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인 김모씨(29·여)는 국내 유명 구직사이트에서 보험모집인 구인광고를 보고 지원했다. 하지만 고용주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모씨는 김씨 명의의 통장과 비밀번호를 요구했고 대가로 50만원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불법성 대포통장 모집 방법이 지능화·국제화 되고 있다. 구직사이트에서 취준생을 대상으로 대포통장 명의인을 대거 모집하거나 취업사기를 저지르는가 하면 법인이나 외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확보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대포통장을 활용한 사기 근절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지만 대포통장이 범람하는 이유는 모집 방법이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금융감독원은 올 상반기 대포통장 발생건수는 2만1555건으로 전기 2만2069건 대비 2.3% 소폭 감소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기간 정부기관 사칭형 사기에 이용된 대포통장은 금융당국의 대포통장 근절대책 때문에 6591건을 기록, 전기 8781건 대비 24.9% 감소했지만 대출빙자형 사기에 이용된 대포통장은 1만4964건으로 전기 1만3288건 대비 12.6% 증가했다.
특히 상호금융을 빙자한 대출이 증가했다. 올 상반기 은행권역의 대포통장 발생건수는 1만5932건으로 전기 1만6830건 대비 5.3% 줄어든 반면 상호금융은 3173건으로 13.4% 늘었다.
이 기간 신규 계좌 대신 장기간 사용하던 기존 계좌를 대포통장으로 이용한 사례도 급증했다.
상반기 계좌 개설 후 '5일 이내' 대포통장으로 이용된 계좌의 비중은 4.9%로 전년 12.8%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계좌 개설 후 1년을 초과해 대포통장으로 이용되는 계좌의 비중은 63.3%로 지난해 55.7%에 비해서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규 계좌 개설 시 금융거래목적 확인 등 심사 기준이 강화되자 신규 계좌 대신에 장기간 사용하던 기존 계좌를 모집해 대포통장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대포통장 개인 명의인 수는 줄었지만 법인 명의는 늘어난 것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상반기 동안 대포통장 명의인으로 등록된 인원은 1만2807명으로 전기 1만5156명 대비 15.5% 감소했지만 법인인 명의인은 752개로 전기 616개 대비 18.1% 늘었다.
대포통장 확보수단도 대담해졌다. 기존에는 1:1 접근 방식으로 대포통장을 확보했지만 통장 양도 시 일정 사용료 지급을 조건으로 공개 모집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틀었다.
금감원의 조사 결과 사기범들이 대포통장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한 방법은 구직 사이트를 통한 공개 모집(43%)과 취업사기(30%)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유령 법인의 서류를 이용해 법인 통장을 개설하면 계좌당 수수료를 지급하는 아르바이트를 제안하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일본인을 초청해 관광 등을 제공하고 이들 명의의 대포통장을 개설하는 신종 사기수법도 등장했다.
이에 금감원은 대포통장 과다발생 조합에 대해서 중앙회를 통해 주기적 점검을 실시하고, 법인 통장인 경우 통장 명의인이 실제 직원인지 확인하는 등 내부 통제 절차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여권만 소지한 외국인의 단기간 다수계좌 개설을 방지하기 위해 은행연합회에 여권번호를 등록해 금융회사간 공유하고, 대포통장 신고 포상금을 기존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