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인하 등 잇따른 악재에 새해 예산 전면 재검토
카드사들이 금융당국의 중소 가맹점 카드수수료율 인하 조치로 수수료 수입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형가맹점까지 수수료인하를 요구하는 바람에 아직 2016년도 예산도 확정하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이 늦어도 이달 초엔 확정돼야 했지만 가맹점 카드수수료율 인하폭이 생각보다 커 예산안을 전면 재검토에 들어가 있는 상태"라며 답답해 했다.
그는 "예산이 확정돼야 사업계획 구축 등 후속조치가 이뤄지는데 대형가맹점의 요구까지 가세한 상태여서 도무지 대책이 안선다"며 "카드사 본연의 업무는 물론 핀테크 활성화 및 신사업 진출에도 큰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일 영세 · 중소가맹점 및 일반가맹점에 대한 카드수수료율을 내년 1월말부터 0.3 ~ 0.7%포인트 인하겠다고 발표했다.
금융업계는 이번 수수료율 인하조치로 내년부터 카드업계 수익이 연간 최소 6700억원에서 최대 1조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대형가맹점들도 지난달 영세·중소 및 일반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만큼 수수료율을 똑같이 내려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서 경영계획을 세우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카드사들은 절대 안된다고 맞서고 있지만 카드업계로선 악재가 아닐 수 없다. 대형가맹점 업계의 카드수수료율까지 내려갈 경우 카드사들은 '수수료수입 0원'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카드수수료율 인하율 지나치다" 비판 목소리 일어
카드업계가 이처럼 어려운 상황으로 몰리자 가맹점 카드수수료율 인하폭이 지나쳐 카드사들을 옥죈다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최지현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영세·중소가맹점 및 일반가맹점 카드수수료율 인하와 관련, 지난9일 보고서를 통해 "이번에 내린 가맹점 카드수수료율 폭은 과도하다"고 비판했다.
금융위원회는 카드채 금리가 2012년 6월말 기준 3.83%에서 지난 6월말 기준 2.10%로 1.73%포인트 하락해 자금조달비용이 줄어든 만큼 수수료율을 인하할 여지가 있다며 인하를 추진했다.
이에 대해 최지현 조사관은 "신용카드의 경우 대금결제까지 한 달이 걸리므로 자금조달비용 감소에 따른 비용감소 효과가 사실상 크지 않다"며 "체크카드도 저금리로 인한 비용감소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정훈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카드사들의 이익이 늘었기 때문에 가맹점 카드수수료율를 낮춰줘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주장은 그 자체로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신한카드 BC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하나카드 우리카드 국민카드 롯데카드 등 카드업계는 2011년 2조1000억원, 2012년 2조1000억원, 2013년 1조7000억원, 2014년 2조2000억원, 2015년 상반기 1조1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정훈 연구위원은 "이같은 지표들을 살펴보면 지난 몇년간 카드사들의 수익성은 정체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카드업계가 이러한 지경에 이른 결정적 이유는 정치권이 내년 총선 표심을 의식한 탓이라는 시각도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업계가 이처럼 어려움에 처한 것은 정치권이 내년에 있을 총선에서 표를 더 많이 얻기 위해 선심정책을 쓰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여야가 길거리 여기저기에 내건 현수막들만 봐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