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의료 쇼핑·과잉 진료'로 인해 실손보험 손해율이 상승하는데다 보험사들은 이를 이유로 보험료를 올리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금융위원회는 18일 오전 정은보 부위원장과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이 공동 주관하고 기재부,복지부, 금융위의 국장,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금융감독원, 보험개발원, 보건사회연구원,보험연구원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정책협의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목적은 최근 크게 사회적 이슈로 부각한 실손보험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실손보험 문제를 놓고 차관급 회의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브리핑을 통해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공감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진료 항목을 보장해 주는 상품이다. 현재 3200만명이 가입한 것으로 나타나 '제2의 건강보험'이란 별칭을 얻고 있다.
금융위 브리핑에 따르면 그러나 일부 가입자들이 무분별한 의료 쇼핑을 하고 병원들은 실손보험 가입자들을 부추겨 과잉진료를 하면서 문제가 커진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손해율 (지급한 보험금/거둬들인 보험료)이 높아지자 보험사들은 이를 고스란히 보험료에 반영하면서 '선량한 피해자'가 양산된다는 것. 실손보험료는 올 들어 20%대의 높은 인상률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 큰 문제는 실손보험 가입자 가운데 보험금을 한 번이라도 청구해 받은 사람은 20%가량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이 꼽힌다. 가입자 가운데 80%인 2500만명은 보험료만 꼬박꼬박 내고 보험금은 한 번도 타보지 않았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런데도 일부 가입자와 병원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보험료는 상승하며 사실상 '손해'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모두 발언을 통해 “과잉진료가 보험료 급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되면 수년 내 실손보험료가 2배 이상 오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실손보험과 관련한 도덕적 해이가 근절되지 않는다면 이 보험이 더 이상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선 실손보험 상품을 설계·판매할 당시 보험사들이 과도한 보장을 유도한 측면이 있고 과잉진료 문제가 발생한 이후 보험료를 올려 신뢰 하락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날 정책협의회에서는 기재부·복지부·금융위를 비롯해 연구기관이 참석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연말 까지 운영키로 합의됐다. TF는 우선 실손보험 관련 통계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만큼 통계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인 비급여 진료의 명칭(코드)을 세분화·표준화하는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비급여 진료 코드를 통일할 경우 실손보험금 청구정보가 집적돼 과잉진료를 하는 '문제병원'을 걸러낼 수 있어서다.
이 경우 전국 28개 대학병원은 비급여 진료 코드 통일에 긍정적이지만 이를 중간 규모 병원, 소규모 병원 등 어느 수준까지 확대할 것인지가 현안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또 소비자 편의를 위해 실손보험 청구 절차를 간소화하는 '간편 청구' 방안도 논의할 계획이다. 실손보험 가입자 중 30∼40대는 바빠서, 50대 이상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진료 항목을 잘 몰라서 청구를 못 하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TF 운영과정에서 의료계, 보험업계와 소비자단체 등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두루 수렴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