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강봉균 공동선대위원장이 29일 경제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野출신 강봉균 앞세워 정부정책 추진 명분 쌓기
새누리당이 고강도 구조조정과 경제활성화 등 박근혜 정부 경제기조를 그대로 반영한 경제정책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4.13 총선 공약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 비해 이렇다 할 정책을 내놓지 못했던 새누리당이 강봉균 공동선대위원장을 앞세워 기업 투자 촉진을 통한 경제 활성화와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 등을 경제정책으로 내세웠다.
이날 밝힌 경제정책 1호인 청년 일자리 확충과 2호인 양적완화를 바탕으로 한 적극적 통화정책은 박근혜 정부의 경제 기조와 방향성이 같다.
특히 두 정책의 공통점은 구조조정에 있다. 구조조정을 통해 투자를 확대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은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 기조다.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새누리당은 29일 "대기업-중소기업이 상생하며 미래를 믿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근본적인 청년일자리 대책"이라며 "당장 일자리에 목마른 청년들의 욕구를 해갈시킬 수 있도록 기업투자 촉진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고 밝혔다.
□ 구조조정→투자확대→일자리 창출…경제활성화-4대개혁 재공약 = 기업투자촉진을 위한 5대 전략으로 ▲기업구조조정 촉진 ▲기업투자의 발목을 잡는 규제의 원스톱 정비 ▲대기업-중소기업 상생을 통한 우량 중소기업 일자리 확대 ▲우량 벤처기업에 대한 M&A시장 확대 ▲서비스 산업 일자리 창출을 내세웠다.
이들 전략을 위해 지난 2월 국회에서 통과된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원샷법)'과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조속히 가동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외치는 서비스산업육성 기본법 처리 역시 20대 총선 공약에 내걸었다. 서비스산업 육성 기본법 통과는 서비스산업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 촉진을 위해 산업은행의 과도기적 신규자금 공급능력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을 통해 산업은행 채권을 인수, 산은의 자금여력을 확대해 주기로 했다.
기업의 투자세액공제, R&D지출 세액공제, 고용장려금 등 기존의 성장 촉진형 감면을 더욱 확대하고 SOC 투자도 계속 늘리기로 했다.
경제정책 2호인 '성장률 3% 이상 유지하기 위한 거시경제정책 운용' 방안 역시 앞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진행했던, '초이노믹스'로 불리는 확장적 경제 정책방향과 맥을 같이 한다. 돈을 풀어 내수 기반을 살리자는 취지였지만 결과는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져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한국판 통화완화정책'를 통해 적극적 양적완화에 나설 것을 밝혔다.
□ '한국판 통화완화정책', 한은 개입-주택담보대출 완화 '초이노믹스'연장선 = 강 위원장은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거시경제정책 운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면서 "한은은 금리를 내려도 기업투자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우리 경제는 돈이 흐르지 못하고 맥(막)히는 '돈맥'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정책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시중자금이 막혀있는 곳에 통화가 공급될 수 있도록 통화정책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이 주택담보대출증권을 직접 인수해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상환기간을 20년 장기분할상환제도로 전환시키기로 했다. 또 올 들어 상환조건이 크게 까다로워진 주택담보대출을 다시 완화시키기로 했다. 이는 다시 돈을 풀어 내수를 살리겠다는 '초이노믹스' 방향이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19대 때 처리하지 못한 경제활성화 법안과 노동-공공-금융-교육개혁 등 4대 개혁을 20대 총선 공약으로 내건 셈이다.
□ 강봉균, 재벌중심 與성향…野 이미지 내세워 정책 추진 명분 = 강 위원장을 선봉에 세운 것 역시 새누리당의 총선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김대중 정부 재경부 장관이었던 강 위원장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야당 출신인 경제전문가도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을 찬성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통해 정책 추진에 명분을 쌓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강 위원장의 경제관은 시장주의자로 야권이 지향하는 경제민주화-중소기업육성 등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많다. 강 위원장이 김대중 정부 재경부 장관을 맡을 수 있었던 것도 IMF외환위기 당시 기업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당시 대우 등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팔을 걷어 붙였다.
구조조정을 강조하는 강 위원장은 그동안 경제민주화와 야권의 복지정책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인식을 나타낸 바 있어 그의 경제관은 오히려 여당인 새누리당에 어울린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강 위원장의 경제관은 재벌위주, 낙수효과를 신봉하는 사람"이라며 "IMF 때 구조조정 통해 외환위기를 극복을 했다고 보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자신의 치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구조조정이 정부의 방향과 맞으니 선대위원장으로 앉힌 거 아니겠나. 선별적 복지를 강조하는 것도 여당 성향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당 경제정책 발표에 대해 "(청와대와) 조율된 것"이라며 강 위원장의 양적완화, 구조조정 발언에 적극 찬성의 뜻을 나타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