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 계열의 알루미늄 제련, 정련 및 합금 제조업체 '포스코엠텍(대표이사 이희명)'이 국세청과 거액의 세금을 놓고 벌인 조세불복에서 승리, 납부했던 세금 전액을 되돌려 받았다.
특히 세무조사 및 조세불복 과정에서 국세청이 애초부터 부실하기 짝이 없는 과세논리로 회사에 세금을 부과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가기관으로서의 체면을 구겼다.
국세청은 지난 2013년 7월11일~2014년 5월1일 무려 10개월 가까운 기간 동안 포스코엠텍에 대한 법인세통합 세무조사를 실시해 435억원에 달하는 부가가치세(390억원) 및 법인세(44억원)를 추징한 바 있다.
이는 2014년 말 기준 포스코엠텍의 자기자본 1592억원의 27%에 해당하는 규모. 자료상과의 거래를 통해 거짓세금계산서를 꾸며 세금을 탈루했다는 것이 국세청의 세금추징 이유였다.
포스코엠텍은 이에 불복, 2014년 8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고 심판과정에서 국세청의 과세논리를 무너뜨리고 지난해 12월 조세심판원으로부터 인용(납세자 승소)결정을 받아냈다.
국세청은 왜 포스코엠텍을 털었나
문제는 포스코엠텍이 도시광산(산업 원료가 되는 금속자원이 폐기물 형태로 도시지역에 분포, 광산(鑛山)규모를 이룬 것) 전문업체 나인디지트와 리코금속을 인수하면서 불거졌다.
포스코엠텍은 2010년과 2011년 이들 두 계열사를 잇따라 인수하며 2013년 1월 흡수합병에 이르게 됐는데, 세무조사 과정에서 이들 두 업체와 관련된 과거 폐동 거래분이 국세청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것이다.
심판원의 결정문에 나타난 추징 근거를 살펴보면 국세청은 포스코엠텍의 매입처가 자료상(허위 세금계산서를 중간에서 공급하는 사업자)으로 확정되어 고발된 업체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매입처의 명의상 대표자가 무자력이거나 무재산이고 검찰 진술에서도 실질적인 사업자는 따로 있다고 진술한 증인이 있다는 것. 또 짧은 기간 고액의 매출실적이 있는 점, 세무조사 시 명의상 사업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점 등으로 볼 때 실제 사업자는 따로 있다는 주장이었다.
아울러 국세청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매입세액을 공제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포스코엠텍이 전전단계에 '폭탄업체'(실제 거래 없이 세금계산서만 주고받는 업체)를 통한 부정거래가 있었음을 알면서도 자신의 이익만 도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국세청이 제기한 과세근거는 포스코엠텍이 매입처로부터 교부받은 세금계산서가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인지, 매입처로부터 교부받은 세금계산서가 신의성실 원칙을 위배한 것인지, 두 가지 쟁점으로 나뉘게 된 것이다.
과세근거 번복, "국세청이야 말로 신의성실 위반"
포스코엠텍은 심판과정에서 부정거래를 해야 할 동기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포스코의 자회사로, 임직원 모두가 전문경영인이며 또한 부정이익이 어느 누구에게도 귀속된 사실이 없다는 것.
그러면서 거래는 실제 폐동을 공급받은 것으로서 철저한 내부통제 시스템으로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서류가 충분히 보관되어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엠텍은 이 과정에서 증거서류를 확인한 국세청이 과세근거를 바꿨다며 국세청이야 말로 신의성실 원칙에 어긋난 행동을 했다고 지적하기까지 했다.
포스코엠텍에 따르면 국세청은 세무조사 시점부터 심판청구 1차 답변 시까지 일관되게 포스코엠텍이 무자료로 폐동을 구입해 매출한 후 쟁점매입처로부터 실물거래 없이 가공세금계산서를 수취했다는 주장을 유지했다.
하지만 포스코엠텍이 쟁점매입처가 부담한 운반비 증빙자료(운반비 세금계산서, 거래처원장, 차량등록 원부 등)를 제출하자, 실지 매출자가 법인이 아니라 매입처의 임직원인 개인이 실지 매출자라고 하면서 과세근거를 번복했다.
가공계산서 발급에서 엉뚱한 임직원 개인 거래 논리를 갖다 댄 것이다.
이 같은 국세청의 태도에 포스코엠텍은 신의성실에 어긋나는 것이고 거래는 법인인 매입처의 인적자원과 물적 설비를 활용해 거래가 되었고 계약이나 매매거래, 대금지급 등 모든 행위가 법인과 거래한 것이라고 다시 반박했다.
아울러 국세청이 또 다른 과세근거로 삼은 신의성실 위반에 대해선 거래와 관련해 신의를 배반한 사실이 없고 영세율 적용(수출) 업체의 경우에만 적용하는 대법원 판례를 국세청이 무리하게 이번 거래에 원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9일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포스코엠텍 세금 환급 공시. 포스코엠텍은 조세심판원의 결정에 따라 국세청으로부터 추징당한 434억7816만원을 돌려받았다.
'증빙'이 살렸다
포스코엠텍이 이번 불복소송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증빙의 힘이었다.
국세청은 회사가 내놓은 증빙들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막무가내식' 주장을 펼쳤지만 심판원은 사실관계를 입증하는 진정한 증거서류를 아무런 이유 없이 조작되었을 것이라는 막연하고도 추상적 판단으로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근거과세 원칙에 위배된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 포스코엠텍은 폐동거래 시 준수해야할 내부규정에 따라 최초 거래 시에는 사업장을 방문해 사무실, 야적장 등을 확인했고 대표자 등 책임자를 면담한 후 사업자등록증, 법인등기부 등본 등 각종 서류를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폐동 이동에 따른 무게를 계량하는 계근 시간과 계근 장소, 운반차량의 번호와 운전기사 인적사항을 일일이 확인해 운송 전 과정을 체크하고 매입처와 매출처의 계량증명서를 최종적으로 확인한 후 세금계산서를 수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정적으로 매입처가 운전기사들에게 제공한 운반비를 지급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허위계산서라고 주장했던 국세청의 과세근거가 무참히 깨지게 됐다.
결정문에 따르면 운송비는 모두 포스코엠텍의 매입처에서 부담했는데, 포스코엠텍이 무자료로 폐동을 매입했다면 13개나 되는 매입처에서 326명이나 되는 운전기사에게 운반비를 지급할 리는 없다는 것.
심판원은 이 같은 사실은 포스코엠텍이 매입처들로부터 실제 폐동을 매입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신의성실 원칙을 위반했다는 국세청의 과세근거에 대해 심판원은 포스코엠텍과 매입처와의 거래는 국내거래고 포스코엠텍이 전 단계 사업자로부터 부가가치세를 거래징수 당한 후 일부를 돌려받은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 매입처들과 이익을 공유한 사실도 확인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매입처로부터 교부받은 세금계산서에 대해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배한 것으로 보아 부가가치세 및 법인세를 과세한 처분은 잘못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번엔 추징세액도 없었다
국세청과 포스코엠텍과의 '세금전쟁'은 지난해까지 계속 이어졌다.
2014년 폐동 거래와 관련한 세무조사가 종료된 뒤 1년여 만에 다시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시작된 것. 국세청은 구리 거래(2013년도 분)와 관련된 부분을 문제 삼아 세무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극히 이례적인 1년만의 세무조사라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지만, 이번엔 추징세액 조차 없이 허무하게(?) 세무조사가 종결됐다. 환급액을 만회하기 위해 야심차게 진행된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이번에도 포스코엠텍의 '철벽방어'에 막혀버린 모양새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