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 조세소위 위원들. 조세소위는 지난 17일 무주택자 자녀가 부모와 10년 이상 산 경우 집을 물려받을 때 상속세를 100% 면제받는 일명 '효도법'을 잠정 합의했다.
상증세법, 현행 일괄공제 문제 뒤늦게 지적…15억까지 세금 면제
부모와 한 집에서 10년 이상 산 무주택자 자녀가 집을 물려받을 때 5억원까지 상속세 공제를 받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상증법)과 관련해 여야가 지난 17일 잠정합의했지만 법률상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야당 내 '재논의'기류가 퍼지고 있다.
지난 17일 국회 기획재정위 조세소위원회에서 잠정합의한 상증세법은 부모와 10년 이상 함께 산 무주택자 자녀가 집을 물려받을 때 상속세를 현행 40%에서 100%로 확대해 최대 5억원까지는 면제받을 수 있게 했다.
하지만 현행 상증법은 상속 재산에 대해 자녀와 배우자에 대해 각각 5억원을 공제(일괄공제-배우자공제)하도록 되어 있어 여야가 잠정합의한 상증세법까지 적용해 계산하면 최대 15억의 집을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그대로 상속받을 수 있게 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알고 보니 부자감세'라는 지적이 흘러나와 야권에서는 뒤늦게라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야당 측 기재위 한 관계자는 "일괄공제-배우자공제까지 적용하면 최대 15억짜리 집도 그냥 물려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말이 되느냐"며 "그런 집을 과연 소위 '없는 집'이라고 할 수 있나. 효도법이라는 취지가 전혀 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조세소위 위원인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상증법 논의 당시 "현행 40%의 상속세는 상속을 받을 때 일정정도의 세금을 내라는 의미이고 일괄공제와 배우자공제까지 10억원을 공제받고 있는데 여기에 5억원을 추가로 하면 서민 중산층을 위한 제도라고 볼 수 없다"며 "현행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조세소위 위원들이 부모와 10년 동거한다는 것을 '봉양'과 '효도'라는 상징성에 의미를 부여해 법안을 꼼꼼히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이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이라는 점에서 여당보다는 새정치연합 조세소위 위원들이 제대로 법안의 문제점을 살피지 않았다는 지적이 크다.
기재위 관계자는 "이 법안은 부모 봉양이라는 '효도'라는 데 꽂혀서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제대로 법안을 들여다보지 못한 거 같다"며 "다시 검토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누리당은 세수확보 차원에서 법안을 발의한 측면이 큰데 이번에 조세소위에 올라온 법안들이 상속세 관련 법안이 많다"며 "19대 마지막 국회이니까 여당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큰 폭으로 상속세를 깎는 방향으로 손을 대고 있다. 근데 이걸 야당이 바로잡지 못하면 되겠나"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괄공제뿐 아니라 연령문제나 세수 확보 효과도 크지 않다. 아닌 말로 요즘 부모랑 10년 살면 그게 '봉양'인지, 아니면 '얹혀사는 건지' 어떻게 아느냐"며 "현행법도 공제가 많이 되고 있는 건데, 지금 조세소위 법안을 전체적으로 심사하고 있으니 나중에 의결할 때 재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