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이하 조세소위)가 세법개정안(정부, 의원입법안 포함)에 대해 약 2주간의 일정으로 일독(一讀) 과정을 거치면서 사실상 '탐색전'을 마무리했다.
지난 2주 동안 직접적인 세수(稅收)와 관련이 없거나 사회적 관심이 다소 덜한 부분에 대해서는 합의 판정을 이끌어내며 비교적 순탄한 세법심의 작업을 진행시켰다.
그러나 세법개정안을 둘러싼 입법 전쟁은 지금부터다.
47년째 명분만 쌓고 있는 종교인 과세안을 비롯해 업무용 차량에 대한 규제강화 수위, 정책효과에 물음표가 붙은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등 정부와 국회 간 이견이 대립한 대다수의 세법개정안은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손질여부에 대한 심의가 오늘(23일)부터 진행되기 때문이다.
세법심의 '데드라인 5일' 남았다
23일 기획재정부와 국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조세소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조세특례제한법(소득세·간접세 분야 등)에 대한 초반 세법심의 작업을 마무리 짓고, 일독 과정에서 합의 판정을 이끌어내지 못한 200여개 세법개정안의 통과 여부를 놓고 재심의에 들어간다.
앞으로 조세소위에서 세법심의가 예정된 기간은 단 5일(11월23일~27일). 세법을 포함한 예산안 등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부의 되는 시점(12월1일)전까지 세법심의를 진행한다고 가정해도 약 1주일 정도다.
앞서 조세소위에서는 사회적 이슈와 맞물린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대한 심사를 진행했으나, 여야를 비롯해 이해관계자 간 의견 마찰로 대다수 법안의 통과여부에 대해 보류 판정을 내린 바 있다.
공평과세 기반을 확립하거나 세원투명성을 높인다는 방향성 아래 설계됐다고는 하나, 정책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곳곳에서 터지면서 대규모 손질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조세소위 관계자는 "정부의 세법개정안과 의원입법안에 대한 일독 과정이 마무리됐다"며 "일독 이후 여야 이견 차이가 없는 법안에 대해서는 빠르게 합의를 볼 수 있으나, 사회적 이슈를 담고 있는 법안은 막판까지 공방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과세형평성에 더해 부자감세 논란까지
우선 47년간 성역으로 머물고 있는 종교인 과세 방침이 실현될지가 최대 관심이다.
정부는 종교인 소득에 대해 세금을 물리겠다는 방향성으로 설계된 종교인 과세안의 법제화를 놓고 연일 종교계(개신교계)를 설득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23일 조세소위 차원에서 간담회를 열고, 종교계 의견을 수렴한 뒤 법제화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세시기에 대해서는 여야 이견을 보이지 않다는 점에서 법제화 가능성은 높지만, 내년 총선의 표심이 걸린 정치권이 재차 유예 카드를 꺼낼지 미지수다.
특히 부모와 10년 넘게 함께 사는 자녀에게 상속세 5억원의 혜택을 주는 방침이 '부자감세' 논란에 휩싸이면서, 당초 조세소위의 벽을 넘었던 관련 법안의 입법 추진이 무산될 여지도 있다.
경우에 따라 15억원 상당 주택에도 상속세가 면제되어 이른바 부촌으로 일컬어지는 강남3구에 혜택이 집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야당을 중심으로 제기되면서 입법 추진에 강한 제동을 걸고 있는 상태다.
'비과세' 혜택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시각차도 뚜렷하다.
대표적으로 상호금융기관에 예치된 조합원의 예탁금·출자금에 대한 비과세 혜택기간의 일몰 여부다. 정부는 정책목적이 달성됐다는 이유로 거듭 일몰 종료를 주장하고 있으나, 정치권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제도 연장에 힘이 실린 모양새다.
아울러 통상마찰의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업무용 차량 구입비용 한도 상한액을 설정하는 방침을 정부가 들고올지도 관심이 많다. 대다수 의원안이 상한액을 3000~5000만원까지 설정하면서 정부부안의 실효성을 문제를 삼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무조건적인 반대를 취하기도 어렵다.
이 밖에 통합 금융상품인 ISA를 도입하는 정부안보다 가입대상을 확대하거나 고소득층의 혜택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당초 정부안이 수정될 상황에 놓여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