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도교육감 "영·유아 무상보육, 대통령 공약" 거듭 강조
누적 지방채만 6조 "더 이상 용납 안 돼"…정부예산 편성 압박
19대 마지막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핵심 쟁점 중 하나인 누리과정 예산 문제가 거듭 진통을 겪고 있다.
앞서 정부는 영·유아 무상보육인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부 예산으로 편성하는 대신 의무지출경비로 지정해 각 지자체별로 의무 편성토록 했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각 지자체 예산으로 의무 편성하면서 보육대란 위기를 맞은 바 있다. 지난 해 보육대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국회는 예산 심사 과정에서 5064억원을 목적예비비로 편성, 지방교육청을 우회 지원하는 임시방편을 택한 바 있다.
이에 야당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더 이상 내년도 누리과정 예산을 지자체에 편성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여야 예산안 합의에서 누리과정 예산 문제가 거듭 진통을 겪자, 전국 시·도 교육감 협의회는 30일 "국회는 예산심의와 법안심의 과정에서 누리과정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전국 시도교육감 협의회 의장인 장희국 광주시 교육감과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을 통해 ▲누리과정 예산 정부 의무지출경비 편성 ▲정부의 지방재정법 시행령의 법률 위반 해소 ▲교부금 비율 상향 조정 ▲누리과정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 등을 요구했다.
협의회는 "보편적 복지의 실현과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질 높은 무상보육은 시대적 과제"라면서 "영·유아 보육·교육에 대한 국가 완전 책임 실현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정부는 재정확보 대책 없이 누리과정을 졸속 시행해 초중등 교육의 부실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정부를 겨냥했다.
특히 시·도 교육청들이 누리과정 예산 확보를 위해 발행한 지방채가 2012년 2조원에서 2015년 6조원으로 늘어난 것을 지적하며 "그럼에도 정부는 내년도에 4조원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기획재정부와 교육부는 교부금과 전입금의 증가로 지방교육재정이 개선됐다고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면서 "시·도 전입금이 1조 4천억원이 늘어날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 증가 규모는 4천5백억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지난 11월 26일 열린 협의회 총회에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은 법률적으로 교육감의 책임이 아닐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시·도 교육청의 재원으로는 편성 자체를 할 수 없는 실정이므로 2016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며 거듭 누리과정 예산의 중앙정부 의무지출 경비 편성을 압박했다.
협의회 의장인 장 교육감은 "금년 예산국회가 막바지에 이르렀는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시·도교육청에 떠넘긴 누리과정 예산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매우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이라며 "국민께 호소 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여러 차례 실무 논의 과정에서 정부가 말하는 시·도 전입금 1조 4천억원의 근거를 제시해 달라고 했는데 하는데 근거를 대지 못하고 있다"면서 "(특히 경기도의 경우) 학교 용지부담금 5천억원을 누리과정 예산으로 쓰라고 하는데 2011년 이후 경기도는 5천억원을 10년 간 분할해서 받는 것이다. 그것은 매년 50개 이상 학교를 신설하는 데 쓰일 학교설립비용이지 누리과정에서 쓸 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 기재부는 솔직하게 국민들에게 이야기해야 한다. 누리과정을 편성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압박했다. 또 누적된 지방채를 강조하며 "더 이상의 지방채로 누리과정 예산을 충당하는 것은 용납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협의회는 정부가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변경해 시·도 교육청에 누리과정 예산을 의무 편성토록 한 것에 대해서도 상위법인 교부금법 위반이며 교육감의 예산 편성권 무시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