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인사분석]'낯섦', 하지만 그게 인사의 묘미다

공석 중이던 국세공무원교육원장에는 예상대로 신동렬 서울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장, 중부국세청 조사2국장에는 3개월 전 부산(부산국세청 징세송무국장)으로 내려갔던 윤상수 국장이 올라와 앉았다. 같은 시기 부산국세청 조사1국장에 인선됐던 김명준 국장도 서울로 직행, 서울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장에 임명됐다.

한재연 서울국세청 납세자보호담당관과 안홍기 국세청 운영지원과장이 새롭게 고위공무원 라인업에 합류, 각각 부산국세청 징세송무국장과 조사1국장에 인선됐다.

3·31 국세청 인사, 최대 하이라이트는?

지난 2014년 1월, 본청 운영지원과장에 임명된 후 무려 2년2개월여를 근무한 안홍기 부산국세청 조사1국장(이하 안 국장)은 수많은 선배 기수들을 제치고 '꽃가마'에 올라타는데 성공했다. 특히 그는 타부처에서는 아직 쉽게 찾아보기 힘든 행정고시 39회 출신 고위공무원이다.

본인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본청 운영지원과장으로 오래도록 근무했다는 점이 '프리미엄'으로 작용하면서 현 국세청 고위공무원 라인업 구성원 중 최연소(47세) 고위공무원이 됐다.

그동안에도 본청 운영지원과장에서 곧바로 고위공무원으로 승진한 케이스들이 많았다는 점(김봉래 현 국세청 차장, 강민수 현 서울국세청 조사3국장 등)을 고려하면 확실히 본청 운영지원과장이라는 자리의 상징성은 다른 어떤 본청 과장급 자리와도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관전포인트는 안 국장의 후임으로 본청 운영지원과장에 오른 인물이 이미 부이사관으로 승진한 김태호 과장(전 본청 조사기획과장)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김태호 과장은 전임자 보다 행정고시 선배(행시 38회)다.

지금껏 본청 운영지원과장 자리는 '(부이사관)승진 자리'였지, '승진한 사람이 가는 자리'는 아니었고 전임자 보다 앞선 기수(행시 출신에 한정)가 인선된 경우가 없었다. 적임자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시적인 현상이 될지, 앞으로 인사패턴의 변화를 예고한 선례가 될지 흥미롭게 지켜볼 대목이라는 평가.

성동세무서장으로 임명된 김동일 서장(전 본청 국제협력담당관, 부이사관) 인사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성동세무서장 자리는 4월1일부터 부이사관급 자리로 격상이 예정되어 있다.

이에 안팎에서는 강남세무서와 같이 명예퇴직이 임박한 조직기여도가 높은 비고시 출신을 배치한 후 후속적인 부이사관 승진인사를 통해 예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왔지만, 본청 운영지원과장 인사와 마찬가지로 이미 부이사관으로 승진한 김동일 서장을 임명하는 것으로 당초의 예상을 깨뜨렸다.

예측은 금물이지만 앞으로 성동세무서장 자리는 평생 공직생활을 해도 서울시내 세무서장 한 번 하기 힘든 젊은 행시 출신 인재들이 보다 부이사관 이후를 대비, 큰 물에서 기관장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훈련소'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그 외 관전포인트들은?

자신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정책보좌관을 교체한 것도 눈에 띈다. 그동안 행시 출신들의 전유물이었던 이 자리에 비고시 출신(세무대)이 인선됐을 당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새 정책보좌관은 재기발랄한 인재로 평가받는 유재준 과장(전 잠실세무서장)이 임명됐다.

센세이션의 주인공이었던 김길용 전 정책보좌관은 동안양세무서장으로 영전, 다시 한번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본청 과장급 라인업에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비고시 출신들을 대거 요직에 진입시킨 부분(오덕근 원천세과장, 최시헌 조사1과장, 김운섭 조사2과장, 이호석 국제조사과장)은 향후 일시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인재풀 부족 현상을 대비, 고위직 승진을 위한 역량을 갖툰 이들을 서둘러 키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7급 공채 출신인 오덕근 과장의 존재로 국세청 내부의 갈등요인 중 하나인 '세무대 쏠림현상'도 차단하는 작은 효과를 얻어냈다.

이와 함께 과거 구설에 오르내리며 눈물의 좌천을 당해야 했던 이들을 화끈하게 부활시켜준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