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 전경.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이하 기재위)가 80여건에 달하는 의원발의 세법개정안을 모두 폐기했다.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가 합의를 통해 만들어진 세법개정 수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동일한 정책목표를 담고 있는 법안들의 '존속가치'가 상실됐기 때문이다.
폐기된 대다수의 법안은 '비과세·감면' 제도와 관련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대체적으로 기업의 고용부분에 대한 세제혜택을 대폭 늘리거나, 증여세 면제 사유의 폭을 넓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 세법심의 과정에서 과도한 세제혜택은 물론 조세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외면당하다가 결국 먼지처럼 사라지게 된 것이다.
지난 7일 기재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본회의에서 통과된 수정안과 관련한 법인세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 조세특례제한법 등 85건의 의원입법안을 폐기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 부자감세 논란 '가업상속공제' 올해도 좌초 = 우선 부자감세 논란으로 지난해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부결됐던 가업상속공제의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이 올해도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에 담기지 못했다.
앞서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은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 기업 기준을 매출액 3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하고 30년이 넘은 중소·중견기업(명문 장수기업)의 가업 상속 공제한도를 최대 1000억원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야당을 중심으로 "매출액 기준을 확대한지 1년 밖에 되지 않았다"는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법안 추진이 반대에 부딪힘에 따라 법안은 본회의 문턱에도 가보지 못하고 좌초됐다.
국가유공자 등의 유족이 증여받는 성금에 대한 증여세를 비과세 하려는 방안도 의원입법안이 4건에 달했지만, 말의 표현만 다를 뿐 중복되는 내용이어서 하나의 안으로 통합됐다.
구체적으로 의원입법안에 명시되어 있는 '공무 중 순직한 자'이거나 '다른 사람의 생명 신체 또는 재산을 구하기 위해 사망한 자' 등이 이미 통과된 안에 명시되어 있는 국가유공자 및 외사자 범주에 속해 있다.
영농상속공제의 한도를 현행 5억원에서 30억원으로 상향조정하는 방안(박덕흠 의원안)도 국회 논의테이블에 올랐으나, 한·캐나다와 한·호주 FTA 비준 동의안의 국회 통과 시 후속대책으로 영농상속 공제한도를 15억원으로 확대하기로 여·야가 합의했다는 이유로 폐기됐다.
□ 일자리는 늘려야 하는데…세제혜택은 인색(?) = 중소기업 취업자에 대한 근로소득세 감면율을 조정하는데도 세법 심의과정에서 이견을 보인바 있다.
앞서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을 통해 내년부터 3년 간 청년과 고령자, 장애인 등 중소기업 취업자에 대한 소득세 감면율을 최대 150만원까지 50%에서 70%로 인상키로 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으로 청년층을 유도하기에는 세제지원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은 현행 소득세 50% 감면을 다시 100% 면제로 환원하고 일몰기한을 2016년까지 1년 연장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세제혜택의 폭을 급격하게 늘릴 수 없다는 반대의견이 거세지면서 해당 방침은 뒤로 밀려나게 된 것.
소득세 70% 감면안은 내년부터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에게 적용된다.
또한 근로장려금이나 자녀장려금을 받는 사람이 체납세금이 있는 경우 '본인이 동의한다'는 전제에만 체납액에 충당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새정치 김관영 의원안)이 추진됐으나, 국세환급금은 국세 체납액에 우선 충당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이유로 폐지됐다.
제주도 회원제 골프장 입장료(그린피)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 면제 기한을 2020년까지 연장하는 법안도 나왔으나, 개소세 면제가 아닌 다른 지원책으로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면제기한을 재연장하는 대신 개소세는 향후 2년간 75%만 감면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 "업무용 차량 가격으로 규제하자니까…" = 국회의 벽을 넘은 업무용 차량 과세안은 업무용 차량 사업자들이 운행일지를 쓰지 않더라도 차량 구입 및 유지비용에 대해 연간 8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고가의 차량이 한 번에 과도한 비용 처리를 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다는 취지에서다.
반면 폐기된 업무용 차량 과세안은 차량 차격에 상한선을 두고 있다.
새정치 김동철 의원이 발의한 안은 법인이 구입·리스·렌트한 승용자동차에 대한 비용처리 한도를 3000만원으로 제한했으며, 같은 당 김영록 의원안도 업무용 자동차의 취득 또는 임차, 운행 및 유지·관리에 지출된 비용의 손금산입한도를 1대당 5000만원으로 제한했다.
여당 역시 차량 구입비용 '상한선'에 찬성표를 던졌다.
새누리 김종훈 의원안은 내국법인이 업무용 자동차를 취득하거나 임차하는데 지출한 비용의 손금산입한도를 1대당 3000만원으로, 같은 당 함진규 의원안 역시 업무용 자동차의 취득이나 임차에 지출된 비용의 손금산입 한도를 4000만원으로 제한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업무용 차량 가격에 한도를 두자는데 목소리를 냈으나, 정부가 통상마찰을 비용인정 기준을 차량가액으로 할 경우 FTA 위반 등 통상마찰을 유발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면서 결국에는 이들 법안이 모두다 좌초됐다.
다만 업무용 차량 가격에 한도가 없고, 이를 경비로 처리하는 기한도 제한을 두지 않았다는 점에서 현행 제도와는 달라진 것이 거의 없을 정도다. 이를 근거로 고가의 업무용 승용차에 대한 규제가 제대로 작동 될 것인지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