 2명을 구속기소하고, 그 이하인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 미공개 기업정보를 제공한 7명은 각각 벌금 4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로 약식기소했다.
정보를 이용하지 않고 단순 누설한 회계사 19명에 대해서는 징계절차에 회부하도록 금융위에 통보했다.
검찰에 따르면 A 회계사 등 6명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감사대상 회사의 공시 전 실적 정보를 이용해 ㈜대상 등 14개 종목의 주식 및 선물거래로 약 6억6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했다.
또 B 회계사 등 3명은 A 회계사 등과 ㈜한샘 등의 공시 전 실적정보를 이용하기로 사전에 공모한 뒤 정보를 입수해 주식 등의 매매에 이용했다.
C 회계사 등 4명은 직접 감사한 ㈜다음카카오 등의 공시 전 실적정보를 알려줘 주식 매매에 이용하도록 했고, D 회계사 등 19명은 직접 감사한 KB국민카드 등의 공시 전 실적정보를 누설했다.
이들은 실적 정보가 필요한 회사를 사전에 선정하고 각자의 인맥을 동원해 실적 정보를 입수한 뒤 이를 공유하면서 투자 종목을 선택했다. 또 입수한 미공개 실적정보와 증권사 예상실적 컨센서스를 비교해 실제 실적이 예상실적 컨센서스보다 좋을 경우 주식 또는 선물을 매수하고 나쁜 경우 선물을 매도해 부당이득을 챙겼다.
검찰은 "수사 결과 확인된 실적 정보 취득종목은 모두 31개 종목이지만 실제 투자로 연결된 것은 14개 종목"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검찰 수사는 금융위가 불공정거래에 연루된 회계사를 적발한 뒤 지난 9월 검찰에 고발하면서 진행됐다. 검찰은 지난달 해당 법인과 회계사들의 주거지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또 부당이득이 보관된 계좌를 추징보전조치를 청구해 범죄수익 은닉을 차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자본시장 파수꾼의 역할을 해야 할 회계사들이 그 지위를 이용한 음성적 비리를 적발해 소속 회계법인에서 업무처리 프로세스 전반을 다시 점검·개선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지난 8월 회계법인들이 소속 회계사의 주식투자 현황을 점검하고, 금융감독원과 한국공인회계사회가 회계법인 소속 임직원의 주식투자 관련 내부통제시스템에 대한 테마감리를 실시하는 등 회계법인의 주식거래 관리체계 개선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