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속 보너스 수령기준 낮추는 회사 잇따라
유가급락으로 글로벌 에너지기업에 대량 해고의 칼바람이 몰아쳤지만 최고경영자(CEO)의 연봉 삭감은 최소화한 곳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에선 실적 부진에도 더 많은 급여를 받아가기도 했다.
27일 컨설팅회사 머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 에너지기업의 CEO 연봉은 전년보다 평균적으로 5분의 1 가량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부분 기업이 저유가로 순이익 감소와 주가 하락을 겪으면서 CEO 보수도 깎인 것이다.
실제 서부텍사스중질유(WTI) 연평균 가격은 2014년 배럴당 92.91달러에서 지난해 48.76달러로 반토막났다.
그러나 실적 부진에도 연봉이 크게 줄지 않거나 오히려 더 받은 CEO도 적지 않았다.
메이저 석유회사 BP는 실적 악화에도 CEO 연봉이 큰 폭으로 올랐다.
BP의 밥 더들리 CEO는 지난해에 20% 오른 1천960만달러(약 230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BP는 저유가 여파로 지난해 52억달러(6조원)의 손실을 낸 데다 자본지출을 줄이고 내년까지 직원 7천명을 감원하기로 한 상황에서 CEO의 보수는 대폭 올려줬다는 점에서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북해의 석유와 가스 산업에서만 2년 안에 7만명이 직간접적으로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추산이 나오는 상황이다.
로열더치셸의 벤 반 보이르덴 CEO는 지난해 주가가 30% 급락하고 3분기에만 74억2천만 달러의 손실을 내는 등 최악의 해를 보냈는데도 보너스가 350만 유로로 전년보다 80만 유로(6%) 올랐다.
전체 연봉은 560만 유로로 전년(2천420만 유로)보다 급감했지만, 이는 그가 2014년에 CEO로 취임하면서 연금 지급 등으로 보수가 뛰었기 때문이다.
다른 오일 메이저는 아직 2015년 CEO 연봉을 공개하지 않았다. 2014년에 엑손모빌 CEO 렉스 틸러슨은 3천300만달러를, 셰브런의 존 왓슨은 2천600만달러를 각각 받았다.
비용을 절감하고 수천명을 해고하는 와중에서도 CEO의 연봉이 대폭 깎이는 것을 막기 위해 인센티브 계획을 바꾼 곳도 다수 있었다.
미국 에너지기업들이 이달 중순까지 낸 공시 자료를 로이터가 분석한 결과 세계 최대의 원유 서비스업체인 슐럼버거NV는 2014년 11월 이후 전체의 약 4분의 1인 3만4천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이 회사는 그러나 실적 목표를 낮춰 팔 킵스가르드 CEO가 지난해 연봉으로 전년과 큰 차이 나지 않는 1천830만달러를 받도록 했다.
지난해 주가가 87% 추락한 린에너지는 주식보다 현금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인센티브 계획을 지난달 내놨다.
광산업체 앵글로 아메리칸의 마크 커티파니 CEO는 지난해 원자재 가격 하락 때문에 연봉이 340만 파운드로 전년보다 8% 감소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56억달러의 손실을 입었지만 커티파니와 다른 임원들이 보너스를 받을 수 있는 요건을 낮춰줬다.
한편 많은 석유회사 CEO들의 보너스가 생산량에 크게 좌우되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이 미국의 대형 석유·가스 회사의 2014년 연봉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들 업체는 많게는 보너스의 75%를 석유 생산 목표에 연계하고 있다.
일부 주주는 과잉 생산 때문에 유가가 급락했기 때문에 보수와 생산량을 연동하지 말아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