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에서 제기한 조세불복 사건이 많은데 조세심판원이 어떻게 업무 관련성이 없다고 할 수 있겠느냐."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이 같은 이유로 '취업제한' 처분을 받은 김형돈 전 조세심판원장(사진)이 전국은행연합회 전무이사직에 재도전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김 전 조세심판원장의 취업 가능 여부를 재신청함에 따라, 이달 25일 김 전 원장의 재취업 심사가 열릴 예정이다.
앞서 김 전 원장은 민성기 전 은행연합회 전무이사가 한국신용정보원장 자리로 옮기면서 공석 상태로 남겨진 해당 직위에 인선될 계획이었다.
당시 은행연합회도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에 은행권의 고충들을 전달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금융권과의 교류가 잦은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인 김 전 원장의 영입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공직자윤리위원회는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조세심판원)의 업무와 취업 예정기관(은행연합회)에서 맡게 될 업무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이유로 김 전 원장에 취업제한 처분을 내렸다.
이 때문에 김 전 원장이 은행연합회로 가기 위한 재취업 심사과정이 남았음에도, 그의 거취에 '잿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사실 한 번 고배를 마신 김 전 원장이 은행연합회 전무이사로 취업하기 위해서는 정부공직자윤리법 시행령에 명시된 예외 조항을 적용받아야 한다.
해당 시행령에는 '취업하려는 기관에서 담당할 업무의 성격에 비추어 취업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은 경우' 등을 예시로 두고 있는데, 그동안 은행사들이 조세심판원에 다수의 불복 심판을 청구했다는 점에서 양 기관 간 업무 관련성 여부가 없다고 보기 다소 애매하다.
관가에서는 이를 두고 불만을 토로하는 다양한 말들이 나오고 있다.
중앙부처의 한 관계자는 "대한민국에서 세금으로 연결되지 않은 곳이 어디 있겠느냐"며 "불복사건이 아니더라도 세금과 결부시키면 (조세심판원 출신이)어느 곳 하나 취업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 역시 "은행들이 조세불복이 잦다는 이유로 심판원과 은행연합회 간 업무 관련성 있다고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김 전 원장이 공직자윤리위원회로부터 취업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은행연합회 전무 자리의 공석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상태다. 다른 한편에서는 한동안 잠잠하던 금융감독원 간부들의 민간행도 다시 생겨나는 거 아니냐는 시각도 보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