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스타트업 기업지원'은 새로운 경제 동력을 이끌어 내기 위한 정부의 정책 드라이브로 익숙해진 단어이다. 이러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대학생들이 창업한 스타트업 기업인 자동차 온라인 경매업체 하이딜러가 폐업한 사건은 단연 화제거리다.
국회에서 중고자동차 소비자 보호를 위한 명분을 내걸고 온라인 자동차 경매업체도 필수적으로 주차장 확보를 강제하고 불이행 시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법률을 통과시키자 하이딜러는 바로 사업을 접었다. 불법영업이 되기 때문이다.이는 청년 일자리 빼앗기라는 지적이 일자 정부가 나서 의견을 수렴하여 대안을 마련하겠단다.
또 하나의 사례. 하수도 사용료의 일부를 개인 건물 정화조 수리에도 쓸 수 있게 하자는 하수도법 개정안이 지난 연말 국회를 통과하였다. 문제는 전국의 하수도가 거의 노후화되어 현재의 하수도사용료 징수로는 그 유지보수도 어려운 상황인데 개인까지 나눠 쓰면 적자 폭은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국회의원은 지역구 내에 공단과 공동주택의 하수도가 낡아 악취가 심해 민원이 발생하여 지자체가 주민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였다는 것이다. 결국 지역구 민원해결의 차원에서 하수도 사용료를 개인용으로 전용할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이러한 입법부실은 세법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비업무용토지 양도소득세 개정규정은 정부안이 법안 심사과정에서 갑자기 뒤집혔다.
정부는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10% 추가 과세유예하던 것을 지난해 말로 종료하는 대신 급격한 세부담 증가를 막기 위해 보유기간에 따라 최대 30%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인정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그런데 개정안은 조세소위에서 그 보유기간 인정시기를 2016년 1월 1일부터 계산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그 결과 토지소유자가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으려면 3년은 기다려야 하게 되었다.
그 사이는 10% 추가하여 양도소득세를 물어야 한다. 정부가 개정조항을 마련한 정책적 의도는 무산되고, 대상자들은 뒤통수를 맞은 격이 되었다. 그런데 변경 경위를 알 수 있는 공식적 기록이 없단다. 조세소위가 비공식 간담회 형식으로 열려 회의록이 작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소위의 의사록 기재는 의무이다. 현재 국회의 입법 절차와 관행으로 보면 소위만 통과되면 소관 상임위, 본회의는 통과 의례가 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렇게 중요한 소위에서의 논의 내용을 주권자인 국민이 전혀 알 수 없다면 의원은 국민을 대변하는 대표자라고 할 수 없다. 국회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그 변경이유라는 것은 일부 위원들이 투기 세력에 과도한 시세차익을 줄 수 있다고 반대했다는 것이다.
개정안의 결과는 무엇인가? 토지거래의 절벽 이야기가 나오고 다시 개정하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토지 투기는 종전에는 극성이었으나 요즈음은 잘 나오지 않는 이야기이다. 투기자가 세율이 10% 높아진다 하여 거래를 멈출까? 부진한 토지거래를 활성화하여 사업용 전환을 유도하려는 정부의 정책 목표는 잘못된 것인가? 세법은 특히 중립적이어야 한다. 소위 위원들이 국가의 살림 책임을 맡는 정부안보다 더 나은 세법안을 낼 수 있을까? 아직은 아니다.
지난번 어느 국회의원이 밀어붙인 면세점 특허제도의 변경입법이 얼마나 해악을 끼치고 있는지 모든 국민이 알고 있지 않은가? 우수한 인재가 몰려 있는 국회의 예산정책처, 입법조사처가 입법과정에서 하는 일은 별로 주어져 있지도 않고 전문위원의 역할은 한계가 있다.
세법을 포함한 입법은 국회의 고유권한이지만 세법 개정은 경제와 따로 갈 수 없다. 앞에서 본 사례는 모두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부실입법이다. 좋은 입법은 국민을 웃게 하지만 나쁜 입법은 국민에게 고통을 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