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더불어민주당 부산 지역 국회의원 당선인들과 지방의원, 상무위원들이 지난 14일 부산 중앙공원 충혼탑 참배를 마치고 부산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더민주 부산시당)
호남 '참패' 아프지만 전 지역 당선자 배출…지역주의 '퇴색'
20대 총선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 오만에 대한 '심판'이기도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전국정당' 달성 역시 의미가 있다.
이는 지역주의 퇴색을 의미한다.
수도권 압승뿐 아니라, 여당 텃밭인 영남권에서 무려 9석을 차지해 '기적'을 낳았다.
공천 탈락으로 탈당해 무소속으로 뛴 대구 북구을의 홍의락 당선인까지 포함하면 10석이다.
그동안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수차례 영남권에 문을 두드리고 고배를 마셨던 후보들이 당선되면서 더민주는 20대 국회에서 전국 지역구를 가진 '전국정당'이 됐다. 텃밭인 호남에서 국민의당과의 경쟁에 밀려 단 3석에 그친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 전 지역 당선자 배출, 朴정부 경제무능 심판…'지역주의' 퇴색 의미 = 그동안 뿌리 깊은 지역주의로 한국정치가 기형적으로 커왔다는 점에서 더민주가 20대 국회에서 전국정당을 달성한 것은 동서화합과 지역주의 타파를 외친 '김대중·노무현 정신'이 실현된 첫 선거라는 의미를 지닌다.
부산·경남(PK)은 지난 1990년 3당 합당 이후, 지역구도가 뿌리 내리면서 여당이 압도해왔다.
1992년 치러진 14대 총선부터 2000년 16대 총선까지 더민주는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17대 총선이 치러진 2004년 탄핵 열풍에 부산 1석, 경남 김해 갑·을 등 총 3석을 시작으로 19대까지 많아야 3석이었다. 특히 대구·경북(TK)은 20대 총선에서 처음으로 의석을 얻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뿌리 깊은 지역주의로 호남에 고립된 채 정치활동을 해야 했으며 결국 DJP연합(충청 맹주인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와 연합)으로 대선에 승리할 수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은 남북화해와 동서화합에 정치생명을 걸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13대 부산 동구 초선 이후, 부산 출마에서 번번이 낙선했다. 14, 16대 때 부산 출마를 했지만 고배를 마셨고, 1995년 부산시장 선거에서도 낙마했다.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칭이 붙게 된 계기 역시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끊임없이 험지로 나섰기 때문이다.
결국 기나긴 노력 끝에 20대 총선에서 더민주는 부산-경남 '낙동강 벨트'지역에서 총 8석을 거머쥐었다. 19대 국회에서는 부산 2석, 경남 1석에 불과했던 영남권 의석이 3배 이상인 총 10석으로 늘어났다.
20대 국회에서 부산 사상 문재인 전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하고 사하을의 조경태 의원이 공천을 앞두고 새누리당으로 당적으로 옮기면서 당내에서는 부산 전패를 우려했다.
□ 영남 총 9석, 장기간 지역바닥 훑은 당선자들…유권자 '인정' = 하지만 오랫동안 지역현안을 듣고 바닥을 다져온 후보들이 빛을 보게 된 것이다.
부산 진갑 김영춘, 사하갑 최인호, 북강서갑 전재수, 남구을 박재호, 연제구 김해영 당선인과 경남 김해을 김경수 당선인은 수차례 고배를 마시기고 했다. 양산을 서형수 당선인은 문 전 대표 영입 인사로 전략공천을 받아 승리했고 경남 김해 갑 민홍철 의원은 재선에 성공했다.
이들 8명 중 최인호, 전재수, 박재호, 김경수 당선인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비서관 출신들이다.
대구 수성갑 김부겸 당선인 역시 대구 지역구 3수만에 승리를 거뒀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대구시장 출마까지 더하면 4수 끝에 당선됐다. 김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 첫 야당 국회의원이 되면서 당내 입지도 탄탄하게 됐다.
더민주는 충청권에서도 새누리당과 균형을 이뤘다. 충북 3석, 충남 5석, 대전 4석 등 충청권 총 26석 중 12석을 차지했다. 여기에 복당을 예고한 세종시 이해찬 당선인까지 더하면 13석으로 늘어난다.
제주도에서도 지역구 3석을 모두 승리했고 19대에서는 전패했던 강원도에서도 1석이지만 원주시을에서 송해석 당선인이 의미 있는 승리를 거뒀다.
□ "지역주의 타파" 호남서도 與 정운천-이정현 당선 = 전국정당으로 발돋움한 것에 대해 당 관계자는 "이제 영남에 야풍이 불고 지역주의가 많이 퇴색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선거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 무능과 실패에 대한 심판이면서 국민들이 야당에 기회를 준 것"이라며 "이제 국회에서 정부의 문제를 제대로 짚고 법안과 정책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주의 퇴색은 호남에서 새누리당이 2개의 의석을 차지한 것에서도 드러난다.
전북 전주을 정운천, 전남 순천 이정현 후보가 당선됐다.
당 호남권 관계자는 "이정현 의원 같은 경우는 우리가 봐도 정말 지역을 잘 돌봤다. 우리 당 지역의원들이 그 정도로 호남에서 했나 싶다. 지역주의는 얼마든지 극복될 수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 호남 3석 '참패' "더민주 뿌리는 호남, 정신 차려야 정권교체 가능" = 여당 관계자 역시 더민주의 영남권 활약에 대해 "많이 놀랐다. 특히 부산시민들이 화가 많이 나신 것을 피부로 느낀다. 민생보다는 내부 싸움에 몰두한 모습을 보였고 공천에서도 혁신하지 못했다"며 "야당 후보들이 그동안 오랫동안 지역에서 준비했던 분들이었다. 그런 면에서 점점 지역주의는 타파되는 거 같다"고 평가했다.
뼈아픈 부분은 호남 전패다.
국민의당과 분당되면서 호남 민심을 잡지 못한 더민주는 전북 2석과 전남 1석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야했다.
호남 총선을 도왔던 당 관계자는 "호남 유권자들도 이제 '무조건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줬다"면서 "우리가 호남민심을 제대로 듣지 못하니 국민의당 경쟁에서 밀린 것이다. 민심이 정말 무섭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 지역에서 당선인이 나와 의미도 있지만 더민주 뿌리는 호남"이라며 "정권교체를 위해 각성하고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