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영화제작자'라고 주장하며 세금을 적게 내려던 한 영화감독(이하 A감독)에게 법원이 철퇴를 내렸다.
원고가 영화제작자가 아닌 영화감독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기 때문에 영화제작자에게 적용되는 낮은 단순경비율을 적용해줄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최근 서울행정법원 제5부(재판장 강석규)는 낮은 단순경비율을 적용해 부과된 종합소득세를 취소해달라며 A감독이 제기한 종합소득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감독은 지난 2007년 대히트를 기록한 영화의 감독을 맡았고, 이에 대한 인센티브로 영화제작사로부터 17억원을 지급받았다.
A감독은 이 돈에 대해 '일반영화제작' 업종의 단순경비율 87.9%를 적용해 2억원 가량을 소득금액으로 산출, 과세관청에 종합소득세를 신고·납부했다.
하지만 과세관청은 A감독의 수입금액에 '영화감독' 업종에 적용되는 단순경비율인 66.8%(초과율 53.5%)를 적용, 종합소득세 2억7500만원을 추가로 경정·고지했다.
A감독은 이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으나 기각됐고, 결국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감독은 "제작사와의 계약서는 '감독 및 공동제작 계약서'라는 제목으로 작성됐으며, A감독은 공동제작사로서 영화촬영의 준비기간에 대한 모든 업무를 수행한다고 되어있다"고 말했다.
이어 "A감독은 시나리오 및 콘티 작성, 데모 필름의 구현, CG를 통한 영화화 가능성 및 다른 투자자에 대한 제작설명 등 이 사건 영화촬영이 가능한 모든 상태에 대해 책임을 진다. 또한 후반작업을 통해 CG 및 편집 등의 모든 업무를 수행한다고 명시 되어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A감독은 공동제작사로서 제작사에 대해 예산과 일정에 따라서 촬영장소 물색 등 제작준비, 편집을 비롯한 후반작업뿐만 아니라 감독으로서 영화촬영 등 한국 영화계에서 제작자 및 감독이 관례적으로 제공하는 모든 용역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되어있다"며 A감독이 '제작자'임을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제작사 대표의 말이 달랐다.
A감독은 제작자가 아닌 엄연히 감독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제작사 대표는 "A감독이 이 영화에 있어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은 연출 업무"라며 "계약서상 '투자자에 대한 제작설명'은 제작자 지위를 겸하지 않는 다른 감독들도 수행하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계약서상 A감독의 의무사항은 감독으로서의 역할만 예시되어 있다"고 증언했다.
재판부는 결국 A감독은 '영화감독' 경비율을 적용하는 것이 맞다며 과세관청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영화감독 업종보다 일반영화제작 업종의 경비율이 낮은 것은 영화감독 업종이 특별한 물적 시설을 요하지 않고, 영화감독 개인의 인적용역을 주로 제공하기 때문에 일반영화제작 업종보다 필요경비 액수가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자에 대한 제작설명을 제외한 다른 업무는 다른 영화감독들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제작설명 업무 또한 특별히 경비가 소요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며 "해당 영화 크레딧에도 김 감독은 제작자로 표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제작사는 A감독의 수입금액에 대해 용역공급을 전제로 세금계산서를 발급했으나 제작사는 제작사로서의 업무를 모두 수행했다"며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A감독은 영화감독으로서 통상 지출되는 범위를 넘어선 '일반영화제작' 업종을 영위한 것으로 볼 수 없고, 과세관청의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참고판례 : 2015구합7533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