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5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등 6개 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 관련 법안을 처리할 것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엘리트 중심 법원, 국민에 '군림'…법관 구성 다양화 필요"
최근 잇달아 불거진 법원·검찰 비리 의혹의 연원에 대한 시민사회와 학계의 시각은 대체로 비슷하다. 많은 권한을 독점한 기관이 견제받지 않는 성역으로 존재한 결과 부패할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기소권, 영장 청구권, 수사 지휘권 등 권한을 독점한 검찰 비리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와같은 별도 기관이 수사해야 한다는 제안, 엘리트 일색인 법관 구성을 다양화하자는 주장 등이 오래전부터 나온 것도 그 때문이다.
특히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쥔 막강한 권한을 나누고 통제를 강화하는 등 대대적인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정치권에서 검찰 개혁 방안의 하나로 논의되는 공수처 신설을 이번에는 관철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검찰개혁심의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검찰의 권한이 너무 많고, 검찰이 자신의 권한으로 비리를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비리가 벌어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 교수는 "검찰 자체 비리뿐 아니라 고위 공무원 수사에서 검찰의 수사권이 자의적으로 행사됐다"며 "이런 비리 사건은 수사와 기소를 각기 다른 기구에서 하도록 해 제대로 처벌이 이뤄지게 하면 예방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훈 연세대 로스쿨 교수도 "경찰이 검사를 수사하려고 영장을 신청해도 검찰에서 기각당하고, 검찰이 검사를 수사하면 같은 '식구'니 괜찮지 않겠느냐는 안일한 생각이 생기는 것"이라며 "공수처 등견제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계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은 "부장검사까지 비리가 만연한 상황에서 내놓은 검찰 개혁 방안은 새로울 게 없다"면서 "이참에 공수처처럼 일상적으로 권력층을 내사하고 비리를 감시할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희순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간사는 "'스폰서 검사' 등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은 검찰이 과도한 권력을 독점해 그 주변에 이익이 모이기 때문"이라며 "지방검찰청 검사장 직선제 도입 등 근본 해결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하창우)도 미국식 검사장 직선제, 검찰의 일방적 결정을 견제한 일본식 '검찰심사회' 도입 등을 제안한 바 있다.
◆…연합뉴스TV제공
사법적 판단의 종착점이라는 무거운 권한을 쥔 법원 역시 많은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비리를 저지른 판사에게 법원이 냉정히 죗값을 묻고, 장기적으로는 사법부 내 '엘리트 독점' 체제를 깨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하태훈 교수는 "법원은 국민이 선출한 권력이 아니므로 국민이 법원을 들여다보고 통제할 방안이 더 있어야 한다"며 "비리 판사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엄한 처벌로 변호사 개업이 불가능하게 하는 등 불이익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우리나라에 법관이 너무 적다 보니 법관 자체가 국민을 상대로 '사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행사하는 관료로 군림한다"며 "이 때문에 국민 법 감정과 괴리가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희순 간사는 "법원 쪽은 엘리트 판사 일색인 법관들의 획일적 구성이 문제"라며 "법관 구성을 다양화해야 사회 구성원의 다양성을 반영하고, '그들만의 리그'도 타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조인들의 직업윤리 확립이라는 근본적 화두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원우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최근 일련의 사건은 법조인이 어떤 행위를 하면 범죄가 된다거나 윤리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자신을 돌아보지 못해 기본적으로 직업윤리를 세우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부패를 감찰하고 제재하는 시스템은 지금도 존재한다"며 "일차적으로는 권력을 행사하거나 중립적 역할을 해야 하는 기관에서 직업윤리를 명확히 세우고 구성원들을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