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단 응시를 희망하는 회원에게 수련 연차를 물었더니, "19년입니다"라고 머쓱해 하며 대답을 한다. 아직 연차가 낮아 감히 문의를 하는 것이 송구스럽다는 표정이다. 19년 결코 짧은 세월은 아니다. 합기도(Aikido) 선생들은 대부분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까지 수련하는 모습을 제자들에게 보여주었다. 고바야시 선생은 80세이시다. 아직도 정정하게 수련을 하고 계신다.
모두가 고바야시 선생처럼 정정한 것은 아니다. 이번 부산에 초청한 야마와키 선생은 64세이시다. 그는 정년 퇴직을 하는 나이에 합기도 전문 지도원이 되었다. 회원이 80명 정도 되는데 몇 년 전 은퇴를 하려고 했을 때 제자들이 적극 만류하는 바람에 계속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였다. 야마와키 선생은 30년 이상 합기도를 수련해 왔다. 그것이 노년의 삶을 보람되게 하고 있다.
원하는 대학을 가기 위해 중고등학교 시기때 열심히 노력한 것처럼, 정년 이후의 삶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할 시기가 있다. 학창 시절 공부하지 않는 학생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는 것처럼, 노년을 대비하여 노력하지 않아서 맞이하는 것은 고독과 초라함이다. 때에 맞게 노력해야 하는 것이 있다. 인생은 마지막이 더 행복해야 한다.
지난 주말 부산 국제강습회를 위해 KTX를 탔다가 의자에 꽂혀 있는 <공감>이라는 잡지를 보았다. 첫 장을 넘기자 태권도 8단인 관장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나왔다. 56세가 될 때까지 태권도 하나에만 전념해왔던 사람이 젊은 관장들과의 경쟁에서 밀려 도장을 폐업하고 태권도를 은퇴를 하면서 지방 시청에서 청원경찰로 생활하고 있었다. 그마저도 60세까지만 할 수 있다고 하니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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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르치는 사람, 배우는 사람 모두 즐겁다. |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합기도(Aikido)는 60세가 결코 많은 나이가 아니다. 기사의 주인공과 비슷한 연배인 나는 아직 은퇴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내가 합기도를 통해서 바라보는 선생들의 평균 나이가 70세 이상이다. 지금 내가 은퇴를 한다면 아직도 배울 것이 많고 숙달 시켜야 할 것이 많이 남은 상태에서 그만 두는 것이다. 뒤도 닦지 못하고 뒷간에서 나오는 것과 같다.
나에게는 검술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스가와라 테츠타카 선생이 올해로 75세이시다. 아직도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신다. 하지만 나이는 어쩔 수 없어 관절의 노쇠함이 얼핏 느껴진다. 앉았다 일어날 때 무릎이 흔들리는 것을 보곤 한다.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힘들고 무리가 오는 것 때문에 더 이상 하지 않고 쉬어야 하는 것이 해답이라 할 수 있을까? 그것은 답이 될 수 없다.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할 때까지 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무도다."
인생에서는 노력해야 할때가 있다. 노력은 결실이 따른다. 56세에 은퇴를 해야 했던 태권도 관장처럼 나이가 거대한 벽이 될 수도 있다. 시합을 하는 스포츠가 대부분 그렇다. 회사에서 정년퇴직을 할 나이에 오랫동안 해왔던 운동도 은퇴를 해야 한다면 그동안 했던 운동은 그저 쌓인 스트레스나 해소해 왔던 것 밖에는 안된다. 놀기만 좋아하는 사람처럼 그때 그때 유행에 따라 즐거움만 찾다가 보람없이 인생을 접는 사람도 많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아이들 위주로 돌아가는 도장은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성인이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운동이야 말로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야마와키 선생은 일본에서의 합기도장은 지금, 초등학생들은 줄어드는 반면 성인 수련생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노인 인구가 많아져도 무술에 대한 인식이 격투기 쪽으로 치우쳐져 있는 한국에서는 성인이 도장을 찾는 일은 드물 것이다.
56세에 은퇴를 한 태권도 8단 관장처럼 기존 원로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무술이 성인 운동으로 정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제 AIMS의 IOC가입으로 합기도(Aikido)는 올림픽조직의 관심종목이 되면서 이제는 합기도가 더욱 더 알려지겠지만 이미 정착되다시피 한 기존의 어린이 운동이라는 인식을 바꾸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윤대현 (사)대한합기도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