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님,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동안 희노애락을 함께한 기획재정부 세제실 후배 관료들의 뜨거운 환송을 받으며 문창용 세제실장(사진, 이하 문 전 실장)이 30여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세상으로 나간다.
11일 기획재정부는 세제실장, 국장급 등 직위에 대한 교체 인사를 단행, 이에 따라 문 전 실장은 지난 2014년 8월 세제실장에 취임한 후 약 2년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기획재정부의 양대 축인 예산과 세제, 그 중에서도 세제를 총괄하는 최고위직(1급)으로서 비록 선배 세제실장들이 걸어갔던 길(차관급 영전)은 따라가지 못했지만, 그는 '떠날 때'를 알고 미련없이 용퇴를 결심하며 뒤끝을 남기지 않았다.
그의 결단에 후배 관료들은 '그다운 결정'이라고 평했다. 크지 않은 체구에 부드러운 인상과 달리 그는 화통한 성격에 자잘한 부분을 과감하게 버리고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줄 아는, 강단있는 인물로 정평이 나있었다.
문 전 실장은 그동안 어떤 '족적(足迹)'을 남긴 공무원으로 기억될까.
그는 기획재정부 공무원 노동조합이 선정한 닮고 싶은 상사에 통산 3차례나 꼽혔을 정도로 세제실은 물론 선·후배 관료들 사이에서도 신망이 두터웠다. 취임당시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 갖은 인터뷰에서는 "거창한 것도 바라지 않는다. 후배들에게 그저 '그 양반, 참 괜찮은 선배였다' 정도의 평가만 받아도 성공한 것 아닌가 싶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공직생활의 상당부분을 'Tax(세금)'과 관련한 분야에서 보낸 인물이다.
중동고와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문 전 실장은1984년 행정고시 28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첫 부임지인 춘천세무서를 거쳐 남양주세무서 등 국세청 일선 세무서현장을 거치며 세정업무를 경험한 뒤 재무부(현 기획재정부) 세제실로 자리를 옮겨 소득세제과, 재산세제과에서 일하며 본격적으로 조세분야 전문성을 쌓았다.
이후 청와대 파견(삶의질향상기획단)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재경부 경제정책국 기술정보과장을 거쳐, 2007년까지 세제실 국제조세과장, 소비세제과장, 관세제도과장 등 세제실 핵심 과장직을 두루 섭렵했다.
2008년 고위공무원으로 승진한 후 통계청 통계교육원장, 기획조정관 등으로 일했다. 특히 그가 통계청 기획조정관으로 일할 당시 통계청장의 신임이 두터워, 기재부 복귀를 만류하는 '해프닝(?)'까지 있었다는 후문.
2010년 세제실 국장급인 조세기획관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그는 2011년 세제실 재산소비세정책관으로 일하며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과세' 등 굵직한 세제정책을 성공적으로 입안, 제도화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기도 했다.
2014년 8월, '13월의 세금폭탄'이라는 오명을 잔뜩 뒤집어 쓴 세법개정안 논란이 한창이던 때 '구원투수'로 세제실장에 오른 문 전 실장은 발빠른 대응으로 논란을 잠재우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이어 기업소득환류세제 등 '가계소득 3대 패키지'의 제도화에도 힘을 보탰다.
[약력]
▲1962년 ▲경기 남양주 ▲중동고-연세대 행정, 美일리노이주립대 경제학 석사 ▲행시 28회
▲춘천세무서, 남양주세무서 재산세과장, 재무부 세제실 소득세제과, 재산세제과, 재정경제원 대외경제국 외국인투자과 및 공보관실, 재정경제부 국고국 국유재산과, 청와대 파견(삶의질향상기획단), 재경부 경제정책국 기술정보과장, 재산소비세심의관실 국제조세과장, 소비세제과장, 조세분석과장, 관세국 관세제도과장, 통계청 통계교육원장, 기획조정관, 기획재정부 조세기획관, 재산소비세정책관, 조세정책관, 세제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