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원 광주지방국세청장이 28일 퇴임식을 갖고 정든 국세청을 떠났다. 사진은 지난해 국세청 개인납세국장 재직 시절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조직에서 존중 받지 못하면 개인이 조직을 위해 헌신할 이유가 사라진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주목받지 못한 보직에서도 불만을 갖지 않고 묵묵히 업무를 수행해온 한 '국세맨'에게는 이 말이 통용되지 않는다. 28일 명예퇴임식을 갖고 39년 국세공무원 생활을 마감, 국세청 문턱을 나서 '자연인'으로 돌아간 신수원 광주지방국세청장(사진) 이야기다.
남들이 가진 자리에 비해 빛이 나지 않는 자리에 있어도 한 웅큼의 불만도 가지지 않고 조직에 헌신해온 영향인지, 그는 국세청을 지탱하는 '숨은 일꾼'으로 평가받았다.
화합과 융화를 모토로, 최고 보다는 최선의 결과 도출을 추구하는 그의 업무스타일은 선후배 국세공무원들 사이에서 '불편함 없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잘 도와주는 관리자'라는 평가를 낳게끔 만들었다.
1957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난 그는 그야말로 질풍노도와 같은 젊은 시절을 보냈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린(?) 그는 검정고시로 고교 졸업장을 따낸 뒤 곧바로 공무원 시험(7급)에 도전, 별 어려움 없이 합격증을 거머쥐었고 국세공무원으로서의 인생을 시작했다.
다양한 임지에서 경력을 쌓은 그는 지난 1996년 사무관으로 승진, 논산세무서 간세과장과 국세청 부가가치세과, 구로세무서 부가가치세1과장, 서울국세청 감사관실 등에서 일했다. 서울국세청 조사1국 등에서 일하며 남부럽지 않을 정도의 세무조사 업무경력도 쌓았다.
사무관 승진 10년만인 2006년 서기관으로 승진, 진주세무서장을 시작으로 중부국세청 조사3국3과장, 중부국세청 조사3국2과장을 거쳤다. 2010년말 국세청 전자세원과장으로 뒤늦게 본청에 진입했으며 당시 국세청의 주력사업이었던 전자세금계산서 제도가 안착되는데 톡톡한 기여를 했다.
마음 졸이며 기다리던 부이사관 승진 임명장을 거머쥔 그는 이후 고속 승진가도를 타며 중부국세청 납세자보호담당관을 거쳐 부이사관 승진 단 1년여만에 고위공무원 승진 및 본청 국장(개인납세국장) 진입이라는 쾌거를 만들어냈다.
다시 1년만에 호남 지역 세정 컨트롤 타워인 광주지방국세청장에 올라서며 '신화'를 써냈다.
'마당발'로 불릴 정도로 인맥도 넓고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일을 좋아하는 그의 성품은 주변인들로부터 '인기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도와준 최고의 무기. 주변인들의 고충과 애환, 기쁨을 함께 나누는 일을 마다치 않은 그는 의리의 아이콘으로도 평가받았다.
40여년 국세공무원 생활을 마감하는 순간까지도 나보다 조직을 우선시했다.
신 청장은 28일 진행된 명예퇴임식에서 "국내경기 회복이 지연됨에 따라 내년에도 국세행정 집행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이러한 시기에 여러분들에게 무거운 짐을 미루고 떠나게 되어 송구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열정과 패기가 넘치는 여러분이 계시기에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약력]
▲1957년 ▲전남 해남 ▲대입검정 ▲일반공채(7급)
▲논산세무서 간세과장, 국세청 부가세과, 구로세무서 부가1과장, 서울지방국세청 감사관실, 서울국세청 조사1국3과, 서울국세청 조사1국1과, 진주세무서장, 중부국세청 조사3국3과장, 중부국세청 조사3국2과장, 도봉세무서장, 국세청 전자세원과장, 중부국세청 납세자보호담당관, 국세청 개인납세국장, 광주지방국세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