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외화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Liquidity Coverage Ratio)등 은행 외화유동성이 금융당국의 관리 대상이 된다.
금융당국은 2017년부터 모든 은행을 대상으로 외화 LCR을 도입하고 중복·불필요한 규제를 폐지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미국 금리가 올라가면 은행들의 외화유동성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 외화 LCR, 매년 일반은행 10%씩, 특수은행 20%씩↑
LCR은 한 달 기준의 외화 현금, 외화지급준비금, 고신용채권 등 고유동성 외화자산을 순현금유출로 나눈 비율을 말한다. 즉 국채 등 현금화하기 쉬운 자산의 최소 의무보유비율이다.
이 지표가 높으면 높을수록 미국 금리 인상 등 위기 상황에서 은행이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크다.
앞으로 모든 은행이 LCR 규제의 대상이 될 예정이지만, 외화부채가 5% 미만이고 외화부채 규모가 5억달러 미만인 전북, 제주, 광주은행은 제외된다. 또 수은과 외은지점은 규제에서 벗어난다.
금융당국은 2019년까지 은행별 특수성에 따라 규제비율을 차등적으로 도입하고, 매년 규제비율을 높여나간다는 방침이다.
일반은행의 경우 내년 60%에서 매년 10%포인트씩 상향 조정하고, 특수은행인 기업은행, 농협은행, 수협은행은 내년 40%에서 2019년까지 매년 20%포인트씩 올릴 예정이다.
다만 산업은행은 자체적 외화조달 여력 및 국내은행 외화공급 역할, 외환부문 정책금융기능 등 특수성을 고려해 최종 규제비율을 20%포인트 완화하기로 했다. 내년 40%에서 2019년 60%를 목표로 1년마다 10%씩 상향 조정한다.
금융당국은 매 영업일마다 고유동선 자산을 일별 순현금 유출규모의 합산액으로 나눈 값을 구해 월 평균 규제비율을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그동안 금융당국이 모니터링 해왔던 여유자금비율, 외화 안전자산보유비율은 실효성이 낮아 폐지하기로 했다.
□ 전문가들, "LCR 규제 개편, 은행위기 능력 키울 것"
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LCR 규제 개편이 은행권의 위기 대응 능력을 키울 것이란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외화유동성 규제는 화화자산/부채의 만기 불일치 관리에 초점을 두고 있어 외화자금 조달이 어려운 위기 시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제도 개편으로 대외 충격에 대한 대응 여력을 높여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강화하고 위기 시 실물부문에 안정적인 외화공급이 지속적으로 가능해질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더불어 외환 위기 및 금융 위기 시 중첩적으로 도입된 외화유동성 규제를 일체 정비해 불필요한 부담을 해소하고 규제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OECD 국가들도 대외 시스템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자국 특성에 맞게 외화 LCR 규제를 변형해 도입하고 있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외화 LCR 규제가 규제라는 측면에서 부정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불필요한 규제를 폐지하고 은행의 안정성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