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 차원에서 대응할 사안" 의견도
"대손상각에 세금추징 선례 남기면 안돼"
국세청이 우리은행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대손상각분을 손비로 인정할 수 없다며 세금 추징을 결정하자 은행들이 "말도 안되는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은행권은 또 우리은행이 국세청의 과세결정에 대해 조세불복을 제기해야 대손상각분에 대한 추징 선례가 남지 않는다며 강경한 입장이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은 자산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500만원 이상 부실채권에 대해 상각 처리를 해야하고 이를 위해 금감원장의 승인을 받고 있다.
금감원장은 '법인세법'과 금감원의 '금융기관대손인정업무세칙'에 근거해 상각을 승인하고 있으며 여신성 채권 중 추정손실로 분류된 채권에 한해 승인조치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세청은 이러한 법적 근거에도 불구하고 우리은행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일부 과세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이 조세불복을 하지 않고 세금추징이 최종적으로 결정되면 다른 은행에 대한 세무조사에도 동일한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때문에 은행권이 혼란에 빠진 것이다.
은행권은 대손상각 부분을 손금처리 할 때 금감원 대손 인정 요건은 물론 국세청이 요구하는 요건을 별도로 만족시켜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돼 업무증가는 물론 비용부담도 지게된다고 우려했다.
A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건전성을 높이고 특수성을 인정해 법인세법 시행령으로 규정한 사항인데 이를 세무당국이 무시한 것"이라며 "은행에 대한 이중잣대를 들이댄 상황"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국세청이 세수를 확보해야 하는 부담이 있겠지만 법에 따라 보장된 부분을 문제삼아 무리한 조치"라며 "국세청의 판단대로 한다면 부실채권을 상각하지 말라는 뜻이고, 결국 은행들은 부실채권을 그대로 안고 가야 하기 때문에 건전성도 심각하게 악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B은행 관계자는 "과거 은행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이와 관련된 논란은 있었지만 실제 세금 추징으로 이어진 사례는 없었다"며 "국세청의 결정이 확정되면 은행들은 금감원장에게 승인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세청이 대손처리한 채권이 추후 정상화된 사례가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지만 이 경우는 법인세를 당연히 납부하게 되고 회수 시점에 따라 세금 납부 시점만 달라질 뿐"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은 또 우리은행이 사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조세불복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C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조세불복을 하지 않고 국세청의 과세 결정을 수용한다면 은행에 대한 세무조사 때마다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며 "은행들은 법인세법에 근거해 상각 승인을 받은 만큼 불복소송을 제기한다면 은행이 전적으로 유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2월 말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검토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안이 은행권 공통의 사안이기 때문에 다른 은행들이 결과를 주시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과세 부분은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무조건 소송을 제기하라는 것은 지나친 주장"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은행권에서는 우리은행 세무조사 사태와 관련해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번 상황은 개별 은행차원에서 대응할 게 아니라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은행들의 의견을 수렴해 대응해야 한다"며 "은행연합회는 기획재정부에 은행권 부실채권 손금처리와 관련된 기준을 명확히 해줄 것을 요청해야 하고, 요건을 갖춘 금감원장 상각 승인부분을 국세청도 인정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도 "아직 어떻게 하겠다고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