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득세가 독립세로 전환되면서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세에 대한 '세무조사권한'을 갖게 됐으나, 동일한 세목을 놓고 납세자들이 국세청과 지자체로부터 중복 세무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직면하자 중앙정부는 납세자의 세무조사 부담 완화를 근거로 지자체의 세무조사권한을 국세청으로 일원화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지자체에서 "지방재정의 자주권을 훼손한다"는 반발로 제동이 걸린 상태다.
사실 세무공무원은 법정사유를 제외하고 같은 세목 및 같은 과세기간에 대해 재조사를 할 수 없도록 국세기본법에 명시되어 있다.
쟁점은 지방소득세 세무조사가 국세의 세무조사와의 관계에서 중복된 세무조사에 해당되는지의 여부. 최근 이 같은 문제를 놓고 지방세 세무조사가 중복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위헌' 소지 여부만을 검토하고,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세무조사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승영 한국지방세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작성한 '지방소득세 세무조사 제도의 합리적 보완 방향에 대한 검토'라는 주제의 논문을 통해 "지방소득세 세무조사가 국세에서의 세무조사 중 발견한 동일한 잘못을 시정하거나 자체적인 세금탈루 혐의를 발견할 수 있다면 지방소득세 세무조사가 존립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지방세 세무조사제도의 운영은 과세권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납세자의 필요최소한의 부담을 안기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정 부연구위원의 주장.
정 부연구위원은 "지방소득세가 독립부과체계를 갖추었고, 지방세 체계가 기본법부터 지방세법, 지방세특례제한법 등 관련 법령이 독립적인 체계로 구축되어 있다는 측면을 고려한다면, 이를 일방적으로 위헌으로 보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측면이 있는 일본은 지방소득과세 세목에 대해 세무조사 제도를 마련해 두고 있다.
일본의 경우 2개 이상의 지자체가 연관된 사업체 과세표준 결정은 주사무소를 기준으로 접근하되, 이견이 있을 때만 총무성에서 결정하는 방식으로 해결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여기에 납세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협의체를 통해 국세 세무조사의 내용을 지방소득과세에 반영하는 수준에서 제도를 운영한다. 쉽게 말해 지자체가 독자 세무조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소리다.
정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국세청과 지자체 간의 세무조사 관련 협의체를 마련하고 열람기록권을 지자체에 부여해 국세 과세자료를 활용해 과세처분을 하는 방식으로 세무조사 빈도는 줄이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2개 이상의 지자체가 연관된 경우에는 주사무소 등이 위치한 광역지자체에서 지방소득세 관련 세무조사를 시행하고, 과세표준을 결정하되 연관되어 있는 지자체들의 이견을 제시하는 경우에는 과세권 조정에 관한 조항의 틀을 이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지방소득세는 특별시광역시세와 시·군세로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기초단체에서 세무조사를 실시하기 위한 업무 여건이 미비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에 따라 시·군세의 경우에는 기초단체의 여건을 고려해 광역지자체에 세무조사를 위탁해 실시해야 한다는 언급도 개선 방향으로 제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