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평소와 같이 오전부 수련을 위해 장남과 집을 나섰다. 도장을 향해 걸어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장남이 "아버지가 아이키도를 한 게 다행스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는 말을 꺼냈다.
"왜 그런 생각을 했냐?"
"아버지가 옛날에 했던 무에타이를 유튜브에서 살펴봤습니다."
"그래?"
"만약 아버지가 아직도 무에타이를 하고 있었다면 아마 지금쯤 저도 챔피언이 되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마 그랬을 거야!"
"챔피언들을 보면 도장 홍보는 잘 되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그런데 돈은 좀 되겠지만 저처럼 날카로운 인상이 더 강해진다고 생각하니 섬뜩했습니다. 사회 적응이 힘들지 않았을까 걱정도 되구요. 그래서 아버지가 무에타이에서 아이키도로 바꾼 것에 대해서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지금 한국의 문제점이 바로 그런 것이란다. 일반인들이 무술을 바라보는 혐오감 같은 것 말이다. 내가 어렸을 때 무술이라는 것은 싸움질이나 하는 것 정도로 밖에는 생각지 않았단다. 지금도 네 고모들은 '오빠는 주먹질이나 가르치는 골목대장' 정도로 나를 바라본단다. 일종의 혐오감 같은 것이지"
"그렇지 않아도 누군가 인터넷에서 무술을 배우고 싶다고 글을 올려놓았는데 댓글이 '옛날 양반들은 무술을 하지 않았고 시정잡배들이나 싸움질을 하는 것인데 뭐하러 무술을 배우려 하냐며 다 쓸데없는 짓'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게 틀린 말은 아니지,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무술을 혐오했다고 봐도 틀리지 않아. 요즘 몸에 문신하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더라!"
"타투라고 해서 예술로 봅니다."
"그래 길거리나 목욕탕에서 팔뚝이나 몸에 문신한 사람을 보면서 '와! 멋지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문신을 따라 하겠지만, 대다수 사람은 문신을 보면 고개를 돌리지 않니?"
"좀 그렇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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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대현 대한합기도회 회장(사진 오른쪽))과 윤준환 강남중앙도장 관장 |
"옛날에 문신은 야쿠자들의 트레이드 마크 같은 것이었단다. 유유상종이라고 그런 것을 멋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 무술도 똑같은 것이다. 무술이 폭력적인 방식을 따르는 것은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존중을 받기 때문이지, 하지만 더 많은 사람은 그런 것을 오히려 혐오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서 고개를 돌리는 것이란다."
"……."
"일반인들이 무술은 어렸을 때나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은 먹고 사는 것 때문에 다른 곳에 눈 돌릴 여유가 없는 것도 큰 이유가 되지만 그동안 무술인들이 보인 폭력적인 태도나 사회적 기여도가 긍정적이지 못하고 호감을 얻지도 못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단다."
"그래선지 저는 폭력적이지 않은 아이키도가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게 되면 경직되거나 폭력적인 방향으로 흐를 수밖에 없단다. 그런 행위들은 훈련이 깊어질수록 관계를 헤치게 되고 좋은 우정을 나누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단다. 아이키도가 훌륭한 점은 마음속에 이겨야겠다는 숨겨진 의도를 갖지 않고도 안전하게 강한 수련을 할 수 있어서란다. 지식인들의 운동이라 할 수 있지, 그래서 나는 너에게 아이키도를 꼭 전해주고 싶었다."
"고맙습니다"
"아이키도는 평화를 바라는 이념과 함께 다툼을 부정하는 정신과 사상 그리고 기술이 일치되어 있어서 현대인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는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채플린 영화 <독재자>의 한 대사에서 '우리는 모두 서로 돕고 싶어 한다. 인간이란 원래 그런 존재다!'라고 했는데 아이키도가 바라는 것이 그런 것이란다. 평화를 바라고 승패를 부정하는 아이키도(合氣道)의 이념이 우리 한국인들에게도 분명 큰 울림으로 다가올 것이다. 조선 영친왕이 창시자로부터 아마 그런 것을 보시고 하사금을 지원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아……!"
평소와 다름없이 우리 부자는 오늘도 멋지고, 품격있는 아이키도를 함께 수련했다. 함께 수련하고 있는 석봉준 이사도 아이키도를 수련한 날은 기분이 매우 좋다며 돌아갈 때까지 끝까지 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윤대현 대한합기도회 회장(www.aikid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