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기획재정부 청사.
기획재정부, 조세심판원 등에 속해 일해 오던 전도유망한 젊은 세금맨들이 하나 둘, 공직을 떠나 법무·회계·세무법인 등으로 옮기면서 세종시 관가가 술렁이고 있다.
1~2명 빠져나간다고 해서 티도 안 나는 것이 공직사회지만, 이들의 갑작스러운 거취변화는 아쉬움과 한숨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최근에는 아예 세종시로 이주하는 이들이 많지만 기본적으로 가족과 멀리 떨어져 있을 수 밖에 없는데다, 높은 업무강도에 죽을 힘을 다해 일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극복하기 힘들어 보이는 승진적체, 안정적이기는 하나 예전보다 떨어진 일에 대한 보람과 자부심 등 여러 환경적 측면에서 '공직자'가 가진 메리트는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수요자(법무·회계·세무법인)들은 공직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연봉으로 이들을 모셔가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보니 당사자 입장에서는 깊은 고민은 될 지언정 뿌리치기가 결코 쉽지 않은, 매력적인 유혹이다.
특히 수요자들로부터 인기를 끄는 매물인 국세청 출신들의 이직 소식은 어지간한 거물급 아니고서는 놀랄만한 소식 축에도 들지 못하는 일.
하지만 국세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조직인 기획재정부 세제실, 국무총리 조세심판원 출신들의 이직 소식은 '급'에 상관없이 충격파가 큰 사건에 속한다.
지난달 기획재정부 세제실 황병하 과장(서기관)이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1969년 태어난 행정고시 39회 출신의 젊은 인재가 갑작스럽게 인생의 항로를 바꾼 것이다.
그는 사무관 시절 국세청과 세제실에 두루 근무했고, 최근에는 기재부-국세청 인사교류를 통해 기관장(강서세무서장) 경험까지 갖춘 인물로 앞으로 세제실을 이끌 리더그룹 중 한 명으로 평가받았다. 그의 갑작스러운 퇴직 결심에 세제실 주변 동료들은 진한 아쉬움을 표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현재 삼일세무법인 전무로 새로운 인생길 개척을 시작했다는 전언이다. 삼일세무법인에는 지난 2014년, 2015년 각각 퇴직한 국세청 출신 인사(김주연, 안종주)가 근무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조세심판원에서도 지난해 말 2명의 사무관급 인재가 빠져나가 각각 김앤장 법률사무소, 법무법인 태평양에 둥지를 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팎에서는 앞으로도 젊은 인재들의 누수현상이 심심찮게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근에는 한 살이라도 젊은 나이에 민간으로 뛰쳐나가 고생하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는 전언이다. 게다가 관피아 논란 등으로 재취업이 어려워진 점도 공직자들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마음고생이 더 심할 수도 있겠지만 하는 만큼 보수도 많아질 수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기회가 주어지길 희망하는 이들이 은근히 많다는 귀띔이다.
중앙부처의 한 관계자는 "공직에 같이 입문한 동기는 이미 민간에 나가 더 많은 돈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며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지 결심할 것"이라며 "승진적체, 근무여건 등의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겠으나, 현재 받고 있는 봉급에 비해 더 많이 주는 민간으로 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