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이하 조세소위)가 세법개정안(의원안 포함)의 취지에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루어 냈지만 아직 최종 합의를 보지 못함에 따라, 쟁점으로 분류된 개정안들만 골라내 협상에 들어간다.
27일 기획재정부와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조세소위는 기재위 전문위원을 비롯해 기재부 차관, 세제실장, 국장만 참석하는 비공식 간담회를 개최, 국회와 정부 간 이견차이가 뚜렷한 쟁점 법안에 대해 합의점을 찾기 위한 최종 협상에 들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이 세법개정에 대한 심의를 서두르는데는 이유가 있다.
공식적으로 조세소위에서 세법심의가 예정된 기간이 오늘(27일)까지 이기 때문이다. 조세소위는 약 3주간의 일정으로 260여개의 달하는 세법개정안에 대해 2회 독을 마무리 지었으나, 여야를 비롯해 정부와의 의견 마찰로 대다수 법안의 통과여부에 대해 보류 판정을 내린 상태다.
다만 세법개정에 대한 조세소위의 심의가 투명성 논란에 휘말릴 소지가 상존하고 있다.
조세소위 회의의 속기록이 남지 않는 간담회가 열릴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져 얻거나 양보하는 물건으로 세법을 다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밀실에서 손질된 세법이 국회의 벽을 넘었더라도, 일반인들은 논의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조세소위 내부사정을 잘 아는 정부 관계자는 "조세소위 회의가 아닌 간담회 형식으로 쟁점 법안만 골라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간담회에서는 속기록이 남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쟁점법안을 꼭 집어서 가리킬 수는 없으나, 대체적으로 사회적 논란거리를 양산하고 있는 주제로 압축된다.
우선 공평과세를 저해하고 있는 종교인 소득의 비과세를 들 수 있다.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 논란은 지난 1968년에 처음 공론화된 후, 무려 47년을 끌어온 문제다.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에 '종교소득' 항목을 신설해 내년부터 종교인의 소득에 세금을 물리는 방안(정부안)이 조세소위 협상 테이블에 놓여 있으나, 아직까지 개신교계와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논의 국면은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다만 과세시기를 늦출 수 없다는데 국회와 정부 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종교인 과세안의 법제화에 힘이 실리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탈세의 온상'으로 지적받고 있는 업무용 고가 수입차에 대한 세제해택 개선안의 향방도 주목된다. 앞서 정부는 업무용 차량의 경비처리 한도 기준을 1000만원으로 수정하면서 국회에 제출했으나, 차량 구입비용에 대한 비용한도 설정이 담기지 않음에 따라 고가의 업무용 차량이 받는 과도한 혜택을 막을 수 없다는 이유로 국회에서 퇴짜를 맞았다.
현재 차량 구입비와 유지비를 포함해 차량 1당 비용인정 한도를 설정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압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책효과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대대적으로 손질될 전망이다. 가입대상이 근로·사업소득자로 한정되어 있다는 점과 저축 규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지적에 일고 있는 상태다.
현재 새누리당과 정부가 ISA의 가입대상을 확대하고 비과세 한도를 상향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져 있다.
'부자감세'라는 비판에 직면한 동거주택 상속공제도 쟁점 법안으로 분류된다.
부모와 10년 이상 동거한 무주택 자녀가 부모로부터 주택을 상속받을 때 적용되는 공제율을 현행 40%에서 100%로 인상하는 개정안(정부안)에 잠정 합의했던 야당이 재검토를 요구하면서부터다. 법이 개정되면 경우에 따라 15억원짜리 집을 물려받고도 상속세를 한 푼도 내지 않게 될 수 있어 부자감세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