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를 하겠다는 겁니까, 안 하겠다는 겁니까" = 11일 열린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세입확충을 위한 의견들이 쏟아졌으며, 유 후보자는 직접적인 증세 불가론을 유지하되 일부 세목에 대해서는 증세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11일 국회에서 진행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증세기조에 대한 질의응답이 주메뉴로 떠올랐다.
야당을 중심으로 심화되는 재정적자를 비롯해 복지지출 등을 메우기 위해 증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거듭 강조됐으나, 새 경제팀의 수장이 될 유일호 후보자는 '아직은 증세를 생각할 때가 아니다'라며 부정적 의사를 내비쳤다.
다만 '넓은 세원 구현'이라는 측면에서 과도한 면세자 비율을 줄여야 한다는데 이견을 보이지 않으면서 '무(無)증세' 기조를 깨드릴 가능성이 생겼다.
특히 "경제민주화가 박근혜 정부 들어서 퇴보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경제활성화 정책 성과를 놓고 설전도 이어졌다.
□ "면세자 줄인다는데도 증세는 아니다?" =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유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현 18%인 조세부담율을 20%로 올려야한다"고 주장했다.
오 의원은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이 1% 올라가면 14조원이 더 걷히고, 2% 올린다면 1년에 30조원 더 걷힐 수 있다"며 증세론을 펼쳤다. 박근혜 정부 3년에 걸쳐서 30조원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조세부담율을 올리면 이 적자를 메울 수 있지 않겠냐는 취지에서다.
이에 유 후보자는 "조세부담율이 현재 18%에서 20%로 올리는 것을 부자가 더 부담하려고 하면 소득세를 올려야 하는데, 한계세율인 38%를 두 배로 올려도 (30조원)충당하지 못할 것"이라며 증세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했다.
또한 담뱃값 인상에 따라 오히려 세수만 늘었다는 지적에도 "증세를 위한 담뱃값 인상이 아니다"고 말하면서 증세 불가론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그러나 소득세 면세자를 축소해야한다는데 동의를 하면서 저소득층을 겨냥한 증세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을 암시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한국조세새정연구원에서 소득세 면세자를 축소해야 한다는 용역결과가 나왔는데, 연구결과에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유 후보자는 이에 "최근 연구를 보지는 못했지만 넓은 세원, 낮은 세율 원칙을 구현해야 하는데는 동의한다"며 "저소득층의 면세범위를 줄이면 누진적으로 고소득층에게도 적용되기 때문에 고소득층도 그만큼 세금을 더 내야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박영선 의원은 "지하경제 양성화, 비과세 감면 정비, 세출구조조정 등 이 세가지로 증세 없는 복지를 할 수 없다"며 "증세 없는 복지 자체가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다. 정책 기조를 바꿀 생각은 없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 경제민주화 성과 놓고 '설왕설래' = 특히 경제민주화의 업적에 대해서는 유 후보자와 야당의 평가가 갈렸다.
유 후보자는 경제민주화의 업적과 관련해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하청기업과 원청기업의 불균형도 시정했다"며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를 시정하고, 하도급법에 의한 개선책도 처음으로 이끌어냈다"고 자평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현미 의원은 이에 대해 "경제민주화가 박근혜 정부 들어 많이 이루어졌다고 하면 국민이 그렇다고 (수긍)할 것 같나"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박범계 의원도 "국민 눈은 다르다. 실질적으로 25점에 불과하다"며 "국민이 느끼는 경제민주화와 정부, 후보자의 실천은 다르다. 자화자찬이 아니라 무겁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유 후보자는 "정말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가 100개 이하로 줄어드는 등 재벌의 지배구조가 투명하게 됐다"며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의 거래관행을 개선하는 등 지금까지 (박근혜 정부)3년의 시간 동안 구체적인 성과가 보여진다"고 재차 강조했다.
저성장에 빠진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도 표출됐다.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은 "장관 임기는 보통 1~2년이기 때문에 장기 성과도 중요하지만 단기 성과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며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 3.1%에 대해 여러 경제기관들에서 달성이 힘들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후보자는 "3.1%의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예측치가 매우 낮지만 그렇지 않은 기관도 있다. 법안 통과도 잘 되어야 하기 때문에 설득에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 후보자는 경제를 살리는데 왕도는 없다"며 "고통스럽지만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고, 구조개혁에 의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만이 답인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