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내수 진작을 위해 지난 8월 27일 자동차 개별소비세(옛 특소세)를 올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5%에서 3.5%로 한시적으로 30% 인하하는 조치를 내렸다.
당시 꼭 새로운 차가 필요하다기보다는 주위에서 이참에 차를 바꿔보는 게 어떠냐는 부추김에 차값을 조사해보니 분명 7월 판촉 전단지에는 K자동차의 중형 SUV 차량가가 2765만원(세금 포함)이었는데 한달 뒤 판촉 전단지에는 동급 차량의 가격이 2845만원으로 오른 것을 발견했다. 9월 전단지에는 개별소비세 인하로 해당 SUV차량에 ‘최대 65만원’의 인하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는 내용이 덧붙여져 있었다.
결국 필자가 선택하려던 차종의 옵션 가격은 소비자가 기준 80만원이 올랐으니 40만원 남짓한 세금인하 효과가 무색했다. 당시 입맛이 써서 딜러에게 물어보니 ‘전단에 표시된 차량가격보다 실제 옵션은 더 많이 들어가서 그렇다’, ‘8월 이후에 출시된 차량은 2016년형이라 차량 가격이 높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다른 딜러는 내년도 옵션은 매년 전년도 초가을에 나오는 게 상례지만 구체적으로 몇월이라고 못박을 수는 없다고 이야기했다.
필자 생각으로 8월 전단지가 상당히 오래전에 기획됐을 것이라 감안하면 이미 7~8월에 자동차 업계는 특소세 인하를 예견하고 자동차값 인상을 준비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2016년형이라 해도 2015년형과 디자인만 대등소이할 뿐 엔진이나 플랫폼이 그대로란 것은 웬만한 소비자는 다 안다. 이런 경우가 비단 K자동차뿐이겠는가.
최근 경제 수장은 “우리 경제가 내수 중심의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성장 모멘텀을 이어간다면 내년에는 3%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고 낙관했지만 이같은 자동차값 인상 사례에서 보듯 주도면밀하지 못한 소비자는 정부의 내수진작 정책에 휘둘리는 연악한 존재일 뿐이다. 그래서 아직 연말이 오기 전에 차를 바꿔보려는 소비자에게 알고나 당하라고 알려주고 싶은 것이다.
최근 포르투갈 출장을 갔다가 내가 선택한 저가 렌트카의 차종(르노)이 동일 조건으로 독일 벤츠의 소형 SUV로 바뀌는 행운을 맛보았다. 포르투갈 경유 가격은 ℓ당 1532원으로서 635㎞를 달리는 데 기름이 13ℓ(비용 17.03 유로, 1만9925원)밖에 들지 않았다. 렌트카 회사의 계산 착오가 분명히 있었다고 가정해도, 고속도로 주행 구간이 전체 이동거리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했음을 감안해도 1ℓ로 48.8㎞나 간 셈이다. 이 차는 정지 시에는 자동으로 엔진이 꺼지게 돼 있고 최신 CRDi(Common Rail Direct Injection engine)를 채택해 연소효율이 높았다.
일반적으로 벤츠 SUV는 도심 연비 14㎞, 고속도로 연비 17~19㎞이다. 그러나 내가 구입하려던 중형 국산차 SUV의 연비는 그냥 12.9~13.5㎞로만 돼 있다. 국내서 통용되는 복합연비는 도심주행연비(55%)와 고속주행연비(45%)를 각각 측정한 뒤 이를 가중치를 부여해 합산하게 돼 있다. 실제 측정 연비가 제원 상 연비보다 5% 이상 낮으면 부적합으로 판정된다.
정부의 소비 회복 전망은 착시다. 저소득층의 저임금 수렁과 중산층의 붕괴는 요지부동의 현상이다. 국내 자동차 기술이 많이 높아졌다지만 독일에 비하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지난 8월 ‘코리아그랜드세일’, 10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세일’, 11월 ‘K-세일’까지 정부가 주도한 ‘관제(官制)’세일을 놓고 각 백화점 등이 사전에 슬그머니 원래 가격을 높여 세일로 인한 가격인하 혜택을 줄였다고 의심하는 눈초리가 많다. 관제 내수진작책과 관제 세일에 우롱당하는 다수의 소비자가 측은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