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회계업계 "자유수임 땐 여전히 기업입맛에 맞출 것"
회계업계는 금융당국이 수주산업의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해 핵심감사제를 도입했으나 감사지정제가 뒷받침되지 않아 실효를 거두기 어려운 허울뿐인 제도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기업의 입맛에 맞는 회계감사인을 선정할 수 있는 자유수임제 하에서는 핵심감사제를 도입하더라도 외부감사인이 기업의 눈치를 보며 문장 표현만 다듬는 불필요한 업무가 늘어날 뿐 회계투명성을 높이는데는 도움 안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핵심감사제는 회계법인 등 외부감사인이 기업 회계감사 도중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을 따로 빼 상세히 서술하도록해 기업의 취약점을 대중에게 자세히 알리는 제도여서 외부감사인의 역할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약점을 들춰낼 외부감사인을 기업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핵심감사제는 기업이익에 반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유수임제 하에서 실행된다는 것은 이율배반"이라면서 "이같은 환경에서 외부감사가 맡겨질 경우 핵심감사 문장 한줄한줄 기업입맛에 맞추는 업무가 새로 생겨나는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회계업계는 이에 따라 전체 외감대상 회사 대상이 아닌 상장기업들만이라도 예외없이 지정감사를 받게 함으로써 지정감사제 적용범위를 지금보다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야만 외부감사인이 소신회계감사를 진행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어 핵심감사제 등과 같은 회계투명성 제고방안이 비로소 약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총희 청년공인회계사회 대표는 "분식 등 회계부정을 저지르기로 마음먹은 기업 상대로 외부감사인이 원칙대로 감사하고자 하면 요구되는 많은 자료를 멋대로 빼먹기 일쑤"라면서 "금융당국은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이 외부감사인을 스스로 선임하도록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외감대상 회사 중 감사지정 받은 회사의 비율은 1.7%, 상장법인 중 지정비율은 7.8%에 불과하다. 2014년 전체 외감대상 회사 중 감사지정 받은 회사의 비율은 1.3%, 상장법인 중 지정비율은 4.6%에 그쳤다.
감사지정제는 공정한 감사가 필요한 회사에 대해 외부감사인 자유선임권을 배제하고 증권선물위원회가 감사인을 강제로 지정하는 제도다. 지금은 상장예비 기업, 증시 관리종목이나 부채비율이 적정수준을 초과한 위기기업 등에만 적용된다.
한편 금융당국과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올 1월 1일 이후 개시하는 보고기간의 수주산업 재무제표 감사보고서, 오는 7월 1일 이후 최초로 제출되는 수주산업 검토보고서에 각각 핵심감사제를 도입해 적용한다고 지난 1월 발표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