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여신상 디케
▲죽어가는 남편, 극진히 간병했지만…
사실혼관계가 일방 당사자의 사망으로 종료된 경우에는 그 상대방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되지 않으며, 상증법의 배우자 공제 역시 사실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에게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김병수 부장판사)는 최근 K씨가 제기한 증여세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K씨가 취득한 재산이 사실혼 파기에 따른 재산분할 및 위자료라는 주장과 배우자 공제가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며 기각 판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K씨는 사망한 남편이 암투병 하는 과정에서 약 5년 동안 간병을 했고, 망인이 서울아산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과정에서는 환자인 망인과의 관계를 '부인' 또는 '처' 등으로 기재한 사실은 인정됐다.
이 과정에서 남편으로부터 서울 강동구 길동 소재의 토지와 건물, 길동 소재 다른 부동산에 대해서는 그 취득자금 및 부동산의 지분(2분의 1)을 증여받은 것으로 보고 과세당국으로부터 증여세를 고지 받았다.
그러나 K씨는 "사실혼관계에 있는 남편을 만나 부부관계를 유지해오다가 남편의 폭언과 부정행위 등으로 사실혼 관계를 청산했고, 남편으로부터 사실혼 파기에 따른 재산분할 및 위자료로 부동산 등 재산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K씨는 "설령 자신이 받은 재산이 사실혼 파기에 따른 재산분할 및 위자료로 인정되지 않더라도 상증세법상 배우자 공제가 적용돼야 한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행정법원 재판부는 "사실혼 관계에 있었던 당사자들이 생전에 사실혼관계를 해소한 경우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할 수 있으나, 법률상 혼인관계가 일방 당사자의 사망으로 종료된 경우에 생존 배우자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사실혼관계가 일방 당사자의 사망으로 종료된 경우에는 그 상대방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상증법상 배우자 공제 규정에서 말하는 배우자란 법률상 배우자를 뜻하는 것으로서 사실혼관계에 있는 배우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K씨가 사망한 남편의 배우자임을 전제로 배우자 공제 규정이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은 그 자체로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K씨의 경우 실제 사망한 남편과의 사실혼 관계를 인정하기도 어렵지만, 설령 일정기간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민법이 허용하지 않는 중혼적 사실혼에 해당해 법률혼에 준하여 특별히 두텁게 보호해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참고 판례 : 2015구합68000]
▲주식도 다 팔고, 감사도 사임했는데…여전히 납세의무자(?)
동생이 설립한 회사의 주식을 다른 사람에게 전부 양도하고, 그 회사의 감사에서 사임한 형에게 제2차 납세의무자로 그 회사의 체납 세금을 내도록 한 처분은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김정숙 부장판사)는 최근 J씨가 제기한 부가가치세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J씨가 과세기간 동안 H사의 주식을 전부 양도했으므로 주주라고 볼 수 없다"며 "당국이 과점주주로 보고 제2차 납세의무를 부담하도록 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J씨의 동생 A씨는 2007년 2월 7일 H사를 설립했는데, J씨는 2월 7일과 12일 두 차례에 걸쳐 A씨에게 400만원을 송금했다. 한편 A씨는 그 무렵 J씨에게 H사의 주식 750주를 주었고, J씨는 2007년 4월 H사의 감사로 등재됐다.
세무당국은 H사에게 고지한 2012년 제2기 부가세가 체납되자 J씨를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하고 체납 세금을 내도록 통지했다.
J씨는 당국의 과세에 대해 "2010년 10월경 B씨에게 H사 주식 전부를 매도했고, 2011년 6월에 H사의 감사를 사임했다"며 "H사의 경영에 관여하거나 지배를 한 적이 없으므로 H사의 제2차 납세의무자가 될 수 없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행정법원 재판부는 "J씨가 2010년 4월 B씨에게 H사의 주식 750주를 양도했다는 내용의 확인서와 2011년 6월 H사의 감사를 사임하고 B씨가 감사로 선임됐다는 내용의 확인서에는 모두 그 무렵 발행된 H사의 법인 등기부등본이 첨부돼 있고 위 확인서들과 법인 등기부등본 사이에는 간인까지 돼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J씨가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사후에 이런 확인서들을 허위로 작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특히 "J씨는 2010년 10월 동생인 A씨로부터 540만원을 송금받았는바, J씨의 H사 주식 양도대금이 아니라면 위 돈의 성격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H사는 주로 적자상태로 운영됐는바, J씨가 H사로부터 배당을 받지도 않았고, H사의 경영에 참여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결국 "J씨가 국세기본법에서 정하고 있는 과점주주로서 H사의 체납세금에 대해 제2차 납세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수 없다"며 "J씨에게 부과된 과세처분이 위법하다"며 J씨의 손을 들어줬다. [참고 판례 : 2015구합6757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