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이배 국민의당 의원
부실을 잡아내야 할 금융당국이 오히려 회계분식 등 '부실 회계감사' 발생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29일 열린 '금융부처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금융당국은 재무제표 및 외부감사의 신뢰도를 높이고자 마련된 제도적 안전장치를 제대로 다루지도 못한다"며 "외부감사 제도에 구멍 뚫는 금감원"이라고 지적했다.
채이배 의원은 자료를 통해 "지난해와 올해의 '기업들 감사전 재무제표 제출현황'을 살펴보면 금감원이 미제출 기업들의 명단을 확인하고도 이들에게 별다른 제재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의 제출현황을 면밀히 살펴보면, 한국거래소로부터 미제출 기업들에 대한 보고를 받았음에도 해당 기업들이 실제로 자료를 냈는지 안냈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를 아직 끝내지도 못했다"고 그는 말했다.
2013년 12월 개정된 외감법은 기업이 감사전 재무제표를 정기총회 6주 전까지 감사인에게 제출토록 의무화 하고 있다.
개정된 외감법에 따르면 감사전 재무제표를 기한내 내지 않을 경우 기업의 회계업무를 담당하는 자 등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또 해당 기업의 임원 및 감사 등은 해임권고를 받을 수 있으며 해당 기업은 일정기간 유가증권 발행이 제한된다.
이는 기업의 재무제표 직접작성 책임강화를 위한 것이다. 몇몇 기업들이 감사를 받는 입장에 있음에도 그동안 자신들의 재무제표 작성을 외부감사인으로 하여금 대리작성케 하는 불공정관행을 이어온 까닭이다.
채이배 의원은 이에 대해 "금감원이 제재보다 계도를 염두한 것일 수도 있겠으나 법위반 여부에 대한 점검조차 끝내지 못한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또 금융당국이 국회에서 지정감사인 제도를 도입한 취지와 목적을 무시하고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제멋대로 집행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채이배 의원은 "'2015년 및 2016년 상반기 지정감사인 실태'를 확인해본 결과, 재무요건 악화를 이유로 감사인을 지정받은 146개 기업 중 53개 기업이 지정해제 후에도 지정감사인을 감사인으로 선임했다"며 "19대 국회가 기업과 지정감사인의 유착을 방지하기 위해 지정감사인이었던 자를 지정해제 첫해에 감사인으로 선임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음에도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4년 5월 개정된 외감법은 재무요건이 악화된 기업에 대해서도 감사인을 지정토록 하고 있다. 재무상황이 안좋아지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그만큼 회계분식의 유혹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어 채 의원은 "재무요건 악화를 이유로 감사인을 지정받은 기업은 그 사실을 재무제표에도 공시하도록 해야할 것"이라며 "재무요건 악화로 감사인이 지정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주주와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정보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지정감사인 제도란 금융당국이 지정한 회계법인으로부터 외부감사를 받는 것을 의미한다. 기본적으론 자유수임 제도를 통해 여러 회계법인이 경합을 벌여 기업의 외부감사 용역을 따내는 식으로 업무가 이뤄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