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율 인상이 정·재계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법인세와 관련한 정책방향을 손쉽게 뒤바꾸는 행보를 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반적으로 세제정책 시차는 다른 경제정책 시차보다 뒤늦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고려치 않고 당장 눈 앞의 세제효과만을 놓고 논하는 것은 성급한 실패를 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5일 박형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국민경제자문회의 곧동으로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열린 '법인세 부담 수준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 토론회 개회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박 원장은 법인세율 인상 논쟁이 격해질수록 개괄적인 시야로 볼 필요가 있다며 법인세율을 평면적으로 비교하는게 아닌 경제 발전 정도, 소규모 개방경제 등 우리경제의 특성들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적용 중인 3단계 누진세율은 영국 등 단일세율을 적용한 세계적 추세와도 크게 어긋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법인세 인상이 우리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를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박 원장은 "법인세 인하의 이론적인 효과가 현실에서는 잘 관측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해서 법인세 인상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미미할 것인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더군다나 경제성장률이 3% 미만으로 떨어지고 생산성 둔화가 증대되는 시점에서 사회 고령화 등 사회 전반적인 경제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박 원장의 설명.
박 원장은 "요즘같은 경제위기 속에서는 기업 및 산업 구조조정을 촉진시키기 위한 법인세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며 "2008년 법인세율 인하 이후 최근 몇 년 동안 실효세율 인상을 위한 조치들이 역설적으로 이루어져왔던 부분 역시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세제정책에 따른 시차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법인세 인하에 따른 경제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조바심을 내서는 안된다"는 점도 분명히 지적했다.
박 원장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만은 경제정책에 대해 바로 따뜻한 물이 안 나온다고 찬물, 더운물 손잡이를 이리저리 돌려서는 안된다고 비유했다"며 "경제정책에는 시차가 있다. 세제는 더욱 그렇다. 경제정책은 정치에 휘둘리면 안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원장은 "경제정책이 정치에 휘둘리지 않은 상태에서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추론이 필요하다"며 "여러 학자나 경제전문가들이 진보적인 경제정책과 다양한 분석결과를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