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與, 결선투표제 놓고 친박-비박 정면 '충돌'
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끝나는 9일 여야는 내년 총선을 둘러싼 계파 갈등으로 '내홍'에 시달리고 있다.
본격적인 '룰 전쟁'을 앞둔 새누리당은 결선투표제에 대해 친박-비박 간 찬반 논쟁을 벌이면서 원색적인 '충돌'양상을 빚었다.
대표적인 비박계인 이재오 의원(사진)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지난 6일 밤 비공개 긴급 최고위원회의 만찬을 통해 도입키로 한 결선투표제를 문제 삼았다.
이 의원은 "이건 중요한 문제이기에 당헌당규에 그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당 당헌당규에는 결선투표제 자체가 없다"며 "후보경선의 중차대한 문제를 의총에서 말도 하지 않고 기정사실화 하는 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절차도 옳지 않고, 특히 수도권에서는 부작용도 많다"고 거듭 비판했다.
이 의원은 "결선투표에서 떨어진 후보가 본선에서 지원을 하겠나"라며 "진 사람은 지원을 안 한다. 1차에서 떨어진 사람도 당선자를 안 돕는데 2차 결선투표에서 떨어진 사람이 돕겠느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본선이 따로 있는데 후보 경선을 2번 치르는 제도가 과연 어느 나라에 있는 건지 모르겠다"며 "이게 합당한 건지. 물론 장점도 있겠지만 현 상황에서는 결선투표는 문제점이 더 클 수가 있다"고 재차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이 의원은 현행 당헌당규대로 '당원50%, 일반국민 50%'의 경선룰에 대해서도 "신인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야 하는데 그러려면 원내위원장이 관리하는 당원들의 경선 참여 비율을 줄여야 한다"며 "그런데 오히려 당원 권한행사를 50대 50으로 하는 건 맞지 않다"고 국민 참여비율을 높이자는 김무성 대표의 안을 거들었다.
또 "특정지역에서 특정인 배제를 위해 공천 룰을 만든다는 게 사실이면 이게 민주정당에서 특히 국민정당을 표방하는 우리나라에서 공천 때만 되면 특정인을 배제하기 위해 새로 제도를 만들고 이렇게 하면 당이 되겠나"라고 친박계를 겨냥하기도 했다.
이에 범친박계로 분류되는 이인제 최고위원이 나서 "아무 문제없다"고 맞섰다. 그는 "결선투표제는 경선의 한 방식으로 이건 당헌·당규와 아무 상관없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최고위원은 "결선투표제는 여러 나라에서도 많이 하고 있다"며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도 결선투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결선투표제를 전 지역구에서 다 하는 게 아니라 1차 경선에서 1등한 사람이 과반인 50퍼센트를 넘지 못할 경우 차점자와 마지막 결승을 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공개로 돌입한 회의에서는 친박계 초선인 이장우 대변인이 나서 이 의원을 향해 "이재오 의원의 발언은 부적절하다"면서 "대통령과 당이 시급한 민생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 공개적으로 분란을 일으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비박계인 권성동 전략기획본부장이 "당 대변인의 발언으로는 부적절한 것 아니냐"며 이 의원의 발언을 지적했다.
설전을 계속 지켜보던 김 대표도 이 대변인을 향해 "오늘은 최고중진연석회의이니 만큼 중진 의원이 한 얘기에 대해 무례하게 발언하지 말라"고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왼쪽)가 9일 최고위원회의에 연속 불참하면서도 의원총회에는 참석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이 원내대표와 함께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고 있는 최재천 정책위의장 등 당직자들을 향해 "당직을 사퇴하지 않으면서 당무를 거부할 경우 교체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사진 새정치연합)
◈ 분당위기 새정치, 文 최고위 불참 이종걸 등에 "교체 불가피" 경고
여당보다 더 격렬한 '내홍'을 겪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은 내년 총선승리를 위한 지도체제를 둘러싸고 주류-비주류 간 격돌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문재인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전제로 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하자는 주장이 터져 나오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가 '칩거'에 들어가며 문 대표를 압박, 나아가 탈당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어 당내에서 탈당과 분당 사태를 피하기 위해 문 대표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
수도권 의원들인 조정식 김상희 김현미 민병두 오영식 우원식 의원 등 10명은 국회에서 모임을 갖고 이르면 10일 수도권 전체의원의 의견을 취합해 문·안(문재인·안철수) 양측에 전달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걸 원내대표와 원혜영 박영선 박지원 전병헌 의원 등 전직 원내대표들과의 조찬회동 자리에서도 전병헌 현 최고위원을 제외한 나머지 참석자들은 문 대표 사퇴의 필요성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를 연속적으로 불참하면서 문 대표와 갈등을 벌이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당무거부'는 아니라고 밝히면서 문 대표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불참하는 이 원내대표와 최재천 정책위의장을 향해 “당무를 거부하려면 당직을 사퇴하는 것이 도리”라고 원내대표직 사퇴를 촉구했다.
김성수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표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당무 거부 사태는 대단히 유감스럽다. 당무를 거부하는 당직자들에게 경고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이 원내대표에 대해 "원내대표는 전체 의원들을 아울러야 하는데 특정 계파에 서서 당무를 거부하는 것은 문제"라며 "당직을 사퇴하지 않으면서 당무를 거부할 경우 교체할 수밖에 없다는 경고의 말씀을 드린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 원내대표의 경우 의원들이 직접 선출한 선출직이어서 문 대표가 교체시킬 수 없다. 하지만 대표 임명권한인 최재천 정책위의장 등 다른 당직자들은 교체가 가능하다.
한편 새정치연합은 이날 당무위원회를 열어 안철수 의원이 제안한 10대 혁신안과 관련, 최고위원회에서 재논의를 거친 뒤 오는 14일 중앙위원회에 부의하기로 결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