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절되지 않는 사무장병원, 복지부 "회계 자료 빈약"

개설자격이 없는 자가 명의 대여로 불법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일명 '사무장병원'이 최근 6년간 총 836개가 적발됐다. 이 가운데 의료생활협동조합은 2012년 10.1%에서 2015년 33.3%로, 최근 연도로 올수록 의료생활협동조합 형태의 적발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실태에 영리추구 목적의 사무장병원이 건강보험 불법 허위청구로 인한 건보 재정 누수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한 시급한 방안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개최된 '의료기관 불법 개설ㆍ운영 방지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는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사무장병원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로 ▲근절 위한 출구전략 부재 ▲적발 시 솜방망이 처벌 규정 ▲사무장병원 단속 데이터 빈약 등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실제 사무장병원을 수사하는 검찰에서 '과연 사무장병원이 사회악인가'라는 의문을 갖고 있어 이런 시각으로 인해 수사에 적극성이 떨어지는 것이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와 관련 2012년 사무장병원 검찰 수사에 직접 참여했다는 노종식 씨는 "사무장병원은 아무리 잡으려고 강하게 해도 없어지지 않는다. 현재 생기고 있는 병원이 많지 않지만, 기존 병원 관리를 잘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처벌 규정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의료법상 적발 시 의료면허를 취소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면허가 취소되는 의사가 별로 없다. 때문에 계속해서 사무장병원을 하는 것이다. 소위 말하면 사무장병원 전담의사"라고 강조했다.

또한 보건복지부 정영훈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사무장병원 단속에 들어갈 때 우선적으로 사무장병원으로 의심되는 병원을 선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데이터가 필요한데 특히 회계부분 흐름 관련해 자료가 부족하다"며 "이는 수사단계에 가야만 밝혀질 수 있기에 실제 단속에서 빈약한 부분이 있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토론회 발제자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강희정 사회보험연구실장은 사전예방과 사후관리 효율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및 법률 개정 방향을 제시했다.

구체적인 개선방안으로 사전예방에는 ▲모든 의료기관 개설ㆍ지도ㆍ감독 권한 보건복지부장관으로 일원화 ▲의료기관 운영단계 감지장치 활성화 ▲자진신고 및 내부고발제도 활성화 ▲의료공급자 보호 위한 교육화 지원 강화 ▲법인 의원 '인가'에서 '허가'로 기준 강화 ▲포괄적 규정의 비영리법인 제한적 명시 ▲의료소비사생활협동조합 설립 기준 강화 등이다.

또 사후관리에는 ▲의료인과 균형 맞춘 사무장 처벌 강화 ▲징벌적 환수금 제도 신설 ▲사무장병원 개설 공표 제도 도입 ▲사무장병원 추적관리 시스템 및 의료생협 인가 관리체계 구축 ▲공단 의료기관 개설 사후관리 중심 역할 강화 ▲수사결정기간 단축 유도 ▲재정누수 조기차단 위한 지급정지 규정 강화 등이다.

이 가운데 '자진신고제도' 활성화에 공감한다는 차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지영건 교수는 "고용된 의사가 자진신고를 할 때, 면책 또는 처벌을 완화함으로써 사무장이 발디딜 곳을 없애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준래 선임전문연구위원은 "의료인이 사무장병원을 개설하는 경우는 일반적으로 의료기관 개설에 대한 경험부족 및 경제력 부족이다. 위법에 대한 큰 문제의식 없이 비의료인의 제안에 따라 개설하는 경우가 많다"며 "의료인이 사무장병원은 개설시부터 폐업시까지 지급받은 요양급여 비용을 모두 반환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다. 따라서 개설 의료인에게 적법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길을 마련해줘야 한다. 자진신고로 인한 환수금액 감면제도가 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대한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도 "현재 징벌적 환수금액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의료인이 사무장병원에서 나오고 싶어도 나올 수 없는 큰 장벽이 있다"며 "의료인들은 경제적 재난에 빠져 또 불법행위를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갈 수 밖에 없어 스스로 나올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에 아예 근본적 뿌리를 제거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단국대학교의과대학 박형욱 교수는 "현재 사무장병원이 문제되는 것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 등 민법이나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이라는 합법의 틀을 쓴 사무장병원이 급증하기 때문"이라며 "의료법 제33조 제2항 제4호가 수많은 비영리법인에게 의료기관 개설권을 백지로 허용함으로써 탈법적인 의료기관 개설의 통로가 되고 있다. 근본적으로 삭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복지부 정 과장은 "정부에서도 사무장병원 단속 강화를 체계적으로 해야겠다는 것에 대한 계획을 갖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의심이 되는 포인트에 따라 걸러지면 사무장병원 조사에 들어가는 수동적인 형태였지만, 올해는 기획부터 조사, 환수 단계까지 체계적으로 강화해 높은 성과를 얻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