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의 원작자 윤태호 작가가 웹툰 작가들이 주된 작업도구로 이용하는 액정 그래픽 태블릿 PC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사진출처 와콤)
근래 종이로 된 만화책을 보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만화'보다는 '웹툰'이라는 용어가 더 친숙하며, 종이보다는 스마트폰, 또는 컴퓨터로 만화를 보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만화는 애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인식도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추세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우리가 문화를 즐기는 양상도 바뀌게 된 것이다.
어느새 우리 삶 깊숙히 자리잡게 된 '웹툰'에 대한 궁금증을 다양한 각도에서 풀어봤다.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만화형식 '웹툰'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빠른 인터넷, 스마트폰 보급으로 인해 한국의 만화시장은 웹툰이라는 돌연변이를 만들어냈다. 넘기는 방식이 아닌 세로로 내려보는 종스크롤 방식, 기존의 페이지 구성을 깬 독특한 구성은 우리나라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디지털 서비스다.
만화의 기반이 지면에서 웹으로 옮겨온 것은 만화업계에 굉장한 지각변동을 일으킨 사건이었다.
당초 만화가로 데뷔하려면 권위있는 만화가 아래서 수년간 도제생활을 해야했다. 그리고 나서 그 이름을 빌려야 'ㅇㅇ작가의 제자'라는 타이틀로 간신히 데뷔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굳이 지면을 빌리지 않더라도 블로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만화를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열리게 됐다. 패기있는 신인 만화가들의 데뷔 문턱이 확 낮아진 것이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는 도구인 그래픽 태블릿과 웹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구세대 만화가들은 도태되며 만화 시장에 전반적인 물갈이가 일어났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이다.
웹툰의 시장성을 눈치챈 포탈사이트들은 웹툰 전문서비스를 런칭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2년 야후코리아가 '카툰세상'을 통해 신호탄을 쏘았고, 지난 2003년 다음(현 다음카카오) '만화 속 세상'을 지난 2005년 네이버가 '네이버 웹툰'으로 합류하며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포탈사이트들은 '네이버 도전만화' '다음 웹툰리그' 등을 통해 만화를 보여주고 싶은 이들은 누구나 자신의 만화를 (원고료를 받지 않고)게재하고 클릭 수 경쟁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는 언제나 신선한 물이 공급되는 수조처럼, 창의력이 넘쳐나는 우리나라만의 특유한 웹툰 생태계를 만드는 핵심으로 작용했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이 지적이다.
한국컨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이러한 아마추어 만화등용문에 무료로 게재된 작품은 총 12만건이며, 원고료를 지급받는 '프로 작가'의 작품은 4661건으로 집계됐다.
만화가로 데뷔할 수 있는 장은 무제한적으로 열려 있지만 그 중 프로로 데뷔할 확률은 현재로서는 굉장히 희박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러한 무제한 경쟁으로 인해 웹툰은 '창의력의 보고'로 여겨지고 있고, 실제로 영화나 드라마 등 컨텐츠 제작자들에 의해 다수가 드라마, 영화로 제작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이들 중 상당수는 큰 상업적 성공을 거뒀다.
지난 2014년 기준 1700억원 가량인 웹툰 시장은 광고, 저작권 등 파생되는 부가가치, 해외수출을 포함해 오는 2018년에는 1조원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나도 웹툰 그리면 대박날 수 있을까?"
최근들어 가장 큰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되는 웹툰 '미생'.
이 작품은 케이블TV 드라마로 방영되며 최고시청률 10.3%를 기록했으며, 단행본이 220만부나 팔리고 다음카카오 유료웹툰 조회수가 11억뷰를 기록하는 등 사회적 이슈로까지 평가되기도 했다.
만화의 원작자 윤태호 작가는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미생의 인세만으로 20억원을 벌었다"며 "이 돈으로 10년간 묵은 빚을 청산할 수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2014년 드라마로 제작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최근 가장 큰 웹툰 성공사례로 알려진 윤태호 작가의 '미생'. 웹툰은 이처럼 영화나 드라마, 캐릭터 분야와 연결될 경우 작가에게 큰 수익을 안겨줄 수 있다. 하지만 웹툰 그 자체만으로 창출되는 부가가치는 아직 미흡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사진출처 tvN)
'이말년 씨리즈'의 저자 이말년 작가도 최근 한 방송에서 본인의 수익이 '억대'라고 밝히기도 해 이목을 끈 바 있다. 또한 '마음의 소리'의 저자 조석 작가도 연 억대의 소득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일부 웹툰 작가들의 소득은 '억'소리가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웹툰을 그려 벌 수 있는 소득은 얼마정도일까? '나도 웹툰 작가가 되면 억대 소득을 올릴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절로 드는 부분이다.
한국컨텐츠진흥원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포탈사이트의 웹툰 회당 원고료는 신인의 경우 약 10~20만원, 2년차는 약 15~35만원, 3년차는 약 20~55만원, 인기 작가의 경우 1주일 2회 연재시 월 440만원이고, 여기에 2차 판권, 작품에 붙는 광고료 등으로 벌어들이는 소정의 금액이 추가로 붙는다.
웹툰 작가에 대한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만화 창작을 통한 연평균 수입 조사에 따르면 1000만원 이하가 47.2%를 차지한 것에 비해 4000만원 이상 작가는 7.7%로 고소득 인기 작가는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 보고서의 설명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 도전만화에 있는 웹툰 작가지망생 12만명은 매달 8만7000여 작품을 쏟아내고 있다.
이 중 1000여명이 네이버 베스트도전 코너에서 1000여명의 아마추어 작가로 활동한다. 네이버, 다음 등에서 활동하는 프로작가는 300여명 가량이며, 한 해 동안 도전만화를 통해 등단한 작가는 평균 40명, 즉 작가지망생에서 프로로 데뷔할 확률은 0.03%다.
0.03%의 확률로 원고료를 받는 작가가 된다한들 기대소득은 월 100만원을 벌기도 힘든게 현실이다. 실제로 많은 웹툰 작가들은 광고나 디자인 회사에 다니는 등 겸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