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오른쪽 두번째),이용섭 총선정책공약단장을 비롯한 지도부가 14일 저소득-저신용 서민을 위한 가계부채 공약 발표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4일 가계부채 대책으로 '3단계 가계부채 해소 공약'을 내놓았다.
1200조원을 뛰어넘은 가계부채 해법으로 저소득저신용 채권에 대한 일괄소각을 골자로 한 대책을 내놓은 것과 관련, '포퓰리즘'의 전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인식을 총선공약에 담은 것은 인정할 만하지만 공약의 내용과 방향이 부실설계되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용섭 총선공약단장은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 연체 채권을 즉시 일괄 소각하고 금융기관이 보유한 부실 채권 중 저소득·저신용 서민 114만명의 소액 장기채권을 추가 매입 후 일괄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더민주가 밝힌 '3단계 해법'은 ▲소액 장기연체 채권 소각을 통한 저소득·저신용 서민의 부채 면제 ▲'죽은 채권'에 대한 관리 강화로 금융소비자 보호 ▲개인채무조정 합리화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 제도 정비다.
하지만 가계부채의 핵심 원인인 ▲주택담보대출 문제에 대한 인식과 대안 ▲소액 장기채권 소각 대상 선정의 기준 ▲도덕적 해이(모럴 헤저드) 문제 등이 구체적으로 포함되지 않았다.
□ "가계부채 주요 원인, 주택담보대출 대책 없어" = 특히 전문가들이 가계부채 증가 핵심 원인으로 꼽고 있는 정부의 주택담보대출과 집단대출 규제 등에 대한 대안은 담겨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권오인 경제정책팀장은 더민주의 가계부채 '3단계 해법'에 대해 "가계부채에는 주택담보대출이나 생계형 대출 등 다양하고 구제가 필요한 계층도 다양한데, 소각대상의 자료 출처나 근거가 구체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과 어떻게 관리를 할지에 대해서도 나와 있지 않다. 정확하게 근거를 갖고 구체성을 띠어야 형평성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구체성이 결여된 것은 결국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김은정 간사는 저신용 저소득 채권 소각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가계부채의 가장 핵심문제는 주택담보대출인데 이에 대한 해법이 없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파산 시 살고 있는 집을 팔고 나와야하는 문제도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더민주는 주택담보대출 문제에 대한 지적보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국민행복기금 정책 실패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이 단장은 "'320만명 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의 신용회복 지원'을 목표로 설립됐으나, 실제는 그 10% 수준의 실적에 머물고 있다"며 "약 2만2000명의 연대보증인 등(보증채무자, 상속채무자 등)에게 빚 독촉을 하고 있는데, 이들의 40% 이상이 10년이 넘은 소액 장기연체자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 "국민행복기금은 월 소득 35만원 소득자에게 매월 4만5000원을 10년간 갚으라는 국민노예기금"이라고 비판했다.
□ 저소득저신용 114만명 채권 일괄 소각, '도덕적 해이' 논란 = 더민주가 저소득저신용자들의 채권을 소각해 빚을 탕감하는 방식을 해법으로 제시한 것은 사실상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이들을 조속히 경제활동에 참여시켜 소득을 내게 하는 게 장기적으로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소액.장기 부실채권을 즉시 일괄 소각(41만명)하고 국민행복기금 등이 아직 매입하지 못한 장기연체 소외자(30.9만명)등 금융당국도 상환능력이 없다고 판단한 채무자(114만명) 채권을 추가 소각하겠다는 것이다.
가장 문제는 도덕적 해이다. 특히 개인채무조정 합리화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 제도 정비와 관련해선 개인회생절차의 회생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해 채무자의 조속한 경제활동 복귀를 장려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통합도산법)을 재정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에는 소액 대출을 받은 후 일부러 갚지 않고 채무 소멸시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며 "은행 건전성도 악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만약 소액-장기 채무를 소멸시켜 준다면 은행의 자산에 피해가 예상돼 은행들은 대출 전 심사를 더욱 강화하거나 기간 내 채무 상환을 받으려고 더욱 채무자들에게 압박을 가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더민주, "금융권 방만대출, 손실 부담 불가피" = 이에 대해 주진형 총선정책공약단 부단장은 "금융회사가 대출을 방만하게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악착같이 돈을 받아낼 수 있다는 게 전제되었기 때문"이라면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돈을 받을 수 없다고 해야 금융회사도 상환능력 고려한 대출을 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200조를 넘어서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손실 분담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나아가 금융기관의 지급명령신청 제한까지 검토할 계획이다. 지급명령신청이 제한되면 일악성 채무자가 작정하고 돈을 갚지 않을 경우 사실상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이 사라져 은행권의 손실이 불가피해 논란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