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판매시기가 다가오자 은행들이 급해졌다.
다음달 14일에 도입되는 ISA의 금융사간 이동이 5월에는 가능해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추진에 잰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24일 ISA 준비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ISA 추진일정에 변동 없다"며 "ISA는 전국민을 상대로 절세혜택을 주는 상품이니만큼 불완전판매를 근절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ISA 가입시기뿐 아니라 ISA 계좌이동제도 늦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은행권은 증권사와는 달리 자산관리에 익숙지 않은 데다 전산시스템 마련, 인력 충당 등 준비해야 할 것이 산적해 있다는 이유에서다. 불완전한 준비는 불완전판매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 은행권, 전문인력 부족에 시스템 준비 시간 필요
은행들은 ISA가 새로운 수익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ISA시장에의 진입을 결정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탁형 ISA는 다음달 14일부터 각 증권사와 은행에서 가입할 수 있게 된다. 이 날부터 증권사에서는 일임형 ISA 가입도 가능하지만, 은행에서는 3월 말부터 가능해질 예정이다.
유독 은행의 일임형 ISA 시작점을 뒤로 뺀 이유는 자산관리에 익숙지 않은 은행권에 시간을 더 주겠다는 금융당국의 의도가 담겨 있다. 금융위원회는 5월까지 보완책을 마련한 후 ISA 운영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박진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은 ISA는 5년간 가입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계좌이동에 제한을 두는 것은 과도하다고 본다"며 "하지만 일임형 ISA는 은행권 자산관리 역량 강화 필요성 때문에 가입과 계좌이동을 각각 3월 말, 5월 중으로 미루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은행권에서는 "촉박하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일임형 ISA를 처음 판매하게 되는 은행은 자산관리에 익숙한 증권사와는 달리 준비할 것이 많다는 설명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일임형 ISA를 판매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승인절차가 아직 진행 중이고, 전산시스템도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만들려면 준비기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해외펀드, 파생결합상품의 상품 구성이 어려워 일임형 ISA를 운용할 일손이 부족하다는 것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의 일임형 ISA에도 파생결합상품이 들어가려면 파생상품 투자 권유인력이 보강되어야 하고, 임직원에게 오프라인·온라인 교육을 시키는데 시간이 걸린다"며 "서두르면 불완전판매가 발생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ISA, 한개 통합계좌로 여러 상품 운용… 절세 효과까지
ISA는 하나의 통합계좌에 다양한 금융상품을 담아 발생한 이자·배당소득에 대한 소득세, 농어촌특별세를 면제 또는 감축해 주는 금융상품이다.
ISA에 담을 수 있는 금융상품은 예·적금, 국내주식형·채권형, 해외주식형·채권형, 국내혼합형·해외혼합형·ETF(지수연동형펀드), ELS(주가연계증권) 등이다.
하나의 계좌에 여러 금융상품을 담고, 자산을 운용·관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이 직접 구성·운용하는 펀드와 유사하다. 예·적금을 포함해 계좌에 연 기준 2000만원까지 넣을 수 있다.
ISA는 직전연도 근로소득 또는 사업소득이 있는 근로자 및 자영업자, 농·어민이 가입할 수 있다. 하지만 신규 취업자는 당해 연도 소득이 있는 경우만 가입이 허용되고, 이미 상당한 수준의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제외된다.
□ 이익에서 손실 뺀 순이익 기준 과세… 세제혜택 확대
이 상품은 일정기간 여러 금융상품을 운용 후 이익과 손실을 한꺼번에 반영해 순이익을 기준으로 세제혜택을 부여한다.
이렇게 운용한 ISA의 이자 및 배당소득을 합쳐 연 소득 5000만원 이하이면 250만원까지, 5000만원 이상이면 200만원까지 비과세 적용을 받는다. 이 한도를 넘어서는 부분에 대해서는 일률적으로 9.9%의 소득세를 물도록 분리과세 하게 된다.
이와는 별개로 농어촌특별세도 비과세 된다. 때문에 개별 상품에 가입해 상품별 수익에 각각 세금을 납부하는 것보다 절세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펀드 중에서는 비과세 한도에 포함되는 부분과 제외되는 부분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펀드 중 국내주식형은 국내 상장주식 매매차익, 이자, 배당이, 국내채권형은 채권 매매차익, 이자가 수익통산 대상이 된다.
또 해외주식형은 해외주식 매매차익, 이자, 배당, 환차익이, 해외채권형은 채권 매매차익 환차익, 이자가 포함된다. 이밖에 혼합형은 국내상장주식 매매차익, 기타 매매차익, 이자, 배당이 수익으로 잡힌다.
재형저축이나 소장펀드와 비교해도 상품 교체가 손쉽다는 것이 장점이다. 기존 소장펀드는 가입기간 중 상품을 교체하면 납입금의 6.6%의 세금을 물었고, 재형저축은 비과세 혜택이 취소됐다. 하지만 ISA는 상품·사업자간 교체가 있어도 비과세·저율분리과세 혜택이 그대로 유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