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3월5일, 이제 갓 약관(弱冠)의 나이가 된 청년은 청운의 꿈을 안고 국세청에 입문했다. 청년의 첫 임지는 청주세무서 총무과.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그 시절, 그는 이를 악물고 주어진 업무에 매달렸다.
임지를 여러번 옮기고,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 몇 번의 승진을 했다. 그렇게 쏜살같이 지나버린 시간들이 39년 세월로 쌓였다. 20살의 청년은 어느덧 백발이 희끗한 중년의 신사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평생을 짊어지고 온 국세공무원의 의무와 책임을 내려놓고 조용히 '자연인'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신충호 용산세무서장(사진)이다.
신 서장은 '화합'의 아이콘이라는 별칭처럼 어느 부서에 속해 있든 상하 동료들과 스스럼없이 어우러질 줄 아는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국세청에서 가장 힘든 보직 중 하나로 꼽히는 대변인실에서 수 년 넘도록 근무한 것도 그의 이런 성품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일. 국세청을 다소 삐딱하게(?) 바라보는 언론사 기자들과 아침 저녁으로 부대끼며 조직을 위해 더 없는 헌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도 대변인실에서 근무하던 시절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언론인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그때는 하루가 멀다하고 언론인들과 점심, 저녁자리를 하는 통해 건강도 많이 상했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을 그 시간들이 지금은 너무 소중하게 생각된다. 당시 함께 했던 언론인들도 나를 오래도록 기억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서글서글한 성품 뒤에는 '냉철함'도 숨겨져 있다.
잘 보이지 않을 뿐, 그의 이력을 뒤져보면 금새 눈치 챌 수 있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서울국세청 조사4국에서 대변인실 근무기간 만큼이나 오랫동안 근무했다. 특히 꼼꼼한 분석력과 판단력이 요구되는 '417(서울청 조사4국1과7계)'을 이끄는 팀장으로(세원정보담당) 그가 일했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상당히 드물다.
이외에도 납세자보호(남양주세무서 납세자보호담당관), 심사분야(국세청 심사1과) 등 국세행정의 핵심적인 분야에서 모두 근무, 여러 방면의 탄탄한 실무지식을 갖추고 있는 인물이다.
지난 2011년 5월 서기관으로 승진한 후 동래세무서장과 서울청 조사4국3과장을 거쳐 아무한테나 허락되지 않는 강남세무서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는 "9급 출신이 서기관으로 승진한 것도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최고의 세무서로 꼽히는 강남세무서장으로 일할 수 있었다는 것 또한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너무 많은 혜택을 받았으니, 앞으로의 인생은 베풀면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평소 친분이 두터운 후배 세무사와 의기투합, 세무대리인으로서 멋진 제2의 인생을 꾸려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아울러 바쁘다는 핑계로 살뜰히 챙기지 못한 가족들을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동안 많은 것을 못해준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당연히 좋아하겠지만(웃음) 앞으로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할 것이다. 또한 세무사로서 나를 찾는 납세자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 세무사로서 돈을 많이 벌기 보다는 의미있는 일을 하는 세무사로 살아가고 싶다. 국세청을 매개로 만난 동료 및 지인들에게 감사하다. 그리고 한마디 더 하자면 언제든지 전화 기다리고 있겠다. 기회를 주면 어디에 있든 달려가 소주 한 잔 함께 하고 싶다(웃음)."
[프로필]
▲1957년 ▲충북 청원 ▲청주상고-건국대(경영) ▲일반공채
▲청주세무서 총무과, 국세청 조사국, 남양주세무서 납세자보호담당관, 서울국세청 조사4국, 영등포세무서 세원관리1과장, 국세청 심사1과, 국세청 대변인실 공보2계장, 대변인실 공보1계장, 동래세무서장, 서울국세청 조사4국3과장, 강남세무서장, 용산세무서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