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에서 수 년 동안 사업을 하고 있는 A씨.
어느 날 한통의 안내문이 한국에 있는 A씨 가족에게 전달됐다. 안내문에는 한국 거주자를 대상으로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소득이나 재산에 대해 자진신고 제도를 운영한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소식을 들은 A씨는 한국에 처자식이 있는 몸이어서 이따금씩 한국을 찾기는 했으나, 사업상 인도네시아 거주기간이 더 길었던 터라 자신은 비거주자라고 생각하고 안내문의 내용을 무시했다.
그러나 한국에 주소를 둔 상태에서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이 한국에 살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거주자로 판정된다는 주변의 얘기를 들은 A씨는 부리나케 안내문을 다시 집어 들었다.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근 역외소득·재산 자진신고 제도를 놓고 해외에 진출해 있는 기업가들이 거주자 판정 여부를 묻는 사례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국세청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1만명 가량의 납세자들에게 해외재산 자신신고제 안내문을 발송한 이후부터다.
이 같은 문의가 급증하자 범정부 기구인 '역외소득·재산 자진신고기획단' 소속 공무원들은 해외출장을 나서며 해외사업가(자산가)를 대상으로 신고대상의 기준점이 되는 거주자 판정 여부에 대한 교육까지 진행한 상태다.
김경희 자진신고기획단 부단장은 이와 관련해 "한인이 많이 밀집해 있는 미국이나 일본 등 국가에서 대부분의 자진신고 대상자가 나올 줄 알았는데, 제도를 시행한다는 얘기가 점차 펴지면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 진출한 기업가들이 거주자 판단을 묻는 사례가 급격하게 늘어 직접 찾아가 안내 교육을 했다"고 밝혔다.
사실 '무늬만 비거주자'들은 그동안 숨겼던 해외 소득이나 재산을 신고하지도 않으면서, 거주자 신분을 이용해 '이중 비과세' 혜택을 받고 있는 행태도 심심치 않게 포착되고 있다.
일례로 국내 부동산에 대해 1세대1주택 비과세 혜택을 받을 때는 거주자, 불리할 땐 해외거주를 핑계로 비거주자를 주장한다는 것.
이번 역외소득재산 자진신고 대상자는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년 이상의 거소를 둔 거주자'다.
현행 세법에서는 국내에 소재하는 자산의 유무 등 생활관계의 객관적 사실에 따라 주소를 판정하기 때문에, 앞서 소개한 사례와 같은 경우는 거주자로 분류된다. 실제로 비거주자는 1세대1주택 비과세를 적용받을 수도 없다.
만일 역외소득재산 자진신고 대상자라는 사실을 알고도 신고납부를 고의적으로 무시한다면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한-미 조세정보자동교환협정(FATCA)을 비롯해 영국·홍콩 등 90여개 국가와 다자간 금융정보자동교환협정으로 해외 소재 금융기관들의 금융계좌 정보교환이 가능해져, 국외소득이나 재산이 적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
가령 제품을 수입해 국내에 공급하는 내국법인 사주가, 해외업체로부터 판매수수료 50억원을 수취(1995년)해 해외비밀계좌에 은닉했다고 치자. 이후 은닉한 재산을 자녀에게 해외부동산 취득자금으로 편법 증여(2009년)한 사실이 적발됐다면 세금이 얼마나 부과될까. 우선 본세(50억×최고50%)25억원, 납부불성실가산세(25억×10.95%×6년) 16억4000만원, 신고불성실가산세(25억×40%) 10억원 등 총 51억4000만원의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반면 자진신고를 할 경우 신고불성실가산세가 면제, 약 10억원이 줄어든 41억4000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오는 3월31일까지 자진신고를 한다면 가산세(납부불성실 가산세 제외), 과태료 면제 등을 비롯해 조세포탈 등의 범죄에 대해 형사관용조치가 부여된다.
이 같이 가산세 등을 면제해주겠다는 회유책의 영향인지, 최근에는 그동안 신고하지 않았던 해외재산을 신고하면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세금까지 납부한 사례도 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여전히 '신고내용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당국이 세무조사를 하지 않겠냐'는 우려가 자진신고를 꺼리게 만들고 있다.
김경희 부단장은 이에 대해 "자진 신고한 자료를 가지고 세무조사를 할 계획이 없다"는 점을 재차강조했다. 다만 "자신신고한 소득 외에 추가적인 신고누락 혐의가 있거나 허위로 신고한 혐의가 있으면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소명요구를 하는 등의 검증 절차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