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사진 = 청와대)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4년차를 맞았지만 정치, 외교, 사회 등에서 여전히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타협과 양보'라는 정치의 기본 개념이 상실된 채 제왕적 권위주의로 '밀어붙이기'만 고수하는 박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인해 의회와 정당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채 대통령에게 끌려다니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행정부를 견제하는 입법부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과 부정으로 절차적 민주성마저 훼손시킨 점이 큰 문제라는 목소리도 높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6월 여야가 공무원연금과 함께 합의 처리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다. 당시 원내대표였던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을 '배신의 정치'라고 낙인찍으며 원내대표 사퇴를 압박했고 친박계 의원들의 집단 성토로 결국 유 의원은 지난해 7월8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가치를 내세우며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국회법 개정안은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시정요구권을 강화한 것인데, 박 대통령은 이를 "행정업무마저 마비시키는 것", "위헌소지"라는 명분으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 의회주의-정당정치 '무시'…절차적 민주주의 훼손 = 의원들이 직접 뽑는 원내대표에 대해 사퇴를 압박한 것은 정당 사상 초유의 일로서 새누리당 당헌, 당규에도 나와 있지 않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스스로 절차적 민주주의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치학 박사인 박상훈 정치발전소 교장은 유 원내대표 사퇴에 대해 "권위주의 대통령제로 정치퇴행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의회정치와 정당정치를 존중하고 이를 행정의 책임정치로 구현해야하는데 여전히 당을 쥐락펴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의 제왕적 권위주의에서 나온 '배신'은 '진실한 사람'으로 대칭되게 한다.
이른바 '진박 논란'은 박 대통령의 '낙인정치'가 만든 21세기 민주공화국의 슬픈 자화상이라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 '배신과 낙인'의 용인술, '진박 마케팅'만 득세 = 장관 출신이나 청와대 비서관 출신들이 총선 출마를 위해 박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경북(TK)으로 내려가 '진박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정권 실세이자 친박 핵심인 최경환 의원이 경제부총리에서 내려오자마자 현역 소속 의원을 비판하며 이들을 지원하는 모습은 '비박 대 친박' 간 계파갈등만 부추기고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 의원이 "대통령이 힘들 때 대구 경북 의원들이 뭘 했느냐"고 언급한 것은 의미심장한 대목. 이는 결국 박 대통령이 이번 총선 공천에 신경을 쓰며 자신의 측근들이 안착하길 바라는 의중이 실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김무성 대표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간 격돌 역시 청와대의 정당정치 무시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 대표의 '상향식 공천' 원칙에 이 위원장이 '우선추천지역 공천'으로 반기를 드는 등 설전을 연일 벌이고 있다.
급기야 김 대표는 이 위원장을 향해 '공관위원장 사퇴'를 압박하고 있고 이 위원장은 '공천 심사면접에 예외는 없다'며 김 대표를 면접장에 부를 태세다. 특히 당 대표가 자신이 임명한 공관위원장 앞에서 심사면접을 받은 사례는 없다는 점은 두고 두고 뒷말을 양산할 공산이 크다.
이에 당 안팎에서는 앞서 친박계가 이한구 의원을 공관위원장으로 압박해 김 대표가 결국 수용했고 이 위원장이 개인으로서 김 대표에 맞서기 힘들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지원'이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 야당 소통 全無, '국회심판론'으로 모든 문제는 '국회 탓' = 야당과의 소통 역시 꽉 막혀있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나 수석비서관 회의 등에서 경제활성화 법안과 노동관련 법 등 관심법안 처리를 주장하지만 야당의 반대를 소통을 통해 타협하거나 포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여당인 새누리당만 압박하는 전술을 고수하며 야당을 몰아가는 방식이다.
반대세력을 '국가에 반하는 세력'으로 쉽게 규정해버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다.
이들 법안처리가 지연되는 것을 두고 국회를 향해 "통탄스러운 일" "국회 기능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등 격정적 언어로 비난하며 모든 문제를 '국회 탓'으로 돌렸다. '국회심판론'을 내세우며 국민을 향해서는 "국민이 나서달라"며 지지를 호소하기도 한다.
야당 대표와 단독으로 회동한 적이 단 한차례에 불과하다.
이는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적은 수치.
테러방지법 논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북핵 위기만을 강조하며 테러방지법 필요성만 내세울 뿐, 국정원의 권한 남용 지적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 합법화'가 우려되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논의나 방안조차 마련하지 않고 반대하는 세력을 모두 '국민 안전에 반대하는 사람'으로 규정하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여당 관계자는 "대통령 스타일이 '소통'보다는 '지시'에 익숙해서 상대의 말을 듣고 자신이 양보하는 타협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다보니 원내 협상도 전권이 주어진 것이 아니어서 갑갑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